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반대할수록 상대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답답한 K양의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까지처럼 계속 남자친구에게 하지 말라는 식으로 잔소리를 하면 남자친구는 K양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달달했던 연애관계마저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 K양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배신감이 들겠지만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몇 가지 불길한 질문을 던져보자. 또한 남자친구를 위한 조언보다 남자친구에게 K양이 남자친구의 확실한 지지자임을 알려라!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일이 K양의 바람대로 될 것이다.
바로님 제발 도와주세요. 저희는 내년에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 커플입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뜬금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아는 선배랑 작은 가게를 내겠다는 거예요... 학생 때 아르바이트 한번 제대로 해본 적도 없으면서 무슨 가게냐고 해도, 가게를 차려도 맨날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던 그 선배랑은 제발 하지 말라고 말려도 남자친구는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러냐고 화만 내네요...
정말... 얼마나 황당했을까!? 결혼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창업이라니! 그것도 이상한 선배의 꼬임에 빠져서!!! 마음 같아서는 남자친구의 선배라는 작자를 찾아가 정강이뼈를 둘로 나눠주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K양이 창업에 대해 반대를 하고 남자친구의 선배에 대해서 비난을 할수록 남자친구는 더더욱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K양이 창업이 어려운 이유와 남자친구의 선배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말하면 K양의 남자친구는 창업이 잘될 수 있는 이유와 선배를 신뢰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말을 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말 큰 문제는 K양의 의견에 반박을 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여러 정보들을 수집하다 결국 자신의 주장이 완벽하다는 생각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그렇다. 자신의 의견에 대해 누군가 반대를 하고 비난을 하면 자신의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기를 쓰고 달려들게 돼있다. K양이 남자친구의 말이 틀렸다고 말하지 마라. 그건 남자친구를 더더욱 독선적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창업일로 몇 번 다투고 나서는 제가 창업 관련 얘기만 꺼내도 짜증을 내고 제 얘긴 들으려고도 하지 않아요. 남자 친구가 이대로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이일로 저희 사이가 아예 틀어져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네요...
왜 남자친구가 K양의 얘길 듣지도 않으려고 할까? 이유야 뻔하지 않은가? K양은 분명 반대할게 뻔하니 K양이 말만 꺼내도 짜증을 내며 아예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거다. K양 입장에서는 K양의 의견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그저 자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의 말일뿐이다.
K양이 정녕 남자친구가 K양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K양의 말이 얼마나 이 성적이 합리적인지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친구로 하여금 K양이 남자친구의 편이라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다.
"알바도 안 해봤으면서 무슨 창업이야!"라는 말은 분명 따끔하지만 남자친구에겐 꼭 필요한 충고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따끔한 충고는 남자친구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남자친구와 감정싸움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자.
K양 입장에서는 속이 터지겠지만 일단은 남자친구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응원해주자. "창업이 힘들긴 하겠지만 오빠는 잘할 수 있을 거야!", "오빠가 뭘 못하겠어~", "오빠가 하는 일인데 오빠가 어련히 꼼꼼하게 따져봤겠어~"등의 말들은 남자친구로 하여금 K양을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자신의 계획에 대해 더욱 디테일하게 K양에게 설명을 하고 이에 대해 K양의 의견을 물어볼 것이다.
남자친구는 자기가 알아서 다 준비한다고 말 은하지만 저는 불안하기만 하네요... 대학 다닐 땐 취업준비에 열중하고 취업해서는 회사일만 하던 사람이 무슨 창업인지... 조언을 하려 해도 듣질않고 그렇다고 이렇게 그냥 둘 수만은 없는 노릇이고... 친구들은 그냥 헤어지라는데... 정말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앞서 말했듯 절대로 남자친구의 의견에 반대하지 마라. 그것은 역효과를 불러오는 것은 물론이며 K양과의 관계마저도 망가뜨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단 남자친구의 편을 들며 남자친구의 계획들을 찬찬히 들어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넌지시 지나가는 말로 부정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 오빠가 알아서 잘하겠지만 세금이 만만찮을 텐데...", "사업 아이템은 참 좋은 것 같다~ 근데 인테리어 비용이...", "내가 가게 낼만한 곳을 좀 알아봤는데 보증금이나 월세는 나쁘지 않은데 권리금이...."라며 남자친구의 편을 들어주는 듯하며 뒤에 부정적인 질문을 덧붙여보자.
처음엔 "뭐 그 정도는 다 생각했었어!"라며 자신 있게 말하던 남자친구도 집에 돌아가 침대에 누워서는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지며 머리를 쥐어뜯을 것이다. 남자친구를 위해 따끔한 충고를 해주고 싶은 당신의 마음은 알지만 절대로 듣기 싫은 잔소리를 늘어놓는 잔소리꾼이 되지 마라.. 당신이 잔소리꾼이 될 필요는 없다. 당신은 언제나 남자친구의 편을 들면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며 남자친구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라.
당신이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바보가 아니라면 스스로 자신의 계획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깨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