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당신이 싫어서 헤어지자는 게 아니다.
헤어지는 게 좋겠다더니 친구로 지내자니!? 이게 무슨 같잖은 말인가? 이별통보를 받은 당신 입장에서는 약 오를 수밖에 없는 말이겠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봐라, 연애라는 게 꼭 미치도록 사랑하거나 꼴 도보기 싫을 정도로 싫거나 둘 중 하나일 수는 없는 거다. 좋아는 하지만 당신의 기준을 채워주기는 부담스러운 그 애매한 지점도 분명 존재한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사랑한다, 결혼하고 싶다 정말 그 친구는 절 사랑받고 있는다는 느낌을 받게 해줬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줄어들면서 트러블이 시작되었죠... 사실 저도 그 친구가 바쁜 걸 알고 있었지만 전과는 다른 모습에 이제는 더 이상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배신감도 들고 힘들더라고요...
처음엔 달콤한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결혼하자고 하더니 시간이 좀 지났다고 눈에 띄게 연락이 줄어들어 버리다니! 이제는 더 이상 L양을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정답은 "마음이 변한 게 아니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다."다.
L양 입장에서는 처음과 달라졌다 생각할지 몰라도 연애 초기의 모습은 새로운 사랑에 흥분한 모습일 뿐 이 모습을 영원하길 바라는 건 솔직히 난센스다.
지금 당신의 주머니에 있는 1년이 지난 스마트폰을 꺼내봐라. 스마트폰을 처음 샀을 때가 기억나는가? 혹시나 떨어질까 조심하며 당신의 스마트폰을 좀 더 이쁘게 꾸며줄 액세서리를 검색하고, 잠금화면과 배경화면을 고르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던가?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어떤 감정이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가라앉기 마련이다. 오히려 어떤 감정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생각해봐라, 10년 전 받았던 상장을 아직도 애지중지하고, 3년 전에 헤어졌던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며 가슴 아파하고, 지난달에 친구가 말실수를 한걸 가지고 아직도 분노를 한다면 어떻게 일상생활이 가능하겠는가?
사랑이든 슬픔이든 분노든 감정은 가라앉게 되어있다.
L양에게는 야속한 말이 되겠지만 처음과 같은 애정을 바란다면 가만히 앉아 예전과 같은 애정을 바랄게 아니라 남자친구가 새롭게 L양에게 사랑을 느끼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결국 저는 남자친구에게 지금 너에게 필요한 건 내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했고 남자친구는 가만히 듣고 있더니 그런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어이가 없었고 화를 내며 쏘아붙이다가 결국 헤어지게 되었어요. 그런데 남자친구는 헤어질 땐 헤어지더라도 친구로는 지내자는 거예요...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혹시 저를 가지고 논 건가요...?
L양은 남자친구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남자친구가 헤어지자면서도 친구로 지내자는 데에는 매우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L양과 남자친구는 고등학교 동창이고 꽤 좋은 사이였으며 무엇보다 남자친구는 L양이 그다지 밉거나 싫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싫은 건 아니면서 헤어지자니! 말 그대로다. 남자친구는 L양이 싫지 않다. 다만 L양이 바라는 만큼 연락을 애정을 보여주는 게 부담스러운 거다. 남자친구는 둘 사이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L양이 계속 힘들어하고 불만을 표현하고 심지어 "넌 내가 필요한 게 아닌 것 같아" 같은 말을 하니 "L양은 아무래도 내가 마음에 안 드나 보네... L양에게 맞춰 줄 수 없으니 헤어져 줘야지..."하는 거다.
다시 말하지만 남자친구는 L양이 싫은 게 아니다. 다만 자연스럽게 흥분이 가라앉은 것이고 그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자신의 일과 우정 등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쓰면서 연애도 하고 싶었던 거다. L양은 이별이 남자친구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전적으로 L양의 선택이었다.
남자친구는 L양과의 연애에서 불만이 없었다. 오직 L양만이 처음과 다른 남자친구의 행동에 불만을 느끼고 심각한 고민을 했었고 남자친구에게 L양의 기준에 맞춰줄 것인지 아니면 헤어질 것인지를 양자택일하게 몰아갔고 남자친구는 L양의 기준이 부담스러워 이별을 택했을 뿐 L양이 밉거나 싫은 건 아니었기에 아무렇지 않게 친구로 지내자고 하는 것이다.
이별 후 얼마 지나고 나서 제가 남자친구의 동네에 갈 일이 생겨 만나게 되었는데... 남자친구는 마치 사귈 때처럼 행동을 하는 거예요. 환하게 웃고... 볼을 꼬집고... 저는 대체 이게 뭔가 싶어서 카페 화장실에서 울기까지 했어요... 정말 남자친구는 저를 가지고 노는 걸까요...?
헤어지자고 해놓고 환하게 웃으며 잘해주는 건 절대로 당신을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L양은 그런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어야 했다.
"남자는 당신이 닦달하지 않으면 당신에게 잘해준다."
L양이 이제는 남자친구가 아니기 때문에 연락을 가지고 뭐라고 닦달을 하지 않으니 남자친구는 L양에게 환하게 웃어주는 거다. 한번 따져봐라, 헤어지고 나서 갑자기 사귈 때보다 더 연락을 잘하고 잘해주는가? 아마 사귈 때랑 비슷할 거다. 하지만 L양이 그런 남자친구의 행동에서 긍정적인 느낌을 받는다는 건 남자친구가 잘해줘서가 아니라 L양의 기대치가 내려갔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줄어들었을 때 "아무래도 날 사랑하지 않는 게 틀림없어!"라며 남자를 닦달하며 L양의 기준에 맞출 것인지 아니면 이별인지 양자택일의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 아니라. L양 또한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지인과의 관계를 좀 더 돈독하게 유지하는 데에 시간을 쏟았다면 어땠을까?
"예전처럼 내게 애정을 쏟아줘!" 라며 남자친구를 압박하기보다 남자친구의 빈자리를 L양이 다른 것으로 채우며 남자친구와 템포를 맞췄다면 분명 열정적인 연애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안정적인 연애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연애에 있어서 항상은 없다. 처음에는 상대가 당신을 더 좋아하고 헌신하다가도 언제든 역전이 될 수 있는 거다. 그렇다고 처음처럼 해달라고 강요하지 마라 감정 은은 개인기가 아니다. 해달란다고 뚝딱 해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당신이 왜 남자친구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떠올려봐라.
남자친구가 사랑해달라고 강요하였는가? 아마도 남자친구의 어떠한 행동이 고맙고 사랑스러웠을 것이다. 남자친구의 행동이 변했다면 L양도 남자친구처럼 했어야 했다. 강요할게 아니라 사랑받을 수 있는 노력을 했어야 했단 말이다.
물론 아무리 노력해도 예전처럼 열정적일 수 없는 때가 오기도 한다. 그때에는 사랑이 식었다고 관계가 끝났다고 비관할게 아니라 드디어 서로에게 익숙해졌다고 기뻐해야 할 일이다. 이제 쓸데없는 감정 다툼은 그만하고 서로 자기계발에 힘쓰며 결혼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서로 익숙해질 그날을 기다리게 되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