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함을 곱씹지 말고 다투지 않는 것에 집중해라.
나보다 나이도 많고 연애경험도 많고 남자면서... 그것 하나 이해를 못해주냐니... H양의 말도 맞지만 H양은 중요한걸 빼먹은 거다. "남자친구도 사람이다." 사람이라 이해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거고 남자친구도 H양처럼 이해받고 싶을 수 있는 거다.
"이전처럼 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생각할게 아니라 이제 남자친구도 한계에 다다랐으니 남자친구와의 행복한 연애를 위해서 일방적으로 남자친구의 이해를 바랄게 아니라 H양 스스로 자신의 문제점도 고쳐나가자.
저희가 사랑싸움을 하는 패턴은 항상 똑같아요. 남자친구가 절 서운하게 만들고 저는 그 서운함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남자친구는 제 표현을 가지고 더 화를 내고요... 얼마 전에는 오빠 사촌의 결혼식이 있었는데 남자친구가 회사일로 바빠서 저랑 결혼식장에서 만났다가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회사로 돌아갔어야 했어요... 저는 서운한 맘에 "오빤 결국 오늘 결혼식 때문에 내가 필요했던 거네..."라고 했고 오빠는 화를 내며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냐고 하더라고요...
제가 말을 극단적으로 한 건 사실이지만... 그 원인은 오빠가 제공한 건데... 오빠는 그 원인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제 표현만 가지고 화를 내더라고 요...
H양을 비롯한 수많은 여자들이 알아야 하는 건 사랑싸움을 하며 누가 잘못했냐는 식으로 따지고 들면 사랑싸움은 끝이 나지 않는다는 거다. H양 입장에서는 "오빠가 먼저 서운하게 했잖아!"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남자친구 입장에서는"내가 노는 거야? 뻔히 일 때문에 그런 거 다 알면서!"라고 말할 수 있는 거다.
서운함을 곱씹지 마라, 곱씹어봐야 결국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먼저 사과를 하기보다 "그렇게 한건 내 잘못이지만 오빠가 먼저 그랬잖아!"라는 식으로 사랑싸움에 기름을 붓게 된다. H양 입장에서는 "내 잘못도 인정했는데!"라고 억울해할지 몰라도 뉘앙스를 곱씹어봐라 결국 "내가 잘못한 건 너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 아닌가? 이런 식인데... 어떤 사람이 속이 안 뒤집어지겠나?
생각해봐라 남자친구가 "내가 오늘 바빠서 집에 못 데려다주는 거 정말 미안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라고 말한다면 H양은 "맞아 내가 미안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신이 서운함을 곱씹을수록 당신은 당신의 입장에 갇혀서 자신의 잘못은 합리화하고 상대의 잘못은 극대화하게 되며 결국 작은 트러블이 걷잡을 수 없는 사랑싸움으로 커지게 된다. H양이 경우처럼 말이다! 서운할 땐 서운하더라도 그것을 곱씹지 말고 일단은 이 트러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를 생각해라. 물론 H양은 "오빠도 잘못했는데 왜 나만 노력해요?"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일단 틱낫한 스님의 말씀에 귀기울 여보자.
만약 당신의 집에 불이 났다고 쳐보자. 그러면 당신은 무엇보다 먼저 그 불을 끄려고 해야 한다. 방화범의 혐의가 있는 자를 잡으러 가서는 안 된다. 만약 집에 불을 지른 걸로 의심 가는 자를 잡으러 가면 그 사이에 집이 다 타버릴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당연히 먼저 불부터 끄고 봐야 한다. 화가 치밀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당신을 화나게 한 상대방에게 앙갚음을 하려고 계속 그와 입씨름을 한다면 그것은 마치 불이 붙은 지을 내버려두고 방화범을 잡으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 행동이다.
- 틱낫한 스님의 '화'중에서
사랑싸움을 하는 중에 누가 잘못을 했는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아니다 정말 더 중요한 건 둘 사이의 관계가 다 타버리기 전에 불을 끄는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둘 사이의 관계가 다 타버린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
사실 저희 커플은 1년을 만나며 수도 없이 싸우며 이별과 재회를 반복했어요... 오빠는 제게 잘해줬었지만 한 번 이별통보를 하면 절대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고 항상 제가 먼저 오빠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어요. 그래서인지 오빠는 너무 지쳤다며 시간을 좀 갖자고... 당장의 상실감 때문에 잡지 말고 잘 생각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제 모습 모두를 이해해줬는데... 이제는 제 밝은 모습만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 이 감정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 안타까우면서도 남자 입장에서 치밀어 오르는 이 답답함을 말이다. 자! H양아... 이 세상 모든 사람은 상대의 밝은 모습을 좋아한다. H양 도 그렇지 않나? 예전에 남자친구가 마냥 잘해줄 땐 좋다가 조금 변했다고 불평불만이 생기지 않는가? 자신에게 부정적인 면이 있다면 "왜 예전에는 다 이해해주다가 이제 와서 이해 안 해줘? 나 안 사랑해?" 할게 아니라 "그동안 힘들었지...? 미안해... 내가 고쳐볼게!"라고 하는 게 맞는 거다.
또한 사랑싸움을 했다면 대충 넘어갈게 아니라 자신의 잘못에 대해 곱씹어보고 다음에 또 똑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근본적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니 계속 같은 사랑싸움이 반복되고 둘 중 한쪽이 지치게 될 수밖에 없는 거다.
이쯤 H양의 머릿속엔 "나만 잘못한 게 아닌데 왜 나만 그렇게 해야 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내가 지금 말하는 건 전부다 H양 잘못이니 H양이 책임지고 H양만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시시비비를 가리며 감정싸움을 하기보다 냉정하게 트러블의 원인을 찾고 그것을 해결해나갈 방법을 고민해보라는 뜻이다.
H양이 대화법을 바꿨다면 어땠을까? 남자친구가 서운하게 해도 극단적이거나 자극적인 표현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했다면 분명 1년 동안 겪었던 수많은 이별과 재회들이 절반 아니 1/3 정도로 줄어들지 않았을까? 이런 내 말에 "그렇게 했어도 남자친구는 저를 서운하게 했을걸요!?"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나는 묻고 싶다.
"1년 동안 남자친구의 서운한 행동에 자극적인 표현을 해서 남자친구의 행동이 변했는가?" 1년 동안 해봤는데 변화가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을 때가 아닐까?
오빠가 돌아온다면 너무 좋겠지만... 지금 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또 사귄다고 해도 또 이런 식으로 싸우게 될 것 같고... 저희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또 제가 뭘 어떻게 해하는지 알려주세요...
이별통보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생각이다. H양의 남자친구의 말처럼 당장의 상실감 때문에 허겁지겁 상대에게 매달리거나 시간이 지나고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건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시 남자친구가 돌아왔을 때 H양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무궁무진한 방법이 떠오르지만 일단 서운함을 표현하는 방식부터 바꾸자. 서운하고 화가 날수록 오버를 하면서 더 밝게 표현을 하는 거다. 앞서 H양의 경우라면 "결국 오늘 결혼식 때문에 내가 필요한 거였네..."라고 할게 아니라 "난 오빠 더 오래 보구 시푼데에~ 오빤 이렇게 휙~ 가보 릴 거야?" 정도면 좋다.
물론 그럴 기분이 아니라는 건 안다. 하지만 일단 해보자. 신기하게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당신이 서운하고 화가 나는 건 간단한 원리다. 남자친구가 H양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으니까...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으니까 화가 나는 거다.
이때 화를 내 거나 짜증을 내면 남자친구는 100%는 똑같이 짜증을 내며 당신의 서운함과 분노에 불을 싸질러놓겠지만 일단 H양이 밝게 이야기를 하면 남자친구는 분명 "아... 애기야 미안해... 나 회사 때문에..."라며 H양을 달래려고 할 것이고 그 모습을 보며 H양은 흡족한 마음이 들것이다.
만약 남자친구의 반응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밝은 목소리로 직접 명령을 하자! "오뽜~ 오뽜가 나 안 달래 주니까 나 삐질 것 같단 말이야~ 애기야 미안해~ 오빠가 사랑하는고 알지~? 세 번만 해줘~" 분명 남자친구는 피식 웃으며 "애기야 미안해~ 오빠가 사랑해~ "라고 할 것이다.
옆구리 찔러서 받은 절이지만 당신은 100%의 확률로 서운한 맘이 싹 사라질 것이다. 결국 당신이 원하는 건 남자친구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남자친구가 당신을 더 사랑한다는 증거가 보고 싶은 거다. 그렇다면 화를 내지 말고 남자친구가 당신을 더 사랑한다는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하자. 그게 맞는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