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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Feb 08. 2016

당신의 남자친구가 훈장을 받아야 하는 이유

그들의 앞날을 생각하면 그들에게 훈장이라도 우여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했다며 들뜬 남자지인들을 보면 나는 괜히 가슴 한쪽 구석이 짠하다. 지금 당장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시작했다는 기쁨에 들떠있지만 앞으로 그들의 앞에 펼쳐질 연애 생활은 그리 녹록지 않을 것임을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공감능력과 8살 수준의 커뮤니테이션 능력 그리고 밑바닥 수준의 멀티플레이 능력과 거의 없다시피 한 센스로 체중계의 바늘보다도 민감한 여자를 만족시켜야 하는 그들의 앞날을 생각하면 그들에게 훈장이라도 우여하고 싶은 심정이다. - Kitadl 광고 (생리통 약)



대체 그놈의 센스가 뭘까?

많은 여자들은 새로 산 스마트폰의 성능에 대해 불평하듯이 "남자친구가 잘해주긴 하는데 센스가 없어요."라며 남자친구의 성능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대체 센스란 무엇인가? 사전에서 찾아보면 '[명사]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감각이나 판단력'이라고 나오긴 하는데... (설마 노트북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남자는 감각과 판단력이 없다는 소리인가?


물론 그런 게 아니란 걸 나도 잘 안다. 여자는 눈으로 표정으로 억양으로 여러 가지 감정 표현을 하는데 남자는 그것을 몰라주는 남자들의 답답함을 말한다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 이왕이면 딱히 말하지 않아도 여자가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선물, 좋아하는 행동 등을 착착착 내놓는 남자라면 좋을 텐데... 남자는 왜 그걸 하지 못하는 걸까?


이런 고민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다음 데이트 때 딱 한 번만 남자의 입장이 되어서 센스를 발휘해보자. 남자친구의 얼굴을 보고 지금 남자친구가 뭘 먹고 싶어 하는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어떤 행동을 원하는지 센스를 발휘해 맞추고 그에 따라보자. 과연 당신은 쉬울까...?


남자에게 "오빠는 센스가 너무 없어!"라고 투정하기 전에 꼭 한번 생각해보자. "당신이 바라는 센스의 수준이 인간이 과연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인가?"라고 말이다. 한 번은 자신의 생일날 남자친구가 생일선물을 고르는 센스가 없다고 투정하는 여자 지인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그놈의 센스는 정말! 그럼 여자들은 서로 선물할 때 어떡하는데?" 그녀의 대답은 이랬다. "우린 그냥 서로 갖고 싶은걸 말하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당신이 바라는 센스가 과연 쉬운 걸까? 하지만 남자는 그 불가능에 매번 도전한다. 당신을 만나면 자기가 뭘 먹고 싶은지 생각하지 않고 당신의 알 수 없는 표정을 보며 "우리 예쁜  여자 친구님은 뭘 좋아하시려나? 파스타? 스테이크? 초밥?"같은 고민을 하고 영화 한편을 봐도 "우리 여보는 무서운 거 못 보겠지?"하는 생각을 한다. 여자들의 말대로 남자는 여자보다 센스가 떨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여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남자들은 여자친구의 행복을 위해 사소한 것부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답답한 게 아니라 당신을 위해 참는 것이다.

여자들이 미쳐버리는 남자들의 행동 중 하나는 트러블이 생겼을 때 같이 대화를 통해 해결을 하려고 하기보다 아무 말없이 눈을 지그시 감고 있거나 갑자기 잠수를 타 버리는 것이다. 아니 대체 불만이 있으면 입으로 말을 하면 되지 아무 말도 안 하고 뚱하게 있는 것은 무엇이며 기다리는 사람의 속은 생각도 안 하고 잠수를 타 버리는 것은 무슨 심보인가!?


남자의 답답함을 불평하기 전에 남자가 답답하게  말도 하지 않고 갑자기 잠수를 타 버리기 직전의 상황이 어땠는지를 가만히 떠올려보자. 당신과 알콩달콩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나 이제 잠수 탈 테니 날 찾지 마!"라며 사라져 버리던가? 분명 남자친구가 갑자기 잠수를 타기 직전에는 "오빠는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 같아", "오빠는 항상 이런 식이야", "이럴 거면 헤어져!" 따위의 멘트가 있었을 것이다.


남자는 당신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말을 안 하거나 잠수를 타는 게 아니다. 오히려 당신을 지키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잠수를 타는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수컷끼리의 다툼을 지켜보자. 처음에 별일 아닌 일로 언성을 높이다가 서로 질펀한 비속어가 오고 간 다음 한쪽이 불리해지면  그다음에는 말이 아니라 주먹이 나간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그럴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남자가 대화를 거부하거나 잠수 타는 것이 답답한가? 남자는 당신보다 더 답답하다 마음 같아서는 아주... 응? 응? 응? 하고 싶지만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상대가 여자니까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 거다. 이럴 땐 여자 특유의 센스를 발휘해보자. 남자가 흥분한 듯 보이면 텐션을 낮춰가며 이성적으로  달래 가며 이야기해보자.


"왜 여자만?"이란 생각은 쓸데없다. 당신이 솔메이트로 함께 살아야 할 남자란 제품이 원래부터 커뮤니케이션 기능 스펙이 형편없는걸 어떡하겠나. 보다 센스 있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타고난 여자들이 잘 다루는 수밖에! 남자친구와 다툴 때 남자친구를 잘 살펴봐라 부족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자신의 억울함과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려는 모습이 측은하지도 않은가!? 남자는 부족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남자의 구식 커뮤니케이션 칩을 너무 과열시키지 마라 그러다 다 타 버릴라!



공감할 수 없는 것에 공감해주고 있다.

확실히 남자와 여자는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가보다. 나름 연애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는 나조차 여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만약 당신이 친구와 싸웠다면 남자친구는 당신과 대화하며 "아니 대체 왜 그런 일로 친구와 싸울까?", "그런 건 그냥 넘어가면  안 되나?", "싫으면 말을 하면 되지 왜 그 앞에선 말도 안 하고 나한테 말을 하는 걸까?" 따위의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 찰 것이다.


만약 당신이 남자였는데 친구와 싸운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남자친구에게 했다면 남자친구는 분명 "에효... XX아 뭐 그런 것 갖고 그러냐", "그냥 소주 한잔 하고 풀어 XX아", "사내 XX가 뭐하는 짓?"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당신에게 뭐라던가?


"왜 남자친구는 제 말에 공감을 해주지 않을까요? 제가 바라는 건 해결책이 아니라 공감이라고요!"라며 남자의 배려가 부족하다고 말하기 전에 생각해봐라. 여자들이 공감을 바라듯 남자는 해결책을 말하길 좋아한다. 그렇다면 매번 해결책을 말하고 지적하길 좋아하는 남자에게 공감을 바라는 여자의 선택이 문제 있는 건 아닐까?


아니... 김밥 헤븐에서 돈가스를 먹어놓고 왜 돈가스 전문점보다 맛이 없냐고 항의를 하면 어떡하는가? 맛있는 돈가스를 먹고 싶다면 포털사이트에 돈가스 맛집이라고 찾아보자.


그렇다고 남자친구가 당신에게 "야! 남자는 원래 해결책을 제시하는걸 좋아해! 왜 나한테 공감을 바라는데!?"라며 당신에게 따지던가? 당신은 공감은 해주지도 않으면서 자꾸만 지적질하고 해결책을 내놓는 남자가 야속하겠지만 남자는 자신의 모든 연기력을  총동원하여 당신의 공감 안 되는 이야기에 공감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여자가 모두 잘못했고 남자에게 모두 맞춰야 한다는 게 아니다. 남자와 여자는 생각 방식이 분명 다르다. 그렇다면 당신의 남자친구의 행동이 당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불만을  품기보다 남자친구가 부족한 능력으로 당신의 입맛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인정해주자는 거다. 그러니 다음 데이트엔 남자친구의 볼에 뽀뽀라도 해주며 한마디 해주자 "으이구~~~ 우리 자기 연애하느라 힘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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