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은 책으로 배우는 거다.
멋진 소묘를 그리기 위해서는 먼저 지루한 선 연습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신은 모태솔로인가? 그렇다면 어쭙잖은 고백을 하기보다 연애서적을 펴자, 당신에게 필요한 건 연애의 기본이며 그 기본은 책에 있다. 연애를 무조건 책안에서만 찾으려는 것도 문제지만 "연애는 마음이 끌리는 대로!"라며 당신만의 연애론을 펼치는 것은 그리 추천할만한 일이 아니다.
일단 모태솔로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모태솔로에 대한 정의부터 내려보자, 많은 사람들은 모태솔로를 막연히 지금껏 이성과의 교제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남들은 충분히 연애를 하면서 이론적이든 실전이든 나름의 연애능력을 향상시켜왔다는 거다.
다똑같이 잘 모른다면 모태솔로든 카사노바든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험을 가진 측은 연애능력이 계속 향상되어가고 연애가 없는 쪽은 항상 그 자리니... 나이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둘 사이의 격차는 심하게 벌어지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게 될 것이다. 더 잔인하게 얘기하면 이미 모태솔로는 '연애'라는 시장에서만큼은 경쟁력이 없어도 너무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많은 사람들은 "책은 뭐하러 읽어 연애는 경험이야!"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모태솔로가 어떻게 스스로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연애를 좀 해본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대충 "아.. 저 사람이 나에게 호감이 있나?", "음... 분위기가 좋은데?"를 느끼고 있지만 모태솔로의 경우 그 정도 눈치도 힘겨울 수 있다. 결국 묻지 마 고백이나 스토커 전술이 아니면 마땅히 할 수가 없는 거다.
또한 배움이라는 것은 한쪽이 친절히 가르쳐주거나, 비슷한 실력의 두 사람이 서로 겨루며 얻을 수 있는 것인데, 이미 연애능력 차이가 심하게 벌어진 상황에서 어떤 경험이 모태솔로에게 도움이 될까? 결국 모태솔로는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매번 도끼질을 하거나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모태솔로에겐 일단 책이 필요하다. 물론 어떤 사람이 쓴 책인지, 그 내용이 너무 허황되지는 않았는지 정도는 확인하고 읽자. 이왕이면 누군가가 잘 골라준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일단 베스트셀러든 누군가의 추천이든 책을 읽어보자. 그 안에는 모태솔로가 하루아침에 이성을 10초 만에 유혹하는 방법이 담겨있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왜 모태솔로가 지금껏 모태솔로로 남았는지 정도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글로 연애를 배우지요.", "뭐하러 연애를 글로 배워?", "이런 거 다 쓸모없어!"라고 말한다. 물론 누군가에겐 이러한 글들이 샴푸 뒷면에 적힌 유의사항보다 못한 글이겠지만 모태솔로에 데 고 쓸모가 없을까? 만약 당신이 모태솔로라면 생업을 뒤로 밀어 두고 연애서적을 독파할 필요는 없지만 지하철에서 웹툰을 읽거나 집에 돌아와 가십성 인터넷 기사를 탐닉할 시간에 차라리 연애 관련 글들을 닥치는 대로 읽어보자.
그 글들 중에는 오히려 해가 되는 글도 있겠지만 당신이 한두 글이 아닌 많은 글들을 닥치는 대로 읽다 보면 어떤 글이 현실적이고 어떤 글이 허풍인지 정도는 충분히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길 거다. 웹툰과 가십 성기사가 연애 글보다 질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난 묻고 싶은 거다. "당신에게 지금 당장 더 급한 게 뭔가?"라고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연애 글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연애는 캐바캐(case by case)의 성격이 강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맞다! 연애는 정말 캐바캐의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연애가 첫 만남부터 끝까지 몽땅 다르거나 하지는 않다. 대부분 기초 틀은 비슷하되 여러 가지 돌발상황이 벌어질 뿐인 거다.
기본은 책으로 배우지만 확실히 연애는 실천으로 배워야 하는 부분이 더 많다. 일단 여러 책과 글로 연애를 글로 배웠다면 당연히 그 글에 내용이 맞는지 틀렸는지 몸으로 실천해봐야 하는 거다. 이건 연애 글들이 허접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고 모든 사람과 상황에 맞는 글을 쓴다는 것이 불가능이기 때문이다.
집에 화장품이 있는가? 그렇다면 뒷면 하단에 깨알같이 적힌 글을 읽어보자. '화장품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은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사용을 중지하여야 하며, 계속 사용하면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피부과 전문의 등에게 상담할 것'이라고 적혀있을 것이다. "헉! 피부 좋자고 바르는 화장품이 자칫 피부를 더 안 좋게 만들 수도 있다니!!! 이거 순 돌팔이 아냐!?"라고 할 것인가? 아무리 잘 만든 화장품이라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듯 아무리 잘 쓰인 책이라도 당신과는 맞지 않을 수 있는 거다. 그럴 땐 화장품 경고문이 당신에게 알려주는 것처럼 전문가에게 상담을 요청하면 된다.
아무리 영어회화를 잘 가르치는 곳이라도 교재와 유인물이 있는 것처럼 뭐든 배우고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론적 학습이 필요한 거다. 특히나 모태솔로와 같이 남들 열심히 연애할 때 열심히 딴짓?을 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론적 학습이 필요하다. 그러니 남들이 비웃어도 자신이 연애능력이 부족하다면 부지런히 연애 글을 읽고 부지런히 실생활에 적용해보자. 남들의 이목이 신경 쓰일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은 당신의 연애를 책임져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