서평은 제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었습니다!
요즘 나는 글쓰기에 더욱 관심이 많아졌다. 원래도 사람과의 소통을 좋아해서 글쓰기 능력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최근 이 갈망에 불을 붙여주는 의견을 접한 것이다. 바로 <타이탄의 도구들>이란 책을 통해서다. 이 책은 디지털 시대가 점점 발전할수록 글쓰기 능력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 말한다. 그 근거는 구체적으로 나와있지 않지만, 내가 생각해본 근거는 다음과 같다. 기회란 상대방을 설득할 때 얻게 되는 것이고,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먼저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한 후 간결하게 표현해야 한다. 이 능력은 글쓰기를 통해 훈련할 수 있는 영역이다. 즉, 글쓰기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게다가 디지털 시대가 점점 발전하면서 글쓰기의 재료가 되는 읽기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아짐으로 글쓰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희소해지고 있다. 따라서 높은 글쓰기 능력을 가진 사람이 다양한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이 의견을 통해 글쓰기 능력을 키우고자 하는 나의 열망이 커진 중에, 마침 글로에서 글쓰기를 주제로 한 독서모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독서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주제 책인 <서평 글쓰기 특강>을 읽게 되었다.
<서평 글쓰기 특강>은 숭례문학당에서 서평 쓰기 강의를 진행하는 두 분, 김민영님과 황선애님이 공동 저술한 책이다. 이 책은 ‘독후 글쓰기를 해야하는 이유’와 ‘서평의 구성요소와 쓰는 과정’ 그리고 특별히 그 과정 중 ‘퇴고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6명의 서평가 인터뷰로 마무리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독서 후 활동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되어 좋았다. 나는 독서일지를 쓰고 있지만, 읽은 책 제목만 기록하고 내용을 기록해두지 않은 적도 꽤 있다. 귀찮다는 핑계로 밑줄 친 내용들을 발췌 정리하지 않고 방치해두었던 거다. 하지만 이렇게 독후 활동을 하지 않은 책들은 확실히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잘 나지 않고, 그 책을 통해 내가 무엇을 배우고 달라졌다고 뚜렷이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책 내용을 더 잘 기억하고, 책을 통해 변화하기 위해 독후 글쓰기를 해야한다고 주장할 때 크게 공감하였다. 그래서 앞으로는 읽은 책은 밑줄 친 내용과 단상을 반드시 정리해두기로 결심하였고, 또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해 (읽은 책마다 독후감을 쓰진 못하더라도) 주기적으로 독후감을 올려야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내가 갖고 있던 독서와 관련된 두려움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어 좋았다. 첫번째 두려움은 밑줄치기에 대한 두려움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밑줄을 치는 사람이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책을 더럽게 봐도 될까 하는 걱정도 함께 했었다. 가족들과 함께 책을 공유할 때 책에 밑줄이 그어져있고 메모가 적혀있으면 다른이의 독서활동에 방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한편으론, 중고책방에 높은 가치로 팔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말이다 ㅎㅎ) 하지만, 내가 책을 읽는 이유를 돌아보니, 나는 가장 우선순위로 나를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이었다. 나를 이해하고, 내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리고 내가 변화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이렇게 내가 독서하는 이유를 명확히 정리하고 나니, 밑줄치기에 대해 주변인에 대한 걱정은 무의미한 걱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마음껏 더럽게 책을 읽을 예정이다.
그리고 내가 갖고 있던 또다른 두려움은 다독해야만 한다는 마음이었다. 독서와 관련된 책을 읽었을 때 많은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이 ‘다독’이었다. 그래서 나도 1년에 몇권이라는 숫자에 얽매여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다독보다 하나의 책을 잘 소화해내는 것, 그리고 속도보다도 꾸준함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덕분에 다독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나아가 독서의 방법엔 정답이 없고 다양한 의견을 참고하되 결국 나만의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의 아쉬운 점도 많았다. 먼저 깊이 있는 서평쓰기 방법론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겐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은 서평의 요소와 틀, 쓰는 절차에 대해 정리하여 소개만 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물론 서평보다는 독후감을 쓰고 싶은 내겐, 서평쓰기의 기술이 얕게 서술되어 있고 독후 글쓰기와 퇴고의 중요성이 비중있게 다뤄져 오히려 좋았지만 말이다)
또한, 독후 글쓰기에 대한 동기부여는 잘 하고 있지만 그 글쓰기의 종류가 왜 서평이어야 하는지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두번째 챕터의 제목인 ‘독후감에서 서평으로’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독후감보다 서평을 수준 높은 글쓰기라 전제하고, 독후감을 자기를 위한 글이며 독자와의 소통은 부차적인 글이라 정의한다. 그런데 나는 글쓴이의 솔직한 생각이 담긴 글일수록 매력적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라, 독후감이 서평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객관적인 글쓰기를 훈련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서평쓰기가 추구해야할 높은 수준일 수 있겠지만, 매력적인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서평쓰기가 더 높은 레벨이라고 볼 수 없지 않을까. 두 장르는 그저 다를 뿐 무엇이 더 높고 낮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책을 ‘소개’하는 서평과 같이, 나의 생각을 ‘소개’하는 독후감도 독자와의 소통이 중요한 글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나는 이 책을 읽고 독후 글쓰기에 대한 다짐은 하게 되었지만, 그 종류로 서평이 아닌 독후감을 쓸 예정이다.
단어 ‘비평’을 일관된 뜻으로 쓰지 않은 부분도 책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챕터 3의 첫번째 섹션의 제목은 “서평은 비평이다”이다. 그런데 챕터 5에선 “하지만 서평은 비평이 아니니까” 라고 말하며, 챕터 6에서는 인터뷰이에게 “서평과 비평의 차이는 무엇일까요?”라 묻는다. 즉 앞에서는 ‘비평’을 객관적 평가의 행위라는 큰 의미로 사용하고, 뒤에서는 독후 글쓰기의 한 종류라는 작은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챕터마다 저자가 다르다고 하여도 한 책에서 쓰는 단어의 정의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평’이란 단어를 다르게 사용할 거라면, 챕터 시작 전에 어떤 의미로 사용한다고 미리 밝히거나 주석으로 설명해줘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서평가 한 분을 ‘서평꾼’이란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한 부분도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한다. 보통 접미사 ‘-꾼’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이 단어의 사용을 통해 저자가 '서평집을 정식으로 내지 않거나 인터넷에서만 활동한 사람은 전문적인 서평가가 아니다'라는 뉘앙스를 담았다고 느꼈는데, 나는 인터넷에서만 활동하는 서평가도 충분히 전문적일 수 있기 때문에 ‘서평가’와 ‘서평꾼’의 분리가 불필요하며 폭력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글쓰기 능력을 기르고 싶은 내게 글쓰기 능력은 결국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만 갈고 닦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어 독서 후 글쓰기에 대해 큰 동기를 부여해주었다. 또한 독서라는 것엔 정답에 없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다. 하지만, 정작 이 책의 주제인 ‘서평’을 다룬 부분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들이 소개한 ‘서평의 기술’은 깊지 않았고,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를 분석한 부분은 날카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일관성 없는 단어 사용과 불필요한 단어 사용은 거슬리는 지점이었다. 결론적으로 내가 이 책을 다시 들춰보진 않을 것 같다. 내용의 상기가 필요할 때 밑줄 친 내용들을 정리한 부분만 다시 읽어볼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독서 후 정리 습관을 시작하게 된 것만으로도 내겐 큰 유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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