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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니쉬 Oct 17. 2021

충분히 행복한 지금

(지난 2021년 8월 9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E언니가 추천한 <돈의 심리학>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오늘 점심시간에 읽은 내용 중엔 이런 내용이 있었다. 돈에 대해서 끝없이 추구해서는 안되고 본인이 정한 목표를 달성한 뒤엔 그 충분함을 누려야한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목표를 더 높이 수정하며 끝없이 추구만 하다보면, 삶은 아무 재미가 없고, 정말 바보같지만 아주 종종 중요하지 않은 무언가(필요한 수준을 넘어선 extra의 돈)를 위해 중요한 무언가(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것, 자유와 독립 등)를 걸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 대목을 읽고 생각했다. 충분함에 대한 시각은 비단 돈의 영역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삶 전체를 바라볼 때 적용되는 거라고 말이다. 내 삶을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분명 어떤 영역들에서는 목표를 이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편안한 관계, 만족할만한 업무 환경, 안정적인 가계 현금 흐름 등), 다른 영역들에선 여전히 목표를 향해 나아갈 여지가 있다 (경제적 자유, 이로 인한 시간적 자유, 소명의 추구). 그러나 다행히 나에게 중요한 영역들에서 만족할만한 수준의 목표를 달성한 상태이고, 나는 그것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


내가 지금 충분히 행복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다. 분명 이 수준은 최고의 수준은 아닌 아직 개선될 여지가 많은 수준이다. 먼저 온전한 시간적 자유는 아니기에, 내가 가족과 보내고싶은 만큼의 시간을 보내진 못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상황이니 이 목표를 이룬 상태는 임시적이기도하다. 그리고 이 상태는 내 능력으로 온전히 이룬 게 아니라 (그래서 언제든 재현 가능한 상태가 아니라) 운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상태이다. 코로나 시국에 재택근무를 강도높게 운영하는 것은 회사의 선택이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온전치 않고, 언제든 사라질 수도 있는, 내가 재현 불가능한 이리저리 부족한 시간적 자유이나, 나는 그저 이 상태를 감사히 누리고 있다. 이게 더 온전해졌으면, 완벽해졌으면 하고 바라고 목표를 수정하지 않은 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충분히 행복하고, 달성되지 않은 목표들에 대해서도 심각할 것 없이 재밌게 도전해볼 여유가 있다.


오늘도 나는 서준이가 편안한 숨을 고르며 작은 아기 침대 안에서 곤히 낮잠을 자는 모습을 보며, 아기 천사와 함께 천국을 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만이 아니라 매일 매일 하루에도 몇번씩 이런 순간들이 쌓인다. 서준이의 경이로운 성장의 도약들을 직접 보고 축하할 수 있을 때, 재택근무중 방을 나와 서준의의 환한 웃음을 받을 때, 서준이가 엄마를 향해 손을 뻗으며 안아달라고 할 때, 그리고 남편과 서준이를 사이에 두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서준이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터질 때, 등등.


디폴트로 가족 안에서 충분히 행복을 누리고 있어서인지, 점점 감사한 일들을 많이 발견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오늘은 오랜만에 아침을 땀이 나는 정도의 홈트로 시작하고, 하루 내내 디지털 컨텐츠를 거의 보지 않고, 점심과 저녁에는 독서를 했다. 오랜만에 내가 바라는 대로 나의 시간을 쓴 것이 너무나 만족스럽고 감사했다. 오늘 내가 이렇게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내 의지보다도, 전날 친한 언니들에게서 들은 나를 향한 진심 어린 제안과 조언 덕분이었다. 나의 행동을 부드럽게 코칭해주며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친구들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건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내일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칠 수도 있다. 괜찮다. 오지도 않은 어려움을 미리 걱정하지 않으니까. 지금 이순간, 충분함을 감사히 누린다. 나는 지금 후회 없이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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