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들어왔다면 그린라이트가 아니다.
솔직히 고민했다... P양에게 듣기 좋고 달달한 말들로 희망을 줘야 할지, 다소 불편하더라도 현실의 쓴맛을 알려줘서 지금부터라도 현실적인 연애를 준비하게 도와야 할지를 말이다... 한... 반나절을 고민하고 고민하다 결정했다! P양에게 지금 당장은 듣기는 불편하고 불쾌해도 현실적인 연애 야이 기를 해주기로! 그래도 P양아 너무 우울해하지는 말자! 아직 P양은 어리고!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오늘의 따뜸함은 분명 P양에게 꼭 필요한 예방주사가 되어줄 거다! (악플 달리면 다 삭제해줄게!)
중학교 때부터 외국에서 공부를 하다가 작년에 한국에 왔어요. 그동안 공부하느라 신경을 못썼었는데... 한국 와서 연애는 아니라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을 해서 얼마 전부터 소개팅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네요;;; 첫 번째 분은 소극적이셔서 그냥저냥 연락이 끊겼고... 두 번째 분은 분위기는 좋았던 것 같은데... 똑같이 얼마 안 지나서 연락이 끊기더라고요... 거기에 며칠 전에 한 소개팅도 두 번 만나고 할 일이 많아 연애할 시간이 없다며 정중하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소개팅을 하고 온 친구에게 어떻게 됐냐고 물으면 대다수 씁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냥... 서로 안 맞는 것 같더라고..."근데.. 정말 서로 성격이 혹은 스타일이 안 맞았던 걸까? 꼴랑 하루 이틀 만나보고 어떻게 상대의 성격을 파악하고 자신과 맞는지 안 맞는지를 판단한단 말인가!?
현실을 직시하자. 소개팅의 분위기가 좋지 않고, 흐지부지 연락이 끊긴다는 건 서로 성격이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외모가 별로였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의 외모가 꽤 괜찮은 편이었다면 다른 것이 별로 안 맞았어도 몇 번 더 만나볼까?라는 생각을 했을 거다. (특히나 당신이 여자라면... 더더욱...)
대한민국은 삼세번이라고 했다. 첫인상이 별로라도 일단은 세 번까지는 만나보는데 최근의 소개팅이 모두 2~3번 만남 이후 연락이 끊겼다면 P양에게는 미안하지만 확실히 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게 맞는 거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일단 외적으로 "음... 나쁘지는 않네..."라는 느낌도 못준다면 나 자신의 마음속 안에 어떤 매력이 있든 상대는 굳이 당신에게 연락을 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뻔한 결론이네!"라고 말할지 몰라도 이게 남 얘기할 땐 뻔한 이야기지만 막상 내가 소개팅에 나갔는데 상대방에게 연락이 안 오게 되면 결코 뻔한 이야기가 아니다. 분명 답은 코앞에 있으면서도 "음... 서로 스타일이 안 맞았던 거야..."라며 자동 자기합리화의 테크를 타버리곤 한다. 우리 그러지 말자... 현실은 현실이다...
"소개팅을 했는데 3번 이상 못 만난다면 그건 누가 뭐래도 외모의 문제다."
P양의 말처럼 성형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만(하면 안 된다는 건 아니다.) 자꾸 소개팅에서 씁쓸함을 맛본다면 외적으로 자신을 가꾸고 꾸미는 데에 보다 신경을 쓰는 편이 나에게 연애상담을 백번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근데... 세 번째 소개팅 했던 분은 분명 분위기도 좋았고... 갑자기 비가 오니까 우산 두 개를 사주시면서 하나는 제게 주시고 하나로 같이 우산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스킨십도 하셨는데... 그리고 두 번째 만났을 때... 칵테일바에서 5시간 정도 이야기도 나눴었거든요... 근데 두 번째 이후로 연락도 없으시고... 제가 두어 번 연락하니까 본인이 할 일이 많아서 연애할 시간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것은 당신과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인간들은 감정표현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는 거다. 상대를 좋아해도 당장 그의 앞으로 다려가 "솔직히 저는 XX 씨를 좋아해요! 사귀어주실래요!?"라고 하지도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만났다고 다짜고짜 "음... 척 보니까 제 스타일이 아니네요. 좋은 사람 만나세요."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좋으면서도 아닌척하고 싫으면서도 나쁘지 않은 척하는 게 사람이다. "
P양의 소개팅남이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고, 칵테일바에서 5시간 동안 재미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해도, 집에 돌아갔을 때 연락이 없다는 건, 그다지 호감이 없다는 거고 일 핑계를 대면서 시간이 없다는 드립을 치는 건 정말 생각이 없다는 거다.
호감이 있다면 결코 그린라이트를 하나만 켜지 않는다. 정말 그린라이트였다면 자연스레 스킨십도 하고, 칵테일바에서 5시간 수다를 떤다음 P양이 그랬듯 연락이 없어도 먼저 연락하고, 바빠도 시간을 쪼개서 만났을 것이다.
또한 진정한 그린라이트는 당신이 가만히 있는데 상대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린라이트가 아니다. 진정한 그린라이트는 P양이 먼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때가 진정한 그린라이트다! P양의 경우라면 만났을 때 소개팅남이 알아서 우산을 사주고 자연스레 스킨십을 한건 매너에 의한 행동이지만 진짜 그린라이트였다면 P양이 연락을 했을 때 반갑게 받아주고 대화를 이어 나가려고 했어야 했다는 거다.
상대의 행동에 집중하지 말고 당신의 행동에 대한 상대의 반응을 봐라.
그게 진짜 상대의 속마음이다.
소개팅남이 일 때문에 만나기 힘들다고 한 후로 저는 일 잘되길 바란다는 말과 남녀 사이에 꼭 연인이 아니어도 되니까 편히 생각해 달라고 카톡을 했는데... 연락이 없네요... 자꾸 미련이 남고 이럴 때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정말 성형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요... 저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연애해보고 싶어요...
P양과 소개팅남은 소개팅을 통해 달랑 두 번 만났을 뿐이다... 첫인상이 그다지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면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기는 게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 친구로라도 지내자고 붙잡는 건 서로에게 부담스럽고 불편한 행동이다.
또한 뭔가 연애를 말로 하려고 하지 말자, "우리 편하게 지내요"라고 말을 하지 말고 그냥 P양이 편하게 대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상대가 불편하게 여기면 상대의 반응을 존중하고 상대가 편안함을 느끼는 지점까지 한발 물러나 주는 거다.
솔직히 P양을 사연을 보며 한편으론 딱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P양이 연애에 대해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앞서 말했듯 P양은 20대 초반으로 어리고, 이제 막 한국에 적응하고 있는 단계가 아닌가? P양이 용기를 내어서 동호회든, 회사 모임이든, 소개팅이든, 지인들의 술자리든!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밀어 넣는다면 분명 달라질 것이다.
요즘은 유치원생들도 서로 반지를 끼워주며 연애를 하는 시대다. 23살까지 연애한 번을 못해봤다면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어떤 한 인연에 과도한 미련을 갖기보다 현실의 연애에 충실하며 연애를 배운다는 마음으로 열린 마음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보도록 하자.
앞서 외모에 대한 이야기로 다소 침울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것 또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어느 정도는 자연스레 해결이 된다. P양이 보다 매력적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인기 많은 여자 지인들의 옷이나 머리스타일을 따라 해 보기도 하고, P양의 변화에 대해 남자들의 반응을 보다 보면 자연히 어떤 것이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인지 알게 되고 연애에 대한 기본 정도는 갖추게 될 테니 말이다.
P양아,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절대 비관하지는 말자.
아직 P양에겐 시간이 있고, 이 시간을 P양이 잘 이용한다면 얼마든지 매력적인 여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