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했다는 건 결국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이다.
과도하게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집착하고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이별녀들에게 나는 일단 감정을 조절하고 평상심을 찾을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녀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한다.
"저도 그래야 한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안되는걸 어떡해요!"
이뿐인가? 때로는 "바로님은 아직 사랑을 모르시네요... 사랑은 감성적인 활동이에요. 이성적으로 머리를 쓰는 것은 옳지 않아요!"라고 훈수를 두기도 한다. 뭐... 그녀들의 말이 무조건 틀리고 내 말만 무조건 맞다는 건 아니지만 난 그녀들의 그러한 말에 이렇게 대꾸해준다.
"자기 마음 하나 자기 뜻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남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남자친구는 당신에게 왜 이별통보를 했을까? 아쉽게도 대한민국의 모든 이별녀들을 전수조사를 하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내게 재회 관련 상담 메일을 보낸 약 3000여 명의 사례를 살펴보면 85% 이상의 이별녀들은 자신의 감정을 남자친구에게 여과 없이 쏟아내다가 남자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았다.
"화장실 갈 틈도 없을 정도로 바빠!? 왜 연락이 없어!?", "이젠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오빠는 항상 이래!" 등의 날카로운 말로 남자친구의 부족함을 신랄하게 힐난하니 남자는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조용히 뒤돌아서는 것이다.
항상 말하지만 당신이 남자친구에게 불만을 느끼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다. 문제는 그 불만을 표현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것이다. 긍정적인 감정적 표현은 남자를 행복하게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적 표현은 남자를 힘들게 하고 지치게 만든다. ("그러면 항상 남자의 허튼짓을 여자만 다 참으란 거야!?"라고 말하지 말자. 블로그의 다른 글들에 당신의 불만을 이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숱한 다른 방법들을 제시해 놓았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행동을 보자. 소리 지르고, 빌고, 읽기도 불편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고,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찾아가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결국은 또 감정적인 행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문제는 많은 이별녀들이 이별 후 남자친구에게 매달리는 행동을 사랑의 표현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잘 생각해보자. 지금 당신이 남자친구에게 울며 매달리는 것은 결코 남자친구를 위한 행동이 아니다. 남자의 행동이 짜증 나면 여과 없이 짜증을 냈던 것처럼 그저 당장 이별이 아프고 힘드니까 매달릴 뿐인 거다.
연애를 할 때에도 감정적, 연애가 끝나고서도 감정적, 결국 당신의 연애를 망치는 건 당신이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도 알지만 잘 안되는데 어떡해요!"라고 변명하기 전에 생각해보자 당신은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봤는가? 또한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긍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해봤는가?
당신은 아무것도 해본 게 없다. 그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억눌린 감정을 폭발시켰을 뿐이다. 당신이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당신은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조절할 수 있다. 당신은 분노를 느낀다고 무조건 이빨을 드러내는 동물이 아니라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인간이기 때문에 분명 당신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
(그 방법은 블로그 내 다른 글들에 많이 있지만 부족하다 느낀다면 마셜 B. 로젠버그의 '비폭력 대화'와 틱낫한 스님의 '화'를 참고해보자.)
물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노력만 한다고 무조건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분명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며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하더라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연애는 패턴이기 때문이다. 지금 매달리는 사람들은 또 다른 연애를 시작해도 또 감정적으로 연애를 한다. 화가 나면 남자를 물어뜯고 이별통보를 받으면 또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미숙한 연애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3년 전 내게 재회상담을 신청했던 K양의 그 전형적인 사례 일 것이다. 3년 전 당시 30살이던 K양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K양은 자신의 성격을 단순히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고 표현할 뿐 그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소개팅을 했든 클럽에서 부비부비를 하다 만났든 마음에만 들었다 하면 일단 올인을 하고 남자의 행동이 조금만 거슬려도 불같이 화를 내고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쏟아부었다. 문제는 33살이 된 지금까지 0.1g도 변하지 않은 이전 방식 그대로의 감정적이고 미숙한 연애를 하고 있다는 거다.
나는 항상 상담 때마다 강조를 했다. "K양! 이렇게 매번 똑같은 패턴의 연애에서 이제는 벗어나야죠!" 이렇게 말을 하면 그녀는 언제나 똑같이 말을 했다. "비슷하긴 하지만 이번엔 저번 하고는 다르다고요!"
그래... 다르긴 달랐다. 지난번의 남자는 김씨였고 이번 남자는 이씨였던게 달랐고, 지난번 남자는 술집에서 조인을 하다 만났고 이번 남자는 소개팅으로 만난 게 달랐다. 하지만 단하나만큼은 똑같았다. 초반에는 불타오르고 중반부터 짜증을 내기 시작하다가 후반에는 남자를 잡아먹고 마지막엔 남자에게 제발 돌아와 달라고 매달리는 것만큼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하질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연애는 패턴이다. 지금 당신이 이별의 상처로 폐인이 된 것은 그 남자를 너무 사랑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는데 익숙하지 않았기에 남자에게 당신의 불만을 현명하게 표현하지 못했고. 이별 후에도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무너진 것일 뿐이다. 모든 여자가 당신과 똑같이 이별에 아파하며 폐인이 된다고 생각하지 마라.
내가 만난 숱한 여자와 사례들에 의하면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할 줄 아는 여자들은 이별통보를 받아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이성적이고 현명하게 처 신을하며 자연스럽게 재회를 맞이하거나 새로운 사람과 또 다른 행복한 연애를 일궈갔다.
당신이라고 못하는 게 아니다. 무조건 밀려들어오는 감정에 자기 자신을 휩쓸리게 두지 않고 자신을 객관화하고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노력을 한다면 당신도 안정적이고 따뜻한 연애 패턴에 진입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자신이 달라져야겠다는 의지와 감정을 조절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당신이 감정을 조절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 스스로를 객관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말로는"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이라고 말을 하지만 실제론 그걸 잘 모르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행동한다. 이럴 땐 자신의 모습을 3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해보자.
예를 들어 남자친구와 대화중 화가 날 때에는 무조건 참거나 화를 터뜨리기보다 3자의 시각으로 남자친구에게 화를 내는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자. 방금까지 "아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라며 불같이 화가 나다가도 3자의 시각으로 도끼눈을 뜨며 남자친구를 쏘아붙이려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 신기하게도 다소 분노가 가라앉으며 이성적인 대화를 하게 된다.
만약 이별의 상처로 폐인이 되었다면 혼자 집에서 "그가 너무 보고 싶어... 우리는 정말 사랑이었는데..."하면서 눈물로 배게를 적시지 말고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헤어진 남자친구를 향한 영상편지를 만들어보자. 처음엔 우수에 젖은 목소리로 상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고백하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해 줄줄이 늘어놓다가도 막상 녹화된 자신의 폐인 같은 모습을 보게 되면 정신이 번쩍 들것이다.
감정을 컨트롤한다는 건 파도타기와 같다. 처음엔 서툴고 계속 파도에 휩쓸리며 허우적거리겠지만 당신이 끊임없이 자신을 객관화하고 평상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면 능숙한 서퍼처럼 아무리 거친 파도라 할지라도 결코 당신을 우울의 늪으로 빠뜨리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