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회사에서의 배움
지난 일주일엔 회사일이 좀 버거웠다. 그 전까지는 내가 진행하던 일들 중에 마감일이 정해진 일은 한 개 뿐이고 나머지는 내 페이스에 맞춰 조금씩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주 초에 마감일이 없던 일 중 하나가 급작스레 마감일이 정해지면서 그 일의 우선순위가 높아지게 되었다. 나는 MBTI 성향이 ENFJ인데, 그 중에서도 J(계획적)의 성향이 무척 강해서, 이러한 갑작스런 계획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이렇게 급작스레 한 일의 우선순위가 높아지면, 차분히 내가 들고 있는 일들을 살펴보고 그 일을 먼저 처리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면 됐었는데, 나는 멘붕을 해버렸다. 좀 더 자세히 그 느낌을 묘사해보자면, 내가 들고 있던 여러 일들이 갑자기 내 머리속을 마구 마구 휘젓고 그 목록들이 내 통제를 벗어난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내가 들고 있는 업무 수부터 줄이자'는 생각에 (그래야 업무 목록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거다) 우선순위가 높아진 일을 먼저 처리하기보다는, 빨리 끝낼 수 있는 일들부터 처리하며 주초를 보냈다. 그러다 목요일 오전에 팀장님께 회의 요청이 들어왔다.
팀장님은 그동안 내가 진행한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팀장님이 관찰해오신 것을 차분히 말씀해주시고, 내게 맞는지 확인하셨다 (팀장님이 관찰해주신 게 거의 다 맞아서 나는 '네', '맞습니다' 정도의 대답만 했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갑자기 우선순위가 높아진 일을 일정에 맞춰 처리하기엔 너무 많은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시켜주셨고, 우선순위가 높아진 일과 관련이 없는 일에 대해선 내가 아닌 다른 동료를 업무 담당자로 배정해주기로 하셨다.
그리고 이렇게 업무 조율을 일단락해주신 뒤에, 한가지 조언을 해주셨다.
"OO님, 일할 때는 사람좋은 사람이 되기보다, 즉 모든 요구에 대해 다 들어주고 지지부진하게 해당 일들을 진행해주는 것보다, 우선순위 높은 일에 집중하고, 그 기간동안 다른 요구가 들어오면 조금 냉랭해보일지라도 '지금은 진행할 수 없습니다. 언제 다시 요청해주세요'라고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내가 사회생활을 한 지 5년차인데 이런 당연한 업무 요령에 대한 조언을 듣는 것이 창피하기도 하고, 또 그 당연한 요령을 잘 지키지 못해 다른 동료분들께 내 일을 맡기게 된 것이 죄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에서 생각을 멈췄다면 나는 결국 팀장님이 말씀해주신 일의 요령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을 거다. 다행히 나는 이러한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감정이 든 뒤에 감사의 마음에가지 나아갔다.
'내가 5년차이지만 이러한 업무 조율 능력이 정말 부족했었구나..! 부끄럽지만, 이제라도 이것을 깨닫고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감사하다. 이걸 사업으로 바꿔 생각해보면, 고객들에게 뭐든 다 될 것처럼 말해두고서 그만큼 다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와 다를 게 무엇인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전에 내가 줄 수 있는 가치의 정도를 명확하게 말해야, 나의 서비스를 경험한 후 고객 만족도도 높을 수 있겠지. 내게 업무적인 요구를 하는 다른 팀 동료들이 이 회사 내에선 나의 고객들이겠다. 여기서 나의 고객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의사소통 훈련을 해서, 훗날 진짜 내 사업을 시작할 때를 준비해보자!'
지난주 업무상에서의 내 실수가 부끄럽지만, 이 일을 통해 회사를 더욱 배움의 터로 생각하고 의미 있게 다닐 수 있어 감사하다. 앞으로는 업무를 받을 때 상대방이 생각하는 마감일을 먼저 묻고 그 마감일과 관련해 내 일정을 여유롭게 추정하여 미리 진행 일정을 조율하는 습관을 만들어야겠다.
참고로 내가 급하게 우선순위가 높아진 업무는 한 API의 TPS(Trasaction per second, 초당 받을 수 있는 요청 수)를 빠른 시일 내에 증설해야하는 이슈였는데, 다행히 목요일 야근과 금요일 업무 시간 중에 성능테스트를 진행하며 해당 API의 TPS가 매우 낮았던 원인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에 따라 인프라 증설 없이 현재의 2.5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TPS를 증설할 수 있을 것 같다! 업무가 조율되며 우선순위 높은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더니 예상보다 빠르게 일이 진행되는 것 같다.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