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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니쉬 Oct 17. 2021

육아 단상

2021년 10월 17일 일요일


1.

우리 아기도 이제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를 느낄 수 있게된 걸까? 오늘은 아기가 안방 창에 손을 대고 서서 한참 동안이나 노을 구경을 하였다. 내가 아는 이 또래 남자 아기 중에서도 손 꼽히게 에너지가 많은 아기라,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는 아이인데 (문학적 과장이 아닌 매우 현실적인 묘사다 ㅎㅎ), 어두운 주황색으로 물 든 하늘이 연보라빛이 될 때까지 잠자코 서서 이리 저리 구경하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그리고 아기와 함께 남편과 나도 침대에 앉아서/엎드려서 노을과 아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는데, 주말 저녁 몸과 마음이 평안한 상태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자연을 구경하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나 행복한 일이었다. 오늘도 아기 덕분에 먼훗날 돌아볼 아름다운 추억 한조각을 모았다.


2.

오늘 오후엔 서준이가 뿡뿡이 걸음마 보조기를 밀며 폭풍 걸음마 연습을 하였다. 이전까지는 한 두발짝만 떼고 다시 앉거나, 아예 기어가며 밀곤 했는데, 오늘은 걸어서 거실을 몇번이고 왔다갔다 하였다! 한번 편도로 가로지를 때마다 엄마가 박수를 치고 환호해 주었더니, 그 다음 편도를 시작할 때엔 멀리 주방에서 설거지하는 아빠를 보면서 아빠가 자신을 봐주기를 잠시 기다렸다가, (엄마가 아빠를 불러) 아빠가 자신을 보기 시작하면, 아빠를 보며 걸음마를 하였다. 꼭 '아빠, 나 봐주세요~ 나 잘하죠?'라 말하며 걷는 것 같았다. 남편은 설거지하다 뒤돌아서서, 나는 아기를 따라가며, 환호를 하고 박수를 쳐주었다.


아기가 자고서 남편과 저녁을 먹으며 아까 그 모습을 함께 회상했다. 남편은 아빠가 자기를 바라봐주길 바라는 아기의 마음이 너무나 예뻤다고 했다. 이 나눔을 하면서 우리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도 그렇겠구나 깨달았다. 하나님 아버지도 우리가 재잘재잘 오늘 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하나님께 칭찬받기를 바라며 하나님께 나아갈 때 얼마나 기쁘실까 하는 생각.


요새 나는 하나님께 기도하는 시간을 좀 형식적으로 가졌던 것 같다. 예배중에나 QT후에 잠깐씩, 해야하니까 하는 느낌으로. 하나님은 그렇게라도 하나님을 기억하고 나아오는 것을 기쁘게 여기시겠지만은, '하나님과 함께하는 게 좋아요, 나를 봐주세요' 하면서 나아오는 걸 더 좋아하시지 않으실까? 오늘은 티타임하듯 하나님께 나아가, 시시콜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나님과 나눠봐야겠다. 하나님 나 오늘 꽤 잘 산 것 같지 않나요, 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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