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화내는 여자와 대화하지 않는다.
나름 있어 보이는 집 마나님이 지옥의 문지기 같은 얼굴로 의자를 머리 위로 치켜들고 당장이라도 책상 위를 내려 칠 기세다. 책상 위에는 딱 봐도 누군가 오랜 기간 공을 들여 만들었을 것 같은 범선이? 혹시 저것은 남편의 작품? 아내가 화가 나서 뭔가에 분풀이를 하기 전에 빨리 123 fleurs의 꽃배달 서비스를 이용하여 아내의 화를 풀어주라는 재치 있는 광고!
남자친구가 만약 당신의 뚜껑을 살포시 열리게 했다면 당신은 남친에게 뭐라고 할까? 아마도 당신은 작고 귀여운 코에서 뜨거운 김을 퐉퐉 뿜어가며 "이럴 거면 헤어져!", "자꾸 이러면 ○○안 해줄 거야!", "나 집에 갈래!" 등의 말들로 남자를 협박할 것이다. 그런 당신의 살벌한 말들에 남자는 손바닥에 물집이 생기도록 싹싹 빌 테고, 당신은 자신의 협박이 효과적으로 사용된 것을 확인하곤 간신히 화를 누그러뜨린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여자의 협박들은 정말 효과적인 것일까?
물론 단기적으로 봤을 땐 이보다 더 효과적일 수 없을 정도로 효과가 기똥찰 것이다. 남자는 자신이 그동안 애지중지 꾸려왔던 커플라이프를 단박에 박살 내려는 당신을 보며 두려움에 떨 테고, 자신이 아끼는 소중한 커플라이프를 지키기 위해 자존심 따윈 집어 던지고 여자의 비위를 맞춰주는 데에 자신의 온갖 능력을 쏟아 부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여자들의 이러한 협박들은 오히려 여자들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 확률이 99.999%이다. 오늘은 남자에게 "이럴 거면 헤어져"라고 말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남자는 화내는 여자와 대화하지 않는다.
여자들의 큰 착각은 자신들이 "이럴 거면 헤어져!"라고 말하면 남자친구가 정신을 번쩍 차리고 자신에게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물론 여자들이 보기엔 헤어지자는 협박에 덜덜 떨며 여자를 달래는 남자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역시 협박이 최고! 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지 모르겠지만 사실 남자가 여자의 비위를 맞춰주는 건 자신이 잘못해서, 혹은 미안해서가 아니라. 여자의 짜증과 협박을 듣기 싫어서일 뿐이다.
당신은 조금 충격이겠지만 당신이 언성을 높이고 짜증을 내며 협박을 하면 남자는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거나 당신의 입장을 생각하기보다 "아... 또... 시작이다.."라며 어떻게 하면 저 사납게 움직이는 입을 조용히 만들 수 있을까?를 궁리하게 된다. 그러니 결국 반성이나 미안함 없이 그냥 나 죽었소... 하고 당신의 짜증을 웃으며 받아주고 비위를 맞춰주는 것이다.
그러니 "오빠는 오빠가 뭘 잘못했는지 알긴 해?"라고 묻지 마라. 남자친구는 당신이 짜증내며 "이럴 거면 헤어져!"라고 협박하는 그 순간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그냥 당신 비위 맞추기 모드로 돌입하니 말이다. 생각해봐라. 어릴 적 어머니께서 회초리를 들고 칼춤을 추실때 당신 입에서 나왔던 "엄마 잘못했어요! 앞으론 잘할게요!"가 당신 진심이었나? 당신이 어릴 적에 어머니의 회초리기 무서워 반성도 없이 어머니께 싹싹 빌었던 것처럼, 남자친구는 그냥 당신의 협박이 무서울 뿐, 반성 따윈 뒷전인 거다.
여자의 협박은 남자는 자존심 무너뜨린다.
여자들이 보기에 매번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져주고, 헤어지자는 말만 꺼내도 손바닥을 비벼대니 자기 자신이 남자의 자존심을 뛰어넘는 어떤 절대적 존재라고 착각을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어떤 남자든 남자는 자존심에 살고 자존심에 죽는다. 그런 남자에게 "이럴 거면 헤어져!"라며 협박을 하면 물론 처음에는 소중한 커플라이프를 위해 죽는 시늉도 하겠지만 자꾸만 이별을 운운하는 당신을 바라보며 자신이 몸을 바쳐 지키려는 인연이 과연 소중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되고, 매일 매달리고 빌기만 하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조금씩 자존심에 상처를 받게 된다. 이 상황이 반복이 되면 간신히 인내하던 남자도 결국엔 폭발해버릴 수밖에 없다.
물론 여자 입장에선 "지가 잘못해놓고 어디다가 큰소리야!?"라고 황당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당신이 화를 내고 짜증내며 "이럴 거면 헤어져!"라며 협박을 할 때 남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거나 되돌아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당신의 협박에 굴복하고 무조건적인 항복을 하다가도 일정 수준이 되면 당신의 "이럴 거면 헤어져!"라는 말에 "C.foot! 야 그냥 때려 쳐!"라며 모든 걸 다 집어던지고 돌아서버릴 것이다. 여자의 짜증과 협박보다 무서운 것이 자존심에 상처받은 남자의 분노라는 것을 기억하자. 남자는 깨짝깨짝 협박 같은 거 없다. 일정 수준까지 군소리 없이 쌓아두고 있다가 한 번에 터지면 끝이다.
"이럴 거면 헤어져!"<X> → "오빠 나 너무 속상해!"<O>
같은 남자로서 당신들의 마음을 잘 헤어리지 못하고 이상한 소리 나하고, 별것도 아닌 일로 그대들을 섭섭하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 그렇다고 섭섭하고 화나는 마음을 꼭 "이럴 거면 헤어져!"라는 말로 풀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남자가 당신 앞에서 싹싹 빌고 뭐 그러면 묘한 쾌감을 느끼는 건가? 우리 야박하게 너무 몰아세우지 말자. 당신의 어머니께서 당신이 속좀 썩인다고 "이 놈 자식 문갑에서 호적 가져와 확 그냥 니 이름 파버릴랑게!" 뭐 이러지는 않으시지 않은가?
남자친구가 당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속 썩이고, 당신의 마음을 자꾸만 긁는다면 협박하지 말고 "오빠 나 너무 힘들어", "나너무 속상하다", "오빠가 그러니까 내가 기운이 안나" 등의 말들로 당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안될까? 당신이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남자친구가 "ㅋㅋㅋ 좋은 말로 하는 거 보니 별것 아닌가 보다~" 할 것 같나? 당신이 좋은 말로 당신의 기분을 솔직히 말하는데 당신을 무시하고, 막대한다면 그런 남자는 화낼필요도없이 바로 차 버리면 그만이다.
남자가 멍청하다고 당신도 멍청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 당신은 장차 남자친구의 현명한 아내, 그리고 한 아이의 인자한 어머니가 될 여자가 아니던가? 그러니 협박이라는 하수들이나 쓰는 수법으로 남자를 길들이려 들다가 되려 폭발한 남자에게 호되게 당하지 말고, 대화와 타협으로 행복한 커플라이프를 꾸려가는 현명한 여자가 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