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어야 연애도 있는 거다.
많은 커플들은 항상 처음과 같은 연애를 꿈꾼다. 항상 볼 때마다 셀레고, 사소한 것에 질투를 하고, 알콩달콩 평생 연애를 하고 싶어 하지만 과연 그런 연애가 행복할까?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들 수 있었던 마이더스가 그랬듯, 언제나 처음과 같은 연애는 처음에만 달콤할 뿐 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는데 남자친구는 저를 만나고 나서 준비하던 시험을 포기했어요. 첨엔 공무원을 준비했었는데 수험생활을 하면 저와 헤어질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니께서는 유학을 가보는 게 어떠겠냐고 하시지만 오빠는 유학을 갔다가 저와 영영 못 보는 것은 아니냐며 그냥 취직을 하겠다네요.
연애 초반 우리는 서로에게 적당량 희생을 하고 희생을 요구하면서 사랑을 키워나간다. 상대가 날 위해 무엇인가를 희생하고 나 또한 상대를 위해 무엇인가를 희생할 수 있다는 것, 그 얼마나 달콤한 일인가? 하지만 상대가 연애에 집착을 하며 한없이 희생을 하려고 한다면 당신은 그에 합당한 희생을 하기보다 상대가 희생하지 못하도록 조절을 해줘야 한다.
M양의 경우라면 남자친구가 "나 불안해서 수험생활 못하겠어!"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을 때 "아... 이 남자.. 날 이만큼 사랑하는구나..."하고 있을게 아니라 "난 오빠가 날 위해 시험공부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 그래야 빨리 결혼하지~"라며 남자친구가 비이성적인 선택을 하려는 것을 막아줬어야 했다.
물론 M양도 나름 남자친구에 시험을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을 해줬겠지만 이 상황에서는 조언을 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이별을 각오하고서라도 절대로 남자친구가 수험생활을 포기하지 못하게 했어야 했다. 희생은 언제나 더 큰 보답을 필요로 한다.
남자친구가 M양 때문에 수험생활을 포기한다면 남자친구는 "난 너 때문에 시험도 포기했어!"라며 M양에게 강도 높은 희생을 요구할 확률이 높고 처음엔 이런 집착이 사랑으로 보이기도 하겠지만 시간이 얼마 흐르고 나면 서로가 서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얼마 전부터 남자친구가 매일 집에 있으면서 톡도 안 하고 제가 말을 걸어도 단답으로 대답하고 전화해도 할 말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나 뭐하는지 안궁 금해?"라고 물었더니 "너 하는 거 없잖아"라고 하더라고요.
연애에 몰입하며 서로 경쟁적으로 상대에게 맞추고 희생하다 정신을 차려보면 주위에 남은 것이 하나도 없음을 알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제와 오늘이 다를게 없고 상대의 하루 일과가 뻔히 들어다 보이게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되면서 결국은 서로에게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된다.
연애에서 개인생활이 사라지면 그 모든 시간을 서로에게 투자하게 된다. 얼핏 보면 상당히 바람직한 관계 같지만 조금만 들여다봐도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생각해봐라. 백날 하루종이 둘이서 얼굴을 맞대고 있다고 생각해봐라. 과연 당신의 생각만큼 달달할까?
연애 초반은 괜찮다.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이제 막 피어난 연애의 불꽃은 가위바위보도 익스트림 스포츠만큼 재미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설렘이 줄어드는데도 여전히 서로에게 집착하며 둘만 찰싹 달라붙어 있다? 그것은 교장선생님 훈화 시간보다도 더 지루한 시간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지루함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서로 적당히 자신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연애에 중독이 된 커플들은 서로의 개인생활을 인정할 수 없기에 시간과 정신의 방보다 더 지루한 시간을 억지로 견디려고 하다 결국 서로 미친 듯이 싸우는 것으로 지루함을 해소하게 된다.
"가끔 막장으로 싸우기도 하지만 싸우고 나면 다시 사이가 좋아져요."라는 말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매일 똑같이 서로의 얼굴만 보고 있다 보니 지루함이 쌓이고 이 지루함을 서로가 해결해주기엔 서로의 능력이 한계가 있기에 결국 별일 아닌 일에 막장으로 싸우며 지루함을 해소하는 것이다.
M양 커플의 설루션은 매우 심플하다. M양과 남자 친구 모두 서로의 개인 시간을 가져보자. 아마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물론 항상 서로에게 집착만 하던 M양 커플이 서로의 개인 시간 갖기란 어색하기도 하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것이다.
이럴 땐 하루 동안 서로 연락하지 말기로 약속을 하고 다음날 전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극장에 가서 서로 다른 영화를 보고 나서 서로 본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상대의 갑작스러운 개인생활이 불안하다면 각자 비슷한 지역에서 따로 지인들과 만나다가 중간에 잠깐 만날 수도 있다. M양아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조금씩 천천히 남자친구와 떨어지 홀로서기 연습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