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걸음만 뒤로 물러나자, 장점과 단점 둘 다 모두 볼 수 있도록.
코알라 한 마리가 남자의 머리카락을 유칼립투스 잎으로 착각한 듯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남자의 얼굴에 매달려있고 여자의 얼굴에서 애벌레라도 발견한 듯 왠 앵그리버드가 여자의 얼굴 집어삼킬 듯이 덮친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우리의 이러한 의문은 좌측 상단에 있는 물체를 확인함과 동시에 해결된다. "아... 올림 X스 망원경으로 보면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소리구나..."
우리는 어떻게 연애를 시작하고 이별을 하는 걸까? 우리가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누구나 연애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사랑하는 상대방을 볼 때면 초당 100000000000000회쯤 가슴이 뛰며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인다. 그런 상대방을 친구들에게 자신 있게 소개를 하면 꼭! 친구들 중에는 "읭!? 쟤가 어디가 좋다고 그러느냐?"라며 눈치 없는 핀잔을 주는 X 들이 있는데, 그런 친구의 말에 당신은 아마도 급흥분을 하며 "네가 뭘 알아!"라며 당신 눈에만 보이는 상대방의 각종 장점들을 쏟아부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상대방에 대한 단점이 슬슬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면 상대방에 대한 불평불만이 늘어나고 주변 사람들에게 "내 남자친구는 연락을 안 해...", "내 여자친구는 너무 구속을 해..." 등등의 하소연을 늘어 놓는다. 이때에도 꼭 한 명쯤은 얄미운 목소리로 "야 그게 뭐 어때 원래다 그런 거지~"라며 핀잔을 준다. 아마 이때도 당신은 처음 친구들에게 소개했을 때처럼 열폭을 하며 "네가 뭘 알아!"라며 당신 눈에만 보이는 상대방의 각종 단점을 쏟아붓는다.
결국 당신이 너무나 쉽게 사랑에 빠지고 너무나 쉽게 이별을 하는 이유는 당신이 상대방을 너무 가까이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졌을 땐 상대방의 장점에 대해서만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바라보며 한없는 행복을 느끼다가도 마음이 조금 식고 몇 번의 감정싸움을 겪은 후에는 30만 배 고배율 전자현미경으로 상대방의 단점에 대해서만 바라보니 연애를 오래 유지할 수 있을 턱이 없다.
많은 연인들은 "상대방이 변했다"라며 이별을 준비하지만 사실은 상대방은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 바라보는 당신의 눈이 장점만 바라보다 이제는 단점만 바라볼 뿐이다. 당신의 말처럼 상대방이 변한 것이라면 상대방은 당신과 헤어진 후 다시는 아무런 사람도 만나지 못해야 한다.(한때 사랑했던 당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단점투성이인 인간을 누가 만나준단 말인가!?) 하지만 당신과 헤어지고 얼마 후면 상대방도 또 다른 연애를 시작하고 그것은 상대방이 3자가 볼 때는 그다지 흠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뒷받침해준다.
그러므로 사랑을 할 때는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바라볼 수 있도록 상대방에게서 열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봐야 한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열 발자국 뒤에서 상대의 단점을 바라보며 하나의 개성으로써 받아들이도록 노력하고, 또 이별이 왔음을 느꼈을 때는 열 발자국 뒤에서 상대방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노력해봐도 상대방과 이별을 할 수밖에 없다고 느낄 때는 적어도 상대방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상대방을 바라보는 자신의 눈이 문제라고 생각을 해야 한다.
기억해라. 상대방은 아무 문제없다. 그저 당신이 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