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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Apr 13. 2016

당신의 짝사랑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과도한 도끼병은 민망한 상황을 연출한다.

K양아... 솔직히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제 C군에게 답도 없는 연락을 계속하지 말자. K양은 "혹시 오해 때문에 연락을 잘하다가 연락이 끊긴 건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애초에 C군은 K양에게 마음이 없었으며 그동안 K양의 연락을 부담스럽게 느꼈었던 것 같다. 

K양의 핑크빛 달콤한 썸의 추억을 망가뜨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계속 이런 식이라면... 30이 지나도록 모태솔로 생활을 하게 될 것만 같아 좀 독하게 말을 할 테니 어느 정도는 각오하고 듣자. 



과도한 도끼병은 민망한 상황을 연출한다.

식당을 갈 때면 일부러 제가 있는지 쳐다보기도 하고 저와 얘기할 때 저의 행동을 따라 하며 환하게 웃기도 했어요. 또한 얼마 전에는 직원식당에서 C군을 봤는데 혹시나 제 맘이 들킬까 시선을 피했는데 C군이 제앞을 지나가며 '맛있게 드세요'하는데 표정이 약간 걱정하는 표정이었어요. 아마도 평소에 인사를 잘하다가 갑자기 시선을 피해서였겠지요... 


개인적으로 나는 인사성이 바른 편이다. 거지꼴을 하고서 편의점에 갈 때도 혹은 오피스텔 복도를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께도 누구든 만나기만 하면 먼저 밝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를 외쳤었다. 


그런데 K양의 사연을 보고 나서는 인사도 사람 가면서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코앞으로 닥친 파티 때문에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인사를 하다가 "저 청년이 저리 어두운 얼굴을 하다니... 내가 시선을 피해서인가...?"라고 생각하신다면 큰일이지 않은가!?  


환하게 웃는으며 인사하는 것은 분명 호감의 표시이다. 하지만 환한 인사 뒤에 "혹시 주말에 시간 되세요?"라는 말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그건 호감이 아니라 그 사람이 그냥 인사성이 바른 것일 뿐이다. 꼭 데이트 신청이 와야만 호감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불필요하게 K양의 주위를 맴돌거나 K양이 C군에게 그랬던 것처럼 쓸데없이 먼저 말이라도 걸었어야 하는데...


사연의 그 어느 곳에서도 또 K양이 첨부한 카카오톡 대화에서도 C군이 먼저 K양에게 말을 걸고 K양에 대해 궁금해하는 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 친절과 호감을 구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상대가 당신에게만 특별히 대하고 당신에 대해서 궁금해한다면 그것은 호감이다. 


K양아 "어맛! 나를 보고 환하게 웃다니 나를 좋아하는 건가!?"라고 생각하기 전에 주위를 둘러봐라. 상대가 당신에게만 환하게 인사를 하는 건지 아니면 당신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C군과 주고받은 카톡대화를 복기해보자. 수백 건의 카톡중에 C군이 먼저 보냈거나 C군이 K양에 대해서 어떤 궁금증을 가진 대목이 얼마나 되는지를 찾아봐라. 그러면 자연히 깨닫게 될 것이다.

"아... 날 좋아한 건 아니었구나..." 


물론 C군은 별 마음 없어도 K양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썸을 탈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K양은 C군의 마음이 어떠한지도 파악하지 못한 채 혼자만의 상상연애에 몰두하고만 있다는 거다.  



겉도는 대화는 상대를 지루하게 만든다.

사연을 읽다 보면 K양은 C군과 매우 달달한 썸을 타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지만 내가 본 카톡은 전혀 달랐다. 주로 K양이 "요새일 바쁘지?"라고 안부를 물으면 C군이 "네 뭐 좀 그렇죠"라고 대답하는 수준이다.


어쩌면 K양은 "언제 쉬는 날이에요?", "오늘 출근했어요?", "오늘 뭐해?" 등등의 색다른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나눴었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그건 아무리 점수를 쳐줘도 썸 타는 썸인들간의 대화라고는 볼 수 없다. 심지어 계속 일 얘기만 하는 통에 보는 나조차도 잠이 들뻔했다는 걸 K양이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


미안한 말이지만 K양은 지루 지루 열매를 복용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루하다. 말은 걸어오는데 매일 "뭐해요?", "집이에요?", "스케줄은 언제 나와요?" 따위의 얘기뿐이니... 초반에 호감을 가졌다가도 금세 하품을 하며 K양의 카톡을 읽어보지도 않을 것 같다. (K양이 29년 동안 모태솔로인 이유가 어쩌면 이때 문일수도 있다!) 


상대를 유혹하고 싶다면 어쭙잖고 자꾸만 겉도는 지루한 얘기만 할게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만나고 싶다는 걸 어필하자. 어차피 모든 연애는 오프라인이 아니던가!? "스케줄 언제 나와요?" 보다는 "스케줄 나오면 날 잡아요! 내가 딱 맛있는 곰장어 쏠게요!" 라며 바로 훅~ 하고 상대에게 들이대자.


먼저 훅! 들이대야 상대가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지 아니면 나 혼자 착각하는지를 LTE급 속도로 파악할 수 있는 거다. 이렇게 상황 파악을 해야, 지금까지 K양이 했던 헛발질들을 피할 수 있는 거다.  



거부의 뉘앙스에 예민해지자.

초반엔 그 애도 호감 있는 듯 문자를 보냈었는데... 점점 문자도 느려지고 전화를 해봤더니 신호음이 몇 번 가다가 무슨 안내멘트가 나아서 놀랐어요. 설마 차단을 한 걸까요?;;; 그리고 제 카톡은 읽지도 않고 프사는 바꾸기도 하고... 


K양아... 이 정도면 단순히 "왜 연락이 안 되지?"라고 궁금해야 할게 아니라. "아... 내가 부담스럽게 들이댔구나!"하고 깜짝 놀아야 하는 거다.  분명 C군은 K양에게 호감이 없다는 걸 분명하게 어필했다.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하지도 않았고 먼저 연락을 하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K양이 먼저 연락을 해도 대꾸해주는 수준으로 얼버무렸다. 이때 K양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내가 만약 일 끝나고 맥주 한잔 하자고 하면 거절할 거야?" 라며 단도직입적으로 치고 들어가던가 다음을 기약하고 한발 물러나 때를 기다리는 거다. 


그러나 K양이 선택한 것은 상대가 지루해하건 말건 부정적 시그널을 보내건 말건 "못 먹어도 고!"를 외치며 K양이 하고 싶은 대로 지루하고 무의미한 카톡만 무수히 보냈다는 거다. 처음엔 호기심에 맞장구 쳐주던 C군도 금세 지루해져 예의상 대꾸를 하다 자신의 부정적 시그널을 읽지 못하는 K양을 차단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K양은 확실히 호감의 시그널은 잘 읽는 것 같다. 하지만 연애를 잘하기 위해서는 호감의 시그널보다는 비호감의 시그널을 더 잘 읽어내야 한다는 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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