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갑자기 헤어지자는 게 아니다.
귀여운 소년의 모습이 그려진 앙증맞은 니트를 뒤집어보니 귀여운 소년의 뒷면에는 퀭한... 눈과 피를 흘리고 있는 듯한 끔찍한 모습의 소년이 있었다. 혹시 이 광고는 아동 의류를 구매할 때 겉만 보지 말고 옷의 안감까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구매를 하라는 공익광고일까? 이 광고는 유니세프의 아동학대 방지 공익 광고로 아동학대는 아동에게 외적인 상처와 함께 내적인(정신적인) 상처를 준다는 것을 강조하는 광고다. 외적인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겉으로 봤을 때 다 치유된 것처럼 보이겠지만 내적인 상처는 잘 아물지 않는다는 것을 옷의 겉과 안의 모습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당신이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남자를 만나고 있다면 아마도 그 남자는 당신에게 불평불만을 잘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이에 당신은 "왜 제 남자친구는 불만이 있으면 대화를 하지 왜 감정을 숨기죠!?"라며 불만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래 싫으면 싫다! 이 부분은 좀 아니지 않으냐! 말을 하면 될 것을 남자들은 왜 혼자 불만을 쌓아두고 있다가 갑자기 이별 통보를 해버리는 것일까? 오늘은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다가 갑자기 헤어지자는 남자의 연애심리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감정을 참아내는 것을 강요받는다.
"왜 남자는 불만을 대놓고 말하지 않지!?"라는 배부른 불만을 품기 전에 남자라는 동물이 양육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자. 당신도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지만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맘껏 드러내지 말라는 교육을 받는다. 생각해봐라 여자 아이가 뛰다가 넘어져서 아프다고 울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자 아이를 어르고 달래지만 남자 아이가 뛰다가 넘어져서 울면 "남자가 이렇게 울면 안되는 거야!"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오죽하면 남자는 태어나서 딱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불문율? 이 있겠는가?
남자는 자라며 남자는 뭐든 참고 인내해야 한다고 배운다. "남자가 뭐 이런 것 가지고 힘들다고 그래!", "남자가 이렇게 편식하면 안돼!", "남자가 씩씩해야지!"등등의 말들을 통해 남자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참고 인내하는 것에 익숙하게 된다.
이렇게 인내심 조기교육을 받은 남자들은 웬만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잘 드러내지 않게 된다. 이런 인내심 조기 교육 덕분에 남자는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여자처럼 불평불만을 내뱉기보다 "뭐 그냥 그럴 수도 있지~"하는 무딘 신경을 자랑할 수 있게 되는 거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와 트러블이 났을 때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보다는 우선 참고 인내하려 한다.
확실히 작은 트러블들은 남자가 조금만 양보하고 인내를 해주는 것이 트러블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남자의 입장에서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트러블이 발생하게 되면 남자의 이런 인내심 제일주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머리로는 "남자가 이 정도는 그냥 참아내야지!"하면서도 가슴에서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냐!?"라는 억울함이 샘솟으니 남자는 혼자서 다중이가 되어 자기 자신과 싸우다 결국엔 "그냥 다 때려 치자!", "난 아무래도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나 보다.", "그녀를 도저히 받아 줄 수가 없다!"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불만을 잘 표현하는 남자 정말 좋을까?
이렇게 말하면 "왜 남자는 그렇게 답답하게 살아요!?", "불만을 잘 표현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과연 그럴까? 당신이 약속시간에 조금 늦었다고 짜증내고,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 한마디도 지지 않고 당신과 말다툼을 하고, 당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참견하고 토를 다는 남친의 모습을 생각해봐라. 당신도 모르게 입에서 "무슨 남자가 저래..."라는 말이 신음처럼 흘러나올 것이다.
갑자기 이별 통보를 받은 당신 입장에서는 "남자가 좀 표현 좀 하지..."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만약 정말 당신의 바람대로 남자가 자신의 불평불만을 여과 없이 떠들어댔다면 당신은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남자에게 이별통보를 했을 것이다.(사실 남자 입장에서 여자는 너무 여과 없이 불평불만을 말한다.)
물론 여자라고 모든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여자도 남자처럼 어떠한 불만을 품고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자신의 불만을 말하지 않는 것이고 남자는 자신의 불만을 드러내는 것을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여기는 것에서 확실한 차이가 있다. 한마디로 여자는"남자가 날 좀 이해해줘!"라고 생각한다면 남자는 "이런 건 내가 알아서 해결해야 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남자는 곰 같은 남자가 좋은 거다. 앞서 말했듯 남자가 자신이 느끼는 불만사항에 대해 시시콜콜 떠들어댔다면 당신은 연애가 아닌 시집살이를 한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니 남자가 불만사항에 대해서 말을 잘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져서는 안된다. 이럴 때야 말로 여자들의 특기인 센스를 발휘하여 남자가가 현재 트러블에 대해 잘 이겨낼 수 있는 상태인지 아닌지를 파악해봐야 하지 않을까?
뭐가 불만이냐고 묻지 말고, 사과를 빙자한 떡밥을 던져라.
연애를 잘 모르거나 이기적은 여자들은 남자에게 자신의 불만을 마구 쏟아 붓다가 갑자기 떨어지는 이별의 날벼락을 맞지만 현명한 여자들은 남자의 달라진 행동을 보며 상황이 극으로 치닫기 전에 남자의 불만의 원인을 알아내려고 시도를 한다. 여기까지는 분명 현명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오빠 요즘 무슨 할 말 있어?", "내가 뭐 잘못했어?" 등등의 돌직구 퀘스천으로 마지막 남은 기회를 현명하게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앞서 말했듯 남자가 자신의 불만을 여자에게 털어 놓지 않는 것은, 시시콜콜 불만을 쏟아내는 것은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돌직구 퀘스천도 아주 나쁜 방법은 아니겠지만 자존심이 센 남자일수록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둘러대곤 속으론 "아... 그녀는 내가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걸 모르는구나..."라고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럴 땐 여자의 주특기인 센스를 발휘해 보자. 요 근래 당신이 남자에게 짜증을 많이 부렸다면 "무슨 불만 있어!?"라며 돌직구 퀘스천을 할게 아니라 "요즘 내가 회사일 때문에 너무 예민해서 오빠한테 너무 많이 짜증냈지? 미안..."이라며 사과를 빙자한 떡밥을 던져보자.
그러면 못난이 인형처럼 심술궂은 표정을 하고 있던 남자친구의 표정이 봄날의 눈처럼 사르르 녹아내리며 "아... 아니야;;; 요즘 많이 힘들었어~?"라며 오히려 당신에게 미안해하거나 "그래, 요즘 네가 많이 힘든 건 알아! 근데 블라블라~"라며 자신의 속마음을 꺼낼 것이다.
내가 보기엔 남자나 여자나 둘 다 똑같이 키는 크고 나이는 먹지만 마음속 심리상태는 둘 다 해님유치원 하늘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다만 남자라는 동물은 감정을 억제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며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하며 살아간다는데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여자들아. 당신들이 매번 주장하듯 남자는 센스가 없고 그대들은 섬세한 센스를 가졌다. 그러니 그 센스를 예민한 감성을 키우는 데에만 쏟지 말고 남자의 내적 상처를 읽어내고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끌어 내는 데에도 사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