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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ul 27. 2015

남자친구가 당신에게 고민을 말하지 않는 이유

남자는 말하지 않는 게 아니라 말하지 못하는 거다.

"바로님! 저는 무슨 일이 있으면 남자친구에 말을 하는 편인데... 남자친구는 서운한 게 있든... 고민이 있든 뭐든 자꾸 혼자만 고민하고 쌓아두기만 해요! 대체 어쩌자는 거죠!?" 많은 여자들의 속을 터지게 하는 고민이다. 뭐 때문에 힘들다, 이런 것은 서운하다 말을 하면 충분히 위로를 해주든 대화를 통해 풀든 할 텐데 남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티를 내질 말던가! 얼굴에는  무슨 일 혹은 무슨 불만을 한가득 인데도!



사실 따지고 보면 여자도 마찬가지다. 여자도 무슨 불만이 있으면 미리 미리 말을 하면서 맞춰가면 될걸 두어 번 그냥 넘어가다가 갑자기 화를 내며 남자를 당황시킨다. 둘 다 자신의 고민이나 감정을 상대에게 빨리 말하면 될걸 질질 끌기는 마찬가지지만 그 원인은 전혀 다르다. 



여자는 돌려가며 말하거나 힌트만 던져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 남자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하지만 남자는 자신의 고민과 불만을 정말로 여자가 모르기 바라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자는 할 수만 있다면 여자에게 자신의 고민과 불만을 감추고 싶은데 남자의 연기력 부족과 여자의 놀라운 촉때문에 금방 들켜버릴 뿐인 거다."



"아니! 왜 그렇게 답답하게 사는 건데!?"라고 남자에게 볼멘소리를 하기엔 남자들에겐 서글픈 속사정이 있다.

사실 남자는 두려운 거다. 자신이 이렇게 나약하고 이러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여자에게 들켰을 때, 혹시 실망하지는 않을지... 그러다 혹시나 떠나가 버리는 건 아닐지를 말이다.

남자가 연애를 하며 가장 행복함을 느낄 때는 자신이 여자에게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을 때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가 힘들 땐 버팀목이 되어주고, 여자가 지금껏 만났던 남자들 중에 최고 혹은 못해도 중간은 해주고 싶고, 여자의 머릿속에 가장 멋있는 남자가 되려고 한다. 



문제는 고민의 생겼을 때다. 항상 강하고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고민이 생겼을 때 남자 입장에서는 쉽게 여자에게 "자기야... 나 이런 이런 게 고민이야..."라고 털어놓기가 어렵다.



남자의 고민을 속시원 하게 듣고 싶다면 "왜 답답하게 말을 안 해! 이야기를 해야 위로를 해주던가 할 거 아냐!"라고 할게 아니라 남자에게 확신을 줘라. 남자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던지 그 고민 때문에 남자에게 실망하거나 혹은 떠나지 않겠다는 확신말이다. 



얼마 전 결혼한 선배를 만나 선배에게 언제 형수님과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당연히 "예쁘니까!"라고 할 줄 알았는데 선배의 대답은 이랬다. 



"내가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 치우고 사업한다고 까불대다가 동업하기로 한 녀석과 틀어져서 사업을 시작도 못해보고 접은 적이 있었어, 돈은 돈대로 까먹고 취업도 안되고 막막하기만 하더라 이 상황에 무슨 연애냐 싶어서 헤어지자는 말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여자친구가 한밤중에 뜬금없이 집 앞으로 찾아왔어. 말없이 날 포장마차로 데려가더니 오도독뼈에 소주를 따마시며 그러더라 "지금은 오도독뼈에 소주지만 나중에는 꼭 스테이크에 비싼 와인 사줘! 그때까지 우리 같이 힘내자!" 그 말 듣는데... 정말 이 여자구나 이 여자라면 믿고 함께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당신 눈에 남자친구가 얼마나 강인해 보일지 모르지만, 남자도 당신과 똑같은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오히려 똑같이 나약하면서 강인한 척을 하려니 고민이 생기면 여자보다 더 힘들어할  수밖에 없다. 남자를 정말 사랑한다면 "고민 있으면서 왜 말도 안 하고 속 터지게 해!"하기보다 어느 날 불쑥 남자친구 집 근처 공원으로 찾아가자. 공원 매점서 새우깡하고 소주 한병 사서 말없이 입에 털어 넣고 "힘들면 말해, 내가 먹여 살릴게"하며 알려줘라. 무슨 이야기든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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