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만나야 관계가 진전된다.
L양이 뭔가 상황 파악을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상황은 L양과 K군이 썸을 타다가 예기치 못한 어떠한 문제에 봉착한 상황이 아니라 애초에 썸이 아닌 L양은 일방적으로 사랑을 갈구하고 K군은 다소 거만한 태도로 받아줄까? 말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조금은 K군이 L양을 좋아하는 거냐고? 단언하지만 절대 K군은 L양을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할 때에도 친하게 지냈었지만 K군이 이직을 하고 나서 더 연락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서로 고민상담도 해주고... 처음에는 그냥 동료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야기를 많이 해보니 K군에게 호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때가 3월 초쯤이었는데... 만나지는 않고 카톡이나 전화통화로 연락을 하고 있었고 저는 K군에게 호감이 생기고 있었는데 K군은 제맘도 모르고 제게 연애상담을 하더라고요...
L양과 같은 짝 러버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애에 있어 로봇 이상으로 수동적이라는 거다. 요즘 로봇들은 굳이 사람이 명령하지 않아도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여 어느 정도는 척척 능동적으로 일을 처리하지만 짝 러버 들은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하면 그저 그 행동을 받아줄 뿐이다.
L양을 보자, K군에 대한 마음이 커져가면서도 먼저 만나자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매일 전화나 카톡으로 허튼소리를 하고 있지 않은가? L양의 마음을 아주 모르는 건 아니다. "이렇게 서로 연락을 하다 보면 K군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날이 오겠지..." 혹은 "이렇게 지내다 보면 우연히 어떤 사건을 계기로 사귀게 될지도...?" 따위의 감나무 밑에 누워있으면 언젠간 감이 떨어지겠지 식의 마인드인 것 같은데...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
연애란 둘 중에 한 명이 능동적으로 상대를 유혹해야 하는 거다. 이왕이면 여자 쪽이 팔짱을 끼고 남자의 대시를 적당이 튕기고 당기고 하는 게 좋겠지만 상대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자존심 따위는 살짝 안주머니에 넣어두고 상대에게 매력을 어필하고 상대가 치고 들어올만한 여지를 보여주는 게 맞다.
짝사랑이든, 썸이든 어떤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자연스럽게 달콤한 썸의 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릴게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직접 만나서 당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내가 L 양이었다면 좋아하는 사람의 연애상담을 해주는 바보 같은 짓을 하지도 않았겠지만 만약 해야 한다면 "K군! 연애상담을 맨입에 해달라고 하는 건 실례 아닌가? 맥주 한잔은 사면서 말을 해야지!"라며 뻔뻔한 데이트 신청을 했을 것 같다. 그리고 맥주 한잔을 하며 "으이그~ 바보야!"라며 K군을 볼을 꼬집고 "가만 보면 K군은 은근히 순진한 구석이 있단 말이야?"라며 귀엽다는 식으로 K군을 바라보고 K군이 좋아한다는 여자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늘어놓다가 "나라면 K군, 확 덮쳤을 텐데..." 따위의 멘트를 던지며 자연스럽게 끼를 부렸을 텐데... 연애상담을 해주며 말이다!!!
좋아하는 사람의 연애상담을 해주려니 이래저래 고역이더라고요... 참다 참다...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새벽 감수성을 이용해 고백해버렸어요. 당연히 결과는 제가 그냥 친구로 밖에 안 보인다고... 우리가 될사이라면 언젠가 여자로 보일 날도 있겠지...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뭐 당연한 결과니까 받아들이고 그때부터 계속 대시를 했어요. 너 좋다고 좋다고... 그러다 보니 걔도 차츰 마음을 열어가더라고요.
이 부분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다... 상대의 연애상담을 들어주다 대뜸 전화로 고백이라니... 만나서도 아니고 근래에 만났던 것도 아니고... 맨날 전화로만 연애상담을 해주다 고백이라니... 거기에 친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결과를 받아들이고 그때부터 계속 대시라니...ㅠ_ㅠ 무엇보다 가장 슬픈 건... 계속 대시를 해서 상대가 마음을 열었다고 느꼈다니...
아... 정말... 어디서부터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부터 말을 하자면 고백이라는 것은 세리머니 같은 거다. 축구선수들이 그림 같은 골을 성공시키고 "나 잘했지!? 나 멋지지!?"라며 관객들에게 어퍼컷을 날리고 동료와 부둥켜안는 그런 거 말이다. 골도 넣기 전에 소리를 지르고 어퍼컷을 날리는 스트라이커가 이상한 것처럼 아직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채 일단 고백부터 하는 것 또한 매우... 아주 매우 이상한 행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백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는데 "내가 고백을 하면 상대가 내 맘을 알아줄까...?" 따위의 생각을 하지만 조금만 따져봐도 이 생각이 얼마나 어이없는 생각인지 알 수 있다. 평소 별로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고백을 하면 갑자기 좋아지나? 반대로 평소 좋아했던 사람이 고백을 안 한다고 갑자기 싫어지나?
고백은 세리머니인 거다. 모든 결과는 당신이 고백을 하기 전에 이미 결정이 나있다! 당신이 보기에 아직 적당한 썸이 흐르지 않았다면 당신의 고백은 100% 거절당하는 게 당연한 거다! 제발... 고백 좀 하지 마라!
당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면 상대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요즘 이상하게 K군 웃는 모습이 예뻐 보이더라"정도의 멘트를 던져보고 상대의 반응을 살펴보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날 좋아한다면 부끄러워하면서 대화의 분위기가 달라지겠지만 날 친구로만 본다면 "이상한 소리 말고 술이나 마셔~"라고 서둘러 대화를 종료할 것 아닌가?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랬다. 다짜고짜 고백을 하지 말고 상대가 나에게 충분한 호감을 표현하다고 느꼈을 때 그때 고백을 해야 고민이라도 해볼게 아닌가!?
일단 K군이 저를 여자로 보도록 노력을 해본다고 했었고 저는 계속해서 연락을 하며 대시를 했었어요. 저는 순조롭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뭔가 느낌이 되게 쎄... 한 거예요. 연락도 드물고 먼저 연락도 안 하고... 그래서 제가 너 뭐냐고 나 가지고 노는 거냐고 하니까 K군은 미안하다고... 자꾸 연애 상담하던 그녀가 생각난다고 하더라고요...
L양아... 사랑은 구걸하는 게 아니다. 더욱이 상대가 L양을 좋아하도록 노력하게 만드는 게 아니다... L양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며 당당히 유혹을 해야 하는 거다. L양의 가장 큰 실수는 K군을 좋아한다면서 몇 달 동안이나 만나지도 않고 카톡 친구만 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친구로 시작했고 이직 후 한 번도 만나질 않았는데... K군이 L양을 어떻게 좋아하겠는가? 이게 무슨 싸이버 러버도 아니고...
또한 대시는 한 번이면 됐다. "나너 좋아한다니까!!! 너도 나 좋아해줘!!!" 식의 구걸은 이제 그만하자... 구걸을 할 땐 하더라도 일단은 K군에게 L양이 얼마나 매력적인 여자인지는 어필을 해봐야 할 것 아닌가... 스스로의 가치를 더 이상 떨어뜨리지 마라... 장담하는데 K군에게 있어 L양은 날 좋아하는 여자일 뿐이다.
일단 만나라, 그리고 K군이 L양을 좋아해주길 바라기 전에 L양이 K군을 유혹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을 해라. 언제까지 달님을 보며 "K군이 저를 좋아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를 하는 식의 연애를 할 건가? 일단 만나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사랑을 구걸하기보다 K군을 유혹하는 데에 집중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