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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Aug 06. 2016

결혼하자던 남자가 일주일 만에 헤어지자는 이유

지루한 말하기는 대화를 겉돌게 만든다.

자기는 일편단심이고 올인하는 성격이라며 만나자마자 결혼하고 싶다던 남자가 일주일 만에 이별을 통보하다니! S양의 말만 들어보면 남자가 고도의 연애 지능을 가진 나쁜 남자 같아 보이지만 S양의 사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S양의 서툰 연애 솜씨 때문에 다 잡은 물고기를 S양이 놓쳤다고 보는 것이 더 알맞다.


지루한 말하기는 대화를 겉돌게 만든다.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믿을만한 지인이 자신의 친구를 소개해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한 달 동안 8번의 만남을 가졌고 7일 전에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교제를 시작하기 전에 (지금으로부터 12일 전) 그분이 먼저 제게 저를 좋아하다며 교제를 시작할 건지 물어오셨고 며칠간 고민을 하다가 저도 그분을 좋아했기에 교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절친을 소개해주다니! 분명 S양은 좋은 여자임에 틀림없다. 다만 S양은 매력 있는 여자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메일을 통한 상담을 많이 하다 보니 (지금까지 3천여 통의 메일을 받았다...) 글을 쓰는 방식만 봐도 상대의 성격을 대충 판단할 수 있는 신묘한 능력이 생겼는데 S양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참한 이미지를 받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지루한 느낌이 들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일단 S양의 사연을 쭈욱 읽어 내려가다 보니 마치 변기에 앉아 치약 뒷면에 적힌 성분 표시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관에 가서 팝콘을 사 먹었어요." 정도면 될 것을 "CGX에 가서 영화표를 예매하고 매점에 들러 그분에게 무슨 팝콘을 먹을 건지 물어보았더니 캐러멜 팝콘을 좋아하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냥 팝콘이 좋아서 둘 다 먹을 수 있도록 반반으로 주문을 했고 제가 신용카드로 계산을 했어요 "라고 말한다. 중요한 건 S양은 내게 연애상담을 하려고 하면서 별 상관없는 극장 에피소드에만 폰트 10짜리로 7줄을 할애했다는 것이다. 


포인트 10 줄 간격 160짜리 A4용지를 4장을 넘기며 내가 밑줄을 친 것이 4줄 반 밖에 안됐다는 것은 S양의 말하기 습관에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부연설명이 곁들여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S양아! 빨리 자신의 대화방식이 다분히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닫자! 이런 방식의 대화를 구사하면 상대는 쉽게 지루함과 피곤함을 느낀다. 그러니 대화를 할 때에는 별 의미 없는 이야기는 간략하게 줄이고 S양이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에 좀 더 공을 들여보자.  



과도한 순진함은 당황스럽다.

그분이 제게 올해에 결혼하자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물론 저는 너무 빠르다고 1년 뒤에 해야 한다고) 결혼식장은 어디에서 비용은 얼마나 이런 얘기를 하니 자기가 생각하는 걸 얘기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교제를 하지만 결혼을 한다는 확신도 서로가 없지 않냐고 해서 저는 있다고 대답했어요. (이때도 이상했어요. 분명히 처음에는 저랑 꼭 결혼할 거라고 했는데 말이죠) 


정식으로 교제한 지 일주일 정도 만에 결혼식장은 어디에서 할 것이며 비용을 얼마를 생각하냐고 묻는 여자라... 일단... 내 소감은 당황스럽고 무섭다. 물론 S양의 말대로 남자 쪽에서 먼저 결혼 얘기를 꺼냈다고 하지만 교제 초반에 나온 "결혼하자"라는 말에 진지한 표정으로 "몇 월 며칠 몇 시 어디서?"라고 되묻는 건 도를 넘어선 순진함이라고 봐야 한다. 


더욱이 S양의 진지함에 당황한 나머지 "아직 결혼이 확실한 것도 아니고..."라며 살짝 뒷걸음을 치는 남자에게 "처음에 저랑 꼭 결혼한다면서요."식으로 다가서는 건 당신이 싸준 도시락을 먹은 남자의 "이야!!! 너무 맛있어서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겠네요!"라는 말에 "누가 언제 죽어요?"라고 대답하는 것과 비슷하다. 


적당한 순진함은 남자들을 살살 녹이는 매력포인트가 되기도 하지만 S양의 경우처럼 과도한 순진함은 남자를 당황하게 만들고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에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 교제 초기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S양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정도로만 잘 걸러서 들을 수 있는 사소한 영악함? 이 지금의 S양에게는 매우 시급해 보인다.  



더 늦기 전에 연애를 공부하자.

처음에 그분이 절 좋아한다고 밀어붙여서 제 마음을 줘 버렸는데... 제가 3~4일 동안 너무 좋다고 보고 싶다고 제 마음을 다 보여주니... 부담을 느꼈나 봐요. 처음에 너무 감정적으로 하지 않았나 하면서 이렇게 식어버릴 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빨리 결혼해서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감정이 식은 것 같고 둘 보다 혼자가 편하다느니... 


보통사람이라면 대충 어떤 뉘앙스인 줄 알고 있을 테지만 순진한 S양은 마냥 혼란스럽기만 할 테니 하나하나 짚어주자면 남자의 안정적인 결혼생활 드립은 헛소리다. 그저 S양에게서 이성적인 감정이 더 이상 들지 않기 때문에 비루한 변명을 읊조리는 것이다. 


S양은 밀당없이 너무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중요한 건 밀당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S양의 연애 실력 부족의 탓이 크다. S양의 외모나 S양의 참함에 끌려 S양에게 구애를 했지만 S양의 지루한 대화방식과 과도한 순진함이 남자 입장에서는 감당하기가 어려웠을 수 있다.

 

여자에게 있어 연애를 한다는 건 젓가락으로 콩자반을 집어 먹는 것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S양 입장에서는 이제와 연애를 배우려니 버겁고 조급하겠지만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니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일단 주변에서 연애 좀 한다는 친구들을 모시고 연애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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