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결혼이 아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J양의 주장이 맞다. J양이 여러 이유들로 남자 친구를 닦달한 것도 잘못이지만 남자 친구가 먼저 잘못을 한 것도 잘못이다! 남자 친구가 먼저 잘못을 하지 않았더라면... 남자 친구가 인내심을 갖고 J양을 설득했더라면... J양이 닦달을 하며 괴롭히는 일은 없었을 텐데... 하지만 J양의 생각은 너무나 순진하고 단순한 생각이다. 현실의 연애는 J양이 생각하는 것처럼 누가 먼저 잘못했으니 책임을 지고 그 사람이 잘못된 행동을 고치는 그런 밝고 아름다운 무엇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가 바라는 건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었어요. 그저 자주 연락해주고, 기념일을 잊지 않고 챙겨주고, 데이트할 때 대충 때우는 식이 아니라 그래도 어느 정도 계획을 세워주는 성의를 보여줬음 했던 거예요. 하지만 연애를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나고 나니 조금씩 소홀해지는 남자 친구를 보며 저는 실망을 하고 닦달을 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닦달을 한 게 잘못인 건 알지만 제가 바란 건 연인 사이라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인데...
J양의 이야기가 틀린 건가? 여자 친구로서 남자 친구에게 자주 연락을 해주고 기념일을 잊지 않고 챙겨주고 데이트를 위해 준비를 해주길 바라는 게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J양이 남자 친구에게 요구한 것은 잘못이 아니다. 다만 잘못은 요구하는 방식이 닦달이라는 게 문제라는 거다.
"이건 남자 친구가 잘못한 거 아니에요?", "이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연인 사이라면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묻는 J양의 말은 모두 맞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연애란 너무도 불안정하고 가벼운 관계이며 언제든 헤어질 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잔인하게 얘기하면 연애는 어쨌든 남과 남이 만나 손가락 걸고 "우리 이제부터 사귀는 거야~"하고 이야기했을 뿐, 법적으론 엄연히 남이라는 거다. 남자 친구가 J양을 꼬실 때 어떤 달달한 말을 했든 그 말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J양은 어떤 식으로든 남자 친구를 처벌하고 구속할 수 없다.
생각해봐라, 남자 친구가 진짜 연애에 소홀해졌든 심지어 바람을 피웠든 J양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를 험담하고 불평하는것외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 신중해야 한다는 거다.
내가 아무리 서운하고 억울해도
당신이 상대를 닦달하고 괴롭히면
상대는 아무렇지 않게 이별을 말할 수 있다.
(물론 당신이 먼저 이별을 말할 수도 있다!)
연애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튼튼한 관계가 아니다.
조그마한 충격에도 깨져버리는 유리처럼
"이 정도에...?"라는 사소한 트러블에도 얼마든지 깨질 수 있다.
남자 친구는 우리는 성격이 맞지 않는다며 헤어지자고 하지만 저는 납득할 수가 없어요. 제가 닦달하지 않도록 조금만 신경을 써주던가, 최소한 저를 설득하려고 노력만 했어도 될 일인데 왜 굳이 헤어져야 하나요.
조금만 노력해주면 될 일을 헤어지자고 하는 남자 친구가 야속하고 납득할 수 없겠지만 어쩌겠는가 당신의 남자 친구의 인내심은 거기까지인 거다. 당신이 보기엔 정말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는 일만큼 쉬운 일이겠지만 남자 친구는 못하겠다는데 어쩔 건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상대가 "난 못하겠어!"라고 말해버리면 당신은 상대에게 그것을 하도록 강요할 방법이 없다. 그렇기에 뭔가 상대에게 원하는 게 있다면 상대가 해주길 바랄게 아니라 상대가 그렇게 행동하도록 내가 노력해서 유도를 해야 한다.
남자 친구가 연락을 자주 해주길 원한다면 "왜 연락 안 해!?" 라며 윽박지를게 아니라 사소한 연락에도 "오늘 우울했는데... 오빠한테 연락 오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라며 남자 친구가 좀 더 연락을 자주 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하고 남자 친구가 데이트에 좀 더 신경 서주길 바란다면 "맨날 집에서 영화만 볼 거야!?"라며 바가지를 긁을게 아니라 "이번 주엔 같이 드라이브 가자! 내가 도시락 쌀께!"라며 적극적으로 리드를 하는 게 맞다.
상대를 변하게 할 수는 없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당신이 변하는 일뿐이다.
당신이 도저히 변할 수 없다면 당신이 먼저 헤어지자고 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남자 친구가 당신에게 헤어지자고 한 것 아닌가!?
다시 재회를 해도 분명 똑같은 문제로 싸우고 헤어질 수도 있겠지만 남자 친구가 조금만 노력해주면 될 것 같은데... 남자 친구는 너무 지쳐서 더 노력해줄 것 같지가 않아요... 친구들은 헤어지는 게 답이라고 하지만 저도 그걸 알지만 그게 마음처럼 안되네요... 정말 헤어지는 게 답일까요...?
앞서 말했지만 연애는 나랑 맞으면 사귀고 아니면 헤어지는 너무도 가벼운 관계다. J양 입장에서는 남자 친구가 조금만 노력해줬음 하겠지만 남자 친구가 노력을 하지 않겠다 마음먹으면 그걸로 끝인 거다. (빨리 연인의 의무를 다하라며 내용증명을 보낼 수도 없지 않은가!)
남자 친구가 J양이 원하는 만큼 연인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J양은 그런 남자 친구의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답은 하나다.
"헤어져"
하지만 문제는 머리로는 남자 친구에게 불만을 느끼면서도 가슴으로는 헤어질 수는 없다는 거다. 누가 모르나? 안 맞으면 헤어지면 되지! 하지만 그게 안되는데 어떡하겠는가!? 이럴 때 방법도 하나다.
"무조건 남자 친구에게 맞춰줘라."
남자 친구가 연락이 줄어들면 그냥 두던가 살살 애교를 부리고, 남자 친구가 데이트를 귀찮아하면 만나는 횟수를 줄이던가 당신이 남자 친구 회사로 찾아갈 수도 있다!
"왜 여자만 그래야 해요!", "언제까지 맞춰줘요!", "이게 무슨 연애야!"라고 하겠지만 일단 맞춰줘 봐라. 일단 당신이 일방적으로 맞춰주면 남자 친구와 싸울 일이 없어지고, 그런 당신을 보며 남자 친구는 고마움을 느끼며 자연히 당신에게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물론 그래도 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맞춰라! 맞추고 또 맞추다 보면 당신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변하지 않는 남자 친구가 지긋지긋해지고, 자연히 포기하게 될 것이다. 이때 다른 사람들 말대로 "오빠 안 되겠다 나 너무 힘들어 우리 헤어지자"하면 되는 거다.
연애는 결코 공정한 거래가 아니다.
당신이 하나도 노력하지 않아도 넘치는 사랑을 받을 수도 있고
당신이 어떤 노력을 해도 단 한톨의 사랑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상담하면서 맨날 이렇게 말하는 거다.
"왜 남자 친구는 이러지? 불평하지 말고
남자 친구가 당신이 원하는 대로 변하도록
당신이 만들어야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