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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Sep 21. 2015

사랑의 콩깍지가 당신에게 위험한 이유

사랑, 콩깍지가 아닌 이성적으로 해라.


고급스러운 책상 위에 덩그러니 안경케이스가 반만? 열려있고 그 안에 검정 뿔테 안경이 엄숙한 분위기로 누워있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느낌이 드는 광고 한편엔 어디서 많이 본듯한 상쾌한 색상의 자그마한 상자가 놓여 있다. 이 광고는 스페인에서 진행된 렌즈 전문업체 Bausch & Lomb의 광고로써 Bausch & Lomb에서 렌즈를 맞추고 불편한 안경은 고이... 잠 재우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사랑에 푹! 빠진 사람을 보고 흔히들 "이 X 콩깍지가 아주 단단히 씌었구나!?"라며 손가락질을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세상을 통달한 사람마냥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하던 인간이 하루아침에 하트눈을 뜨고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부여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한심스러워 보이면서 한편으론 이유 없이 오장육부가 쿡쿡 쑤셔오는 듯한 기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곁에만 있어도 찬기운이 감도는 차도녀를 머리에 꽃 꽂은 아스트랄한 여자로 만들어 버린다는 무서운 콩깍지, 과연 연애에 있어서 도움이 될까?  오늘은 사랑의 콩깍지가 당신에게 위험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콩깍지는 연애체력을 빨리 고갈시킨다.

콩깍지는 연애 초반을 더욱 열정적이게 만드는 버프의 일종이다. 연애 초반에 수백 겹의 콩깍지에 씌게 되면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상대방의 치아에 낀 고춧가루만 봐도 괜스레 부끄럽고 수줍고 행복함을 느끼지만 이런 현상은 곧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눈앞에 웬 곧 거지가  칠칠치 못하게 입가에 고추장을 묻히며 떡볶이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다들 알다시피 콩깍지라는 강력한 버프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그 기간이 그리 길지 못하고 더 큰 문제는 한번 콩깍지가 벗겨지면 또다시 콩깍지가 씌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일단 연애 초반 콩깍지 버프를 정신줄 놓고 즐기다 보면 콩깍지 버프가 떨어진 이후 뭔가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물론 그 허전함을 콩깍지가 벗겨져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받아 들이면 아무  문제없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콩깍지가 벗겨지고 나서 느끼는 허전함을 상대의 부족함으로 탓하거나 뜨거웠던 사랑이 모두 식어버렸다는 연애회의주의로 빠지는 경우가 태반이라 문제다.


콩깍지 버프가 떨어진 후 그 허전함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 들이지 않고 문제점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대부분의 콩깍지앵들은 연애 초반의 그 감정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의미 없는 노력들을 해보지만 좀처럼 이전과 같은 감정이 들지 않음을 확인하게 되며 연애체력이 급속도로 고갈되게 된다.


콩깍지 버프에 잠시 동안이나마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설렘과 두근거림에 행복해하는 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연애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콩깍지 버프가 지속될 것이라고 여기거나 자신이 콩깍지에 씌었다는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연애라는 것은 하하호호 남자와 여자가 손뼉이 잘 맞는 순간보다 "너 왜 그래!", "너 이런 사람이었어!?", "오늘도 라면?"이라며 지지고 볶고 싸우기도 하며 연애 초반의 설렘보다는 편안함이 더 많은 행동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연애 초반의 설렘과 두근거림이 연애의 전부라고 여기는 순간 당신의 연애는 언제나 3달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다.



콩깍지는 망나니도 소울메이트로 만든다.

콩깍지의 주된 증상 중 하나는 "이 사람은 운명이다!"라고 착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눈으로  볼 땐 분명 평범한 사람인데 그 사람을 만나면 심장이 외출증 끊어달라며 요동치고 그 사람이 안 보이면 괜히 불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은 그저 콩깍지 버프의 초기 증상일 분이지만 콩깍지앵의 시각에서는 운명적 만남이기에 평상시엔 느끼지 못했던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는 요상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소울메이트론은 상대방의 문제점을 객적 관으로 바라보지 않고 밑도 끝도 없이 "이 사람은 달라!"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얼마 전 한 콩깍지앵은 내게 가슴 아픈 사연을 보냈다. 그녀는 얼마 전 모 클럽에서 한 남자를 만났는데, 첫눈에 자신의 소울메이트임을 알아보았다고 한다. 첫눈에 반한 그날 사귀기로 하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음을 알았지만 금방 정리할 거란 남자의 말을 철썩 같이 믿었지만  정리는커녕 알고 보니 그 남자가 지네못지 않은 다지류였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충격적인 상황 속에서도 그녀는 어떻게 하면 그를 제게 돌아올 수 있게 할 수 있냐며 내게 묻는 것이 아닌가!?


남들이  볼 땐 상종하지 말아야 할 망나니도 콩깍지앵앞에 데려다 놓으면 "알고 보면 착한 사람", "힘들지만 헤어질 수 없는 사람", "다른 사람들이 잘 몰라주는 사람"으로 둔갑하며 콩깍지앵들은 뻔히 보이는 실수를 매번 반복한다. (대체 알고 봐도 나쁜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그러니 만약 당신이 연애를 할 때마다 요상한 남자를 만나 고생만 하는 똑같은 패턴을 겪고 있다면 혹시 자신이 콩깍지앵이 아닌지 의심해보자.


물론 이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콩깍지앵은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이 만나는 사람은 다르다고 주장하며 뻔히 보이는 문제점들을 무조건 외면하고 말아버린다. 상대를 깊이 사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상대의 문제점을 바라보는 시각만큼은 애정이 아닌 이성적인 판단이 앞서야 한다. 이 세상에 당신에게 딱 맞는 사람은 없다지만 딱 맞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도저히 당신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을 억지로 인내해가며 만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연애를 시작하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냉철한 이성적 판단을 요구한다. 여기서 말하는 냉철한 이성적 판단은 상대의 연봉, 집안, 배경, 외모 등을 따지라는 게 아니라. 과연 내가 이러한 감정을 왜 느끼는지를 고민하며 자신의 연애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기르라는 것이다. 당신이 매번 연애를  어려워하고 연애에 아파하는 것은 단순히 당신의 연애 스킬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언제나 거대한 감정의 쓰나미에 휩쓸려 정신없이 떠다니기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아무리 냉정한 사람이라도 콩깍지 버프의 효과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자신 스스로 콩깍지버프를 받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고 그에 따른 이성적 판단을 하려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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