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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ul 28. 2016

애매한 썸남의 행동이 고민이라면 이렇게

당신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찬바람이 쌀쌀 불어오니 솔로들의 마음도 덩달아 조급해 지나보다, 항상 재회 사연으로 가득 찼던 메일함에 요즘따라 유독 썸남 사연이 가득한걸 보니 말이다. 분명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결정적 한방은 나오지 않고... 뭐지...? 이거 혹시 날 가지고 노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겠지만 흥분하지 말고 조금만 생각해보자.

"과연 썸남의 애매한 행동이 나쁜 걸까?"

(오늘은 좀 따끔 까칠할 수 있으니 주의!)



당신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요즘 J군 때문에 머리가 너무 아파요... 저를 좋아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저를 가지고 노는 건지... 차라리 연락을 하지 말던가 대체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어요.


파티에서 만난 Y양의 사연을 듣자마자 난 이렇게 물었다. "J군이 좀 애매하게 행동하면 안 되는 거예요? 꼭 Y양에게 홀딱 빠져서 올인해야 하는 거예요?" Y양은 이러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둥, 난 애매한 게 싫다는 둥 이런저런 이유들을 갖다 댔지만 난 이렇게 말해줬다.


"브로가 그랬죠, '뭐가 애매한 놈들이 자꾸 꼬인다는 건 너도 애매하다는 얘기야'라고... 본인이 애매하니까 본인에게 애매하게 굴었겠죠. 본인이 썸남의 눈에 확 들어오고 완벽하게 이상형에 부합했다면 J군이 그랬을까요?"


Y양은 나의 따끔한 이야기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그런 정도의 마음이라면 됐다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나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기분 나쁠 필요 없어요. 우린 모두 다 애매한 사람들이에요. 날 봐요. Y양 눈엔 내가 완벽한 훈남으로 보여요? 그렇다고 내가 이렇게 저렇게 노력을 했다고 했을 때 나랑 사귄다는 게 죽기보다 싫을 것 같아요? 애매하다는 건 나쁜 게 아니에요. 적어도 나쁘지는 않다는 거고 중간보다는 살짝은 괜찮은 쪽이라는 거예요. 이게 나쁜 건가요?"


자아 중심적 사고는 알게 모르게 우리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생각을 하게 만든다. 솔직히 툭 까놓고 생각해보자. "왜 상대방이 날 좋아해야 할까?", "왜 상대방이 내 입맛에 맞춰서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표현을 해야 할까?", "애매한 행동 때문에 힘든 게 과연 상대방 탓일까?"


상대방은 날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좋은지 싫은지 알 수 없게 애매하게 행동하는 건 상대방의 마음이다. 억울해할 필요 없다! 당신이 보기에 정말 상대방의 애매한 행동이 불쾌하다면 철저히 무관심으로 일관하면 그만이고 도가 지나치다면 정중하게 "죄송하지만 저 본인에게 관심 없고 무엇보다 애매한 행동이 불쾌해요. 앞으론 주의해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면 된다.


근데 정말 문제는  "왜 상대방은 애매하게 행동하지!?"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당신도 상대방에게 애매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거다. 나와 당신은 모두 애매한 존재다. 애매하니까 슬쩍 찔러보고 애매하니까 당신도 상대방의 행동을 기다리기만 하는 거다. 현실을 인정해라, 그리고 선택하는 거다. 저놈을 꼬실지 아니면 무시할지!



애매하다는 건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거다.

J군과는 같은 부서에 있을 때는 그다지 친분이 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다른 J군이 다른 회사로 이직한 후부터 연락이 좀 잦아지고 두어 번 만나기도 했어요. 분명 일과는 관련 없는 연락이지만 또 그렇다고 대놓고 대시를 하는 것도 아닌...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Y양을 비롯한 많은 여자들은 남자의 애매한 행동에 대해 불쾌함을 토로한다. "대시할 거면 확실히 하지! 왜 애매하게 행동하죠?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하지만 앞서 말했듯 J군이 애매하게 행동하다는 건 Y양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똑같은 상황에서 남자와 여자가 다르게 반응을 한다는 거다! 여자들은 애매한 남자의 행동에 불편해하지만 남자들은 애매한 여자의 행동에 현재의 상황을 매우 긍정적으로 여기고 어떻게 하면 상대를 유혹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사실 그렇다. 애매하게 행동한다는 게 뭐가 그렇게 기분 나쁠 일인가? 상대가 당신을 애매하게 대한다는 건 당신이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뜻이다. 앞서 말했듯 나와 당신은 만인이 사랑할만한 완벽한 이상형은 아니지 않은가? 내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1차 관문을 통과를 했다는 신호가 온 건데 과연 기분 나쁠 일일까?


J군의 애매한 행동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필요 없다. 쓸데없이 연락을 한다는 건 Y양이 기대하는 것 마냥 "Y양이 너무 좋은데...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는 아니지만 "Y양 정도면 나쁘지 않지, 근데 J양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의 뉘앙스인 거다.


"꺄! J군이 날 좋아하는구나!"하고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어쭈? 지금 나랑 밀당한 번 하자 이거야~?"정도로 지루한 일상 속에 새콤달콤한 작은 해프닝 정도로 여기면 될 것이다.



애매하게 굴면 당신은 더 애매하게 대해라.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너무 머리가 아파서 괴로워요... 먼저 다가갈까 하다가도 괜히 이상한 여자가 될 것도 같고... 그냥 무시하기엔 자꾸 거슬리고... 어떡해야 할까요?


연애는 절대로 Y양이 생각하는 것처럼 달콤하고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다. 때론 철저히 심리싸움이며 심리싸움에서 이기는 승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패자는 승자에게 휘둘리는 냉정한 게임의 모습도 가지고 있다. Y양의 경우도 그렇다. Y양은 J군의 애매한 행동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패닉 상태에 빠지지 않았는가!?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어떡해요!"라는 생각이 든다면 떠올려보자. 어쩌다 Y양이 죄 없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을 하게 되었는가? "Y양이 지금 고민을 하는 건 J군이 애매하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말장난 같겠지만 잘 생각해봐라. 


J군을 처음 본 순간부터 밤마다 J군의 생각에 잠을 못 이뤘나? 이직하기 전까지는 그다지 친하지도 않았다며! 근데 이직하고 J군이 나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연락을 하고 애매한 이유로 몇 차례 만나다 보니 Y양은 J군의 사소한 행동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그 해석이 맞는 건지 맞는다면 왜 적극적으로 대시를 하지 않는 건지 머리가 아픈 것 아닌가!?


쉽게 생각하자. 상대방이 애매하게 굴면 당신은 더 애매하게 굴면 된다. 굳이 이 관계가 무엇인지 따질 필요가 없다! J군이 뜬금없이 "내일 뭐해요?"라고 물으면 Y양도 나중에 뜬금없이 "내일 뭐해요?"라고 물어보면 된다.

조금 더 빨리 관계를 진전시키고 싶다면 상대방보다 반발짝 정도 더 나갈 수도 있다. J군의 "내일 뭐해요?"라는 질문에 "저도 내일 J군이 내일 뭐하는지 궁금했는데!"라며 말장난을 걸 수도 있고 "J군 만나려고 시간 비워뒀는데요? ㅎㅎㅎ"라며 데이트 신청인 듯 농담인 듯 애매한 멘트를 던질 수도 있다.  


이뿐인가? 다음에 만난다면 더 애매하게 구는 거다. J군이 안전벨트를 매 주면 "누가 안전벨트 매 주면 괜히 막 설레고 그러더라~"할 수도 있고 같이 식사를 하다 J군의 입에 소스가 묻었다면 (안 묻어도 묻었다고 치자) "소스가 귀여운 데에 묻어있는데요?"하면서 티슈로 슥~ 닦아 줄 수도 있다!


"그건 좀 오버 아닌가요...? 아직 상대의 마음도 모르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나는 연애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습니다."라고 스스로 고백하는 짓이다. 왜냐고? "바보야, 어떤 바보 같은 남자가 손톱만 한 호감도 없이 둘이 만나겠어?" 상대의 행동에 패닉에 빠지면서 혼란스러워하지 말자. (그러면 될 것도 안된다!) 


애매한 행동의 상대가 마음에 든다면 당신이 혼란스러운 것보다 더 혼란스럽게 만들어 주면 된다. 상대도 분명 당신의 행동에 반응하며 보다 분명한 행동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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