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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니쉬 Oct 17. 2021

친정/시댁 방문기

코로나에도? 코로나니까!

(지난 2021년 8월 2일 작성된 글입니다)


1주 전 주말엔 (7/24(토)-7/25(일)) 시댁에, 그리고 지난 주말엔 (7/31(토)-8/2(월)) 친정에 다녀왔다. 이번 방문들은 서준이를 낳고서 시댁과 친정에 처음으로 방문한 것이었다. 특히 친정은, 작년 8월에 방문하고서 처음 방문한 것이니 거의 1년만에 간 것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원가족 집에 방문하지 못한(않은) 이유는, 내가 갓난 아기를 오랫동안 차에 태우는 게 겁이 나서였다. 6개월 미만의 아기를 장시간 차에 태웠을 경우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하고, 또 아기가 가는 중에 불편해서 크게 울면 어찌해야하나 막막할 것 같고, 초보 엄마는 여러모로 겁이 많았다. 아이를 낳은 직후엔(아이는 작년 12월 말에 태어났다) 돌아오는 설은 물론이고 추석에도 아이를 데리고 시댁, 친정을 방문할 수 없지 않을까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러다 2주에 걸쳐 양가를 방문하게 된 것은, 거리두기 4단계가 지속되면서 아기가 이전에는 그나마 만났던 약간의 사람들조차 거의 만나지 못한채 몇주를 보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속 집에만 있다간 서준이가 답답할 것 같기도 하고, 또 엄마 아빠가 다른 어른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지 못하기도 해서, 즉흥적으로 시도해보게 된 것이다. (거리두기가 4단계여도 직계가족은 만나도 되기 때문에 직계가족끼리 만난다면 그래도 서준이가 엄마 아빠를 포함해서 그나마 4명 이상의 사람을 볼 수 있게 된다. 시댁 방문은 정말 즉흥적이었던 게, 가기 전날 결정했다ㅎㅎ) 특히, 서준이가 7개월을 넘어서며 아주 힘이 세지고 있는데, 건강한 서준이의 모습이 걱정 많은 엄마를 안심시키고 즉흥성을 발휘하게 한 것도 있다.


지난 시댁 방문에서는 남편의 친할아버지, 즉 서준이의 증조할아버지까지 서준이를 보기 위해 시댁에 와주셔서, 4대가 한 곳에 모이는 신기한 경험을 하였다. 친할아버님은 본인이 매일 걷기 운동을 하며 건강을 관리해 이렇게 등도 굽지 않은 채 건강히 증손자를 만나고 증손자를 안아줄 수 있어, 뿌듯하고 행복해하셨다. 나도 요새 피곤하다는 핑계로 운동을 잘하지 못했는데, 서준이가 낳은 아이와, 그 아이의 아이까지 건강하게 보려면, 다시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 (이번달 중순에 건강검진을 예약해뒀는데 그때까지 운동의 루틴을 회복해두자!!)


서준이와 증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품에서 바라보는 창 밖 나무들


친정집은 내가 결혼하여 독립한 뒤 생긴 집인데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내 지분은 없는 집 ㅎㅎ), 약 2년 반 전에 아빠가 땅부터 사서 목수 및 다른 기술자분들을 고용해 직접 지으신 전원주택이다. 작년에 갔을 때만 하더라도 땅 위에 집만 덩그러니 있었는데, 이젠 마당도 반듯하게 시멘트로 정돈되어있고, 지대의 높낮이가 발생하는 곳엔 멋스럽게 바위가 둘러지고, 그 아래 터엔 잔디가 밭에는 갖가지 작물들이 (고추, 가지, 상추, 방울 토마토, 옥수수, 고구마) 자라고 있었다. 1년 사이에 집을 이만큼 가꾸시느라 매일 매일 수고하신 아빠의 정성이 느껴졌다. 이제는 지은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집이 아니라, 계속 그 동네에 있었던 것 같은 집이 되었다.


아빠가 직접 지으신, 부모님의 집. 사진 오른쪽으로 고추, 가지 등이 심겨진 밭이 펼쳐진다.


거실에서, 그리고 엄마 아빠가 편히 쓰라고 내어주신 안방에서 창을 보고 있으면, 푸르른 하늘과 한적한 산 그리고 푸릇한 밭이 펼쳐진다. 정말 휴양지의 펜션이 따로 없다. 수도권에 있는 우리 집에서는 밖을 나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또 공동현관을 나서야 하는데, 여기서는 문만 나서면 광활한 자연이 펼쳐졌다. 나름 옆에 천이 흐르고 뒤에는 산자락이 넓게 보이는 자연과 가까운 곳에 산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비하니 우리집은 집과 밖의 경계가 무척이나 뚜렷한 곳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경계가 서준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기까지 나를 주저하게 만드는, 마음의 장벽이 되기도 한 것 같다.)


친정집에서 차를 타고 20분 정도 가서 서준이에게 인생 처음으로 바다 구경을 시켜주기도 했다. 눈 앞에서 커다란 갈매기가 날아가고, 발을 내딛을 때마다 자갈들의 동글동글한 소리가 들리고, 반듯한 수평선에서 파도가 시원스레 밀려오기도 하는, 서준이의 인생 첫바다 느낌은 어땠을까? 비록 서준이가 이 경험을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가족들로부터 받은 따뜻한 사랑과 처음 보는 바다의 흥미로움이, 서준이의 무의식 한켠에 포근한 느낌으로 남겨지길 바란다.


서준이의 첫 바다 - 외할아버지 품 속에서


보통 아기들이 6개월이 지나면 엄마 아빠를 알아보고, 엄마 아빠가 아닌 다른 사람에겐 낯을 가린다. 시댁 식구들은 그래도 자주 우리집에 방문해서 잠깐이라도 서준이를 만났었는데, 친정 부모님은 이번이 서준이를 보는 게 세번째여서 혹시나 서준이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보고 울면 어떡하나 많이 걱정하셨다고 했다. 친정 부모님의 걱정과는 달리, 서준이는 시댁에서나 친정에서나 방긋방긋 웃으며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흡수했다. 그 덕분에 남편과 나는 시댁에서는 잠시 대학교 친구의 결혼식장에도 다녀오고, 친정에서는 오랜만에 동심에 돌아간듯 바다의 바위밭(?)을 탐험하며 꽃게도 보고 물고기도 보고 말미잘도 보고 해식 동굴도 보고,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서준이를 안고서는 못왔을, 바다 바위들을 밟고 넘어와 만난 신기한 해식동굴




코로나니까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 큰 맘 먹고 멀리 사는 가족들을 방문한 거였는데, 생각보다 서준이와 함께하는 장거리 여행이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았다 (힘들긴 했다 ㅎㅎ 잠자리가 바뀌어서 서준이가 새벽에 꼭 한번씩 깼음). 차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힘들었어도 가족의 집에서는 서준이를 여러명이 봐주시니까 오히려 편한 것도 있었다. 서준이와의 장거리 여행이 그렇게 어렵지 않음을 알았으니, 앞으로는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가족들과의 시간을 이전보다는 더 자주 보내야겠다. 서준이를 위해, 그리고 우리 부부를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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