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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Apr 04. 2016

왜 차였지도 모르는 여자를 위한 충고

남자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왜 갑자기 저렇게 마음이 변할 걸까요?"라고 묻는 걸 보니 H양은 왜 자신이 이별통보를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하는 듯 보인다. 그래 사실 또 그렇다. H양이 무슨 큰 잘못을 했나? 그저 자신의 섭섭함을 표현했을 뿐인데 말이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똑같은 표현이라도 말을 해도 괜찮은 분위기에서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고 말을 했다면 어땠을까...? 



남자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얼마 전 어머니와 이런저런 일로 크게 다툰 적이 있었어요. 기분이 좀 좋지 않아 오빠에게 전화 왔을 때 "나 지금 기분이 좀 안 좋아서 내일 연락할게"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왜 제 기분이 안 좋은지 이유를 묻지 않는 오빠가 야속해서 오빠에게 솔직히 요즘 오빠가 날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며 서운한 티를 냈어요. 전 당연히 그런 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오빠는 별말이 없이 없더라고요. 


H양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아니 여자친구가 기분이 상했다는데 이유도 묻지 않고 거기에 날 안 좋아하는 거냐고 물었는데도 부인을 하지 않다니!!! 이런 천하의 몹쓸!? 하지만 우리 남자친구의 입장도 생각해보자.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아... 안 좋은 일이 있구나... 혼자만의 시간을 줘야지..."하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H양의 입장에서는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힘든 일이 생겼을 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남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자연스러운 대처다. 


H양 입장에서는 "왜 이유를 안 물어봐주지!?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 아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는데... 만약 남자친구가 "H양아 무슨 일 있어...?"라고 물어줬다면 H양은 100% 환하게 웃었을까? 만에 하나라도  남자친구가 왜 그러냐며 계속 끈덕지게 물어봤을 때 "아 진짜 아무것도 아니라니까!?"라며 짜증을 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남자는 독심술가가 아니다. 당신이 언제 위로를 필요로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지 않으면 남자는 당신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모른다. H양이 섭섭한 건 알겠다. 하지만 서운하다고 날 좋아하냐고 뜬금없는 말을 던지기 전에 H양 본인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남자친구에게 확실히 표현했는지를 되돌아보자. 


"그건 남자의 센스 아닌가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자의 기분을 잘 캐치하는 것이 남자의 센스라면 남자친구의 센스 수준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는 것을 기대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노력하여 남자친구에게서 이끌어내는 것은 여자의 센스다. 센스 없는 남자 앞에서 센스 타령하며 서운하다고 하고 있으면 남자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이 들까? 대부분의 남자라면 "그렇게 센스 있는 남자가 좋으면 센스 있는 X 만나던가!"라고 대꾸할 거란 걸 명심하자. 


이왕이면 센스 있는 남자를 만나는 게 좋다. 하지만 H양이 만나는 남자가 센스 없는 남자라면 없는 센스 타령하며 남자친구의 속을 뒤집기보다 남자친구가 알아들을만한 수준으로 이야기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위의 H양의 상황이라면"나 방금 엄마랑 싸워서 엄청 엄청 기분이 나빠... 그래서 오빠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서 달래 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옆구리 찔러 절 받는 건 싫은가? 한번 해봐라. 분명 내가 옆구리 찔러서 받은 절이지만 아무 말 없이 "왜 나한테 안 물어보지!?"라고 혼자 씩씩 거릴 때보다는 정확히 십만오천삼백칠십구 배 정도 기분이 좋을 것이다.  



분위기를 파악해가며 얘기해라.

저녁에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니까 내일 얘기하자고 하는 거예요. 전 너무 힘든데 나중에 얘기하자는 게 너무 속상해서 그냥 아니라고 말해주는 게 어렵냐니까 제가 한 말이 다 맞는 것 같다며 자기가 저를 다 커버해줄 만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무슨 말이냐니까 더 이상 할 말 없다며 갑자기 비트윈 앱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렸어요. 


"아니! 그냥 싫어하는 거 아니라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그렇게 힘든가요!?"라고 H양은 억울해하겠지만 H양이 조금만 생각해봐도 H양이 바라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생각해봐라. 남자친구는 자신이 한 말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힘든 일이 있을 때 혼자 있고 싶을 것 같아서 알겠다고 하며 H양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준 것인데 H양이 대뜸 뜬금없이 "왜 이유 안 물어봐!? 나 안 좋아해? 사실 요즘 오빠가 말이야..."라며 밑도 끝도 없이 서운 한일들을 자극적인 말투로 속사포랩처럼 쏘아붙이는데 남자친구가 과연 H양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까? 


미안한 감정도 안 들고 왜 H양이 짜증을 내는지 대체 무엇이 서운한지 이해도 못하고 있는 남자친구에게 "왜 미안하다고 안 해? 나 안 좋아해?"식으로 몰아붙이면 남자친구는 뭐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래... 니말이 맞아 아무래도 나 너 안 좋아하나 보다" 밖에 더 있겠는가? 


"내일 얘기하자"라는 말에 속상해하기 전에 이렇게 생각해보자. "남자친구는 왜 내일 얘기하 자는 거지?"라고 말이다. 왜 긴 왜겠는가! H양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는 것이고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남자친구를 붙들고 "그게 그렇게 어려워?"라고 묻는다면 남자 입에서 어떻게 좋은 얘기가 나오겠는가? 


H양이 서운한 마음을 느끼는 게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H양 입장에서는 충분히 서운할만하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H양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을 때까지 기다리던가 아니면 "우리 오빠 무서워 ㅠ_ㅠ 내가 오빠 화나게 했나? 미안해 ㅠ_ㅠ"라며 분위기를 환기시키려고 노력을 했어야 했다. 


"제가 왜요? 오빠가 잘못한 것 아닌가요!?"라고 억울할 수도 있다. 내가 생각엔 H양도 남자친구도 잘못을 한 것 같지 않지만 H양의 말대로 남자친구만 잘못을 했다고 치자. 그래서 서운한걸 다 털어놓고 남자친구를 압박해서 H양이 얻은 것이 무엇인가? 


연인끼리 대화를 할 때에는 논리를 따지고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는지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대화의 흐름을 봐라. 상대가 기분이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면 당신이 아무리 논리적으로 맞는 말을 해도 상대의 입에서는 결코 좋은 말이 나오지 않는다. 대화중 상대가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면 일단 대화를 중단하던가 아님 분위기를 환기시켜야 한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자.

오빠는 싫다고 했지만 끝까지 오빠 집까지 따라갔어요. 오빠는 저를 쳐다도 보지 않고 일만 하더라고요. 저는 오빠가 저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아 속상했지만 그냥 자버렸어요. 그랬더니 오빠는 바닥에서 이불을 깔고 자더니 말없이 출근을 해버 리더라고요. 얼마 전까지 제게 사랑한다고 말하던 남자친구가 갑자기 이렇게 변하다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빠 가줬던 물건들을 오빠 방에 모아 두고 버리던 말던 알아서 하라고 쪽지를 남기고 왔는데 아무 말도 없더라고요. 


H양의 가장 큰 문제는 상황을 파악하고 그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하기보다 그저 자신의 감정에 끌리는 대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분명 남자친구가 싫다고 말을 했는데 왜 따라갔는가? 남자친구가 "바보야... 넌 나랑 있으면 행복할 수가 없어..."라며 애틋한 감정으로 밀어낸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보기 싫다고 했고 억지로 찾아온 H양의 성의를 봐서 밥까지 같이 먹었는데도 끝까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H양을 보며 남자친구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이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았다고 버리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며 남자친구를 도발하다니... H양은 지금 자신의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알고는 있는 것일까? 


H양아 H양의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남자친구의 입장에서도 생각을 해봐라. 싫다는데 끝까지 우겨서 집까지 들어오고 집에 가라는 대도 집에 가지도 않고 침대에 대자로 뻗어버린 H양, 그것조차 그냥 뒀더니 다음날 버리든 말든 알아서 하라며 쏘아붙이는 H양이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이겠는가? "그건 남자친구를 너무 좋아해서 헤어질 수 없어서 그런 거예요!"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건 또다시 H양의 입장 아닌가? 


H양은 "제가 그렇게 말을 안 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요? 붙잡을 수 있을까요?"라고 내게 묻지만... 난 답답하다... H양이 차인 이유는 단순히 어떤 말을 내뱉어서가 아니라 남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만 내세웠던 것이 잘못이거늘... 


H양아, 왜 남자친구가 단호하게 재회가 싫다고 하는지 생각해봐라. 단순히 자존심이 세서일까? 그리고 "왜 갑자기 저렇게 마음이 변한 걸까요?"라고 질문하기 전에 "누가 남자친구의 마음을 변하게 했을까?" 도 같이 고민해보자. H양에게 하나 팁을 주자면 어떤 일이든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에는 일단 내 잘못을 먼저 따져보자 대부분 원치 않는 결과는 나의 잘못에서 시작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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