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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ul 07. 2016

이성의 이야기가 공감이 가지 않는다면?

일단 들어보자.

나와는 관심사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한다는 건 여간 고역이 아니다. 나는 전혀 아는 바가 없고 심지어 관심도 없는 분야에 대해 주절주절 늘어놓는 상대를 보고 있으면 "대체 저런 걸 왜 좋아하지...?"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저는 그런 것 따위 관심 없는데요?"라고 말하기엔 당신은 너무 젠틀하다. 더욱이 상대가 당신의 심장을 달달하게 해줄 정도로 꽤 괜찮은 상대라면!? 마음에 드는 이성의 이야기가 공감이 가지 않을 때! 어떡해야 할까?



일단 들어보자.

일단은 그냥 들어보자. 아는 것도 없고 관심도 없는 어떤 것에 대해 구구절절한 사연을 들어야 한다는 건 자막 없이 알자지라 방송을 보는 것 마냥 답답하고 지루한 일이겠지만 글도 한번 무슨 말인지 드러나 보자. 꼭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것을 이해하고 억지로 공감을 해줄 필요는 없다. (그래도 중간중간 고개르 끄덕이고 "아...", "오~", "진짜?" 정도는 해주자.)


야근하며 클럽 뮤직을 듣듯, 운전하며 라디오를 듣듯 그냥 넋 놓고 한번 드러나 보자. 신기한 건 일단 멍하니 듣다 보면 그 나름의 맛이 있다! 내가 보기엔 치약 뒤편에 적힌 성분 분석표보다도 더 사소한 이야기를 신이 나서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귀엽다? 는 생각까지 든다.


재미있는 건 이렇게 멍하니 얘기를 듣고만 있어도(적당히 추임새만 넣어줘도) 관심도 없던 어떤 것에 대해 이런저런 잡지식이 쌓인다. 특히 이성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나름 요긴한 잡지식을 얻을 수 있는데, 내 경우로 말하자면 브라 사이즈 재는 법이라던가, 화장품 브랜드별로 주력 아이템이라던가, 각종 패션 용어들을 얻었었다.(대체 이런 얘길 왜 남자한테 하는 걸까?)


물론 당신이 보기엔 남자가 알아봐야 쓸데없는 잡지식 같겠지만 의외로 여자들과 대화할 때 요긴하게 사용되며 무엇보다 이렇게 쌓인 잡지식은 다음에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 콩알만 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니 상대방이 아무리 관심 밖의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일단은 주목하고 경청을 해보자. 이때 쌓인 잡지식은 분명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거다. 당신이 여자라면 "친척 오빠는 백마 부대 나왔는데 XX 씨는 어디 부대 나오셨어요?" 따위의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에... 친척 오빠는 백마부대가 제일 힘들다고 하던데..."라고 한마디 덧붙이면 당신은 몇 시간이고 입을 떼지 않아도 상대는 신나서 열변을 토할 것이다.

 "일단 듣자, 당신에겐 관심 없는 얘기겠지만 분명 쓸데가 있다."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을 해라.

당신이 적당히 추임새를 넣으며 상대의 얘기를 듣기만 해줘도 상대는 당신이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재미있어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신나게 대화를 풀어나갈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하지 말고 상대의 이야기에 적당한 질문을 던져 보자.


당신이 남자라면 여자친구가 "글쎄! 내 옆자리에 있던 XX 씨가 과자를 사 왔으면서 주위 사람들은 주고 나는 안 주는 거 있지!?"라고 얘기했을 때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 네가 사 먹으면 되지"라며 여자친구를 쪼잔한 사람을 만들게 아니라 "진짜 얄밉다! 이거... 복수를 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물어보자. 궁금하지 않은가!? 남자가 보기엔 그런 걸 가지고 싸우나 싶겠지만 여자들의 세계에선 그런 사소한 일을 어떻게 복수하고 화해하는지!?


물론 끝까지 궁금하지 않을 수 있지만, 당신이 궁금해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여자친구는 당신이 자신의 이야기를 관심 있게 듣고 있다고 생각하며 기뻐할 것이고, 당신은 당신이 모르는 세계에 대해서 하나 더 배울 수 있다.

얼마 전 여자친구가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심각하다는 표정으로 "오빠 선크림 안 바르지!?"라며 물었다. 난 그런 건 바닷가에서나 바르는 거 아니냐고 물었고, 여자친구는 자신의 체험담을 늘어놓으며 선크림의 중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관심 밖의 이야기였지만 일단 진지한 자세로 경청을 했고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그냥 BB크림 바르면 안 되나?", "어떤 종류가 있는데?", "얼굴이 막 경극배우처럼 되는 거 아냐?" 등등의 무식한 질문을 쏟아내자 여자친구는 유치원생에게 양치질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처럼 친절하게 알려주었고 나는 기뻤다. 여자친구가 자외선 차단제에 대한 요긴한 정보를 줘서? 물론 절대 아니다. 내가 기뻤던 이유는 이거다.

"난 관심 없는 얘기였지만 자기 관심분야에 대해 신이 나서 얘기하는 여자친구의 모습이 귀여워서!"


"상대방의 얘기에 대해 아는 지식이 없어도 걱정하지 말자, 당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솔직히 말을 하고 질문을 퍼부으면 상대방은 해외여행 중에 동포를 만난 것 마냥 쉴 새 없이 얘기를 쏟아내며 즐거워할 것이다."



상대에게 추천을 부탁해보자.

한참을 차외선 차단제에 종류와 장단점, 그리고 쓸만한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다 내가 물었다. "음... 그러면 나한테는 어떤 제품을 쓰는 게 좋을까?" 한참을 자신의 전문 지식을 쏟아내던 여자친구는 성형외과의사의 눈으로 찬찬히 훑으며 (왜 하필이면 성형외과의사의 눈이었을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스킨로션은 자주 바르는 편이야?", "오빠 피부 지성인가?", "하얗게 뜨는 건 싫겠지?"


그러더니 연륜 있는 소믈리에가 VIP에게 와인을 추천하듯 내게 몇 가지 제품을 추천해주었고 자신의 커다란 가방에서 몇 가지 제품을 꺼내 직접 발라보고 결정하라며 권했다. (아니!!! 대체 왜 자외선 차단체를 종류별로 가지고 다니는 거야!!!) 그렇게 두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난 내게 맞는 차외선 차단제를 고를 수 있었고 여자친구는 자기의 관심사와 전문지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어떤 것에 대해 신나게 경청을 하고, 질문을 쏟아내었다면 마지막에는 꼭 잊지 말고 당신에게 맞는 것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화장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면 자신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해 달라고 하고, 노트북에 대한 이야기 했다면 현재 자신의 업무에 쓸만한 가성비 좋은 노트북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그리고 말하는 거다.

"내가 이런 거 잘 몰라서 그러는데 사러 갈 때 같이 가주라~?"

그리고 그 뒤에 살짝 이런 말을 얹어보자.

"그 대신 쇼핑하고 나서 치맥 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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