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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Aug 31. 2016

여자가 많은 남자, 만나도 괜찮을까?

전 여자 친구에게 상처를 받았다는 말에 넘어가지 마라.

L양은 관계 형성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나 고민을 하고 있지만 일단 썸남과 나눈 카톡 대화를 보았을 땐 딱히 이렇다 할 문제점은 보이지 않는다. 적당히 적극적이고, 위트 있고, 좋다. 다만 별것도 아닌 것에 자존심을 세우고, 과하게 경계를 하는 모습이 보이긴 하나... 뭐 그 정도는 소중한 L양을 솔메이트를 맞이하기 위한 관문 정도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꼭 그를 만나야겠냐는 거다... 전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상처를 받아서 여러 여자를 만난다는 남자... 과연 L양이 장기적으로 생각하며 만나볼 만한 남자일까...?



전 여자 친구에게 상처를 받았다는 말에 넘어가지 마라.

썸남은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해던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상처를 받은 나머지 지금은 여러 여자를 만나고 있다고 말했어요. 물론 이런 생활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니며 앞으로는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처음 여러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 말에 만나지 말아야지 했지만... 그래도 좋네요... 


뭐지... 이 익숙한 모순의 향기는...? 대학시절 헌팅 왕으로 불리던 친구 녀석이 했던 말과 이란성쌍둥이 같은 느낌의 멘트!  "원래는 일편단심이었는데... 좋아하던 여자와 헤어지고 나서 여자를 못 믿게 되었어... 그래도 꼭 다시 옛날처럼 연애하고 싶어..."라는 말을 21살 때부터 시작해서 30대인 지금까지 하고 있는... 대체 사랑의 상처가 얼마나 컸길래 ㅠ_ㅠ? 


남자가 과거 이야기를 밑밥을 깔며 현재의 어떤 행동을 정당화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이렇게 해석하면 된다. "나 옛날에 이런 적 있어서 이러는 거니까 네가 이해하고 그냥 받아들여" 이걸 L양의 썸남에게 적용을 해보자면 "나 지난번에 진지하게 사귀던 여자 친구와 사귀다가 상처받아서 여러 여자 만나는 거니까 네가 이해해 참고로 앞으로도 그럴 거야"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런 뻔한 멘트에 L양을 비롯한 많은 여자들은 "이런 딱해라... 상처가 있어서 이러는구나... 내가 잘 보살펴주면..."이라며 희망을 갖지만 앞서 말했듯 썸남이 여러 여자를 만나는 건 어디까지나 썸남의 취향이고 선택이지 결코 사랑의 상처 때문이 아니다. 


백보 양보해서 정말 썸남이 전 여자 친구에게 상처를 받아서 진지한 연애가 아닌 여러 여자를 만나고 있는 것이라도 문제다. 만약에라도 L양과 진지한 만남을 가질 생각이 1g이라도 있었다면 어떻게 대놓고 여러 여자를 만난다고 말을 하겠는가? 이건 어떤 방식으로 봐도 "난 이 여자 저 여자 만날 거야, 물론 네가 싫지 않다면 너랑도 만날 수도 있어"라는 뜻일 수밖에 없다. 


물론 절대로 이런 남자를 만나면 안 된다는 건 아니다. 여자들 중에서도 연애 수준이 일정 경지에 오른 여자라면 서로 적당히 끼 부리고 밀당하다 쿨하게 헤어지거나 간혹 각자 품속에 한방을 숨기고 연애를 시작해보기도 하지만 매번 남자에게 받기만 했던 연애를 하느라 이런 남자가 어색한 L양 입장에서는 썸남과의 연애가 감당하기 벅찰 뿐만 아니라 괜히 "내가 잘 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정신 차리고 나서는 대체 어디까지 양보를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는 어장의 물고기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유혹에 있어서 자존심을 내세우지 마라.

첨부한 카톡을 확인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주로 제가 먼저 톡을 하고, 답 톡 하는 시간을 보면 정말... 아... 자존심이 많이 상하더라고요... 아무래도 그동안 저를 좋아해 주는 남자만 만나다 보니까 더 그런 것 같은데... 지금 잘 되고 있는 건지... 저 혼자 헛물만 켜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나는 L양이 하도 비관을 하길래 L양이 혼자 연애소설을 쓰고 있는 줄 알았더니 카톡을 보아하니 전혀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L양의 입장에서는 주로 L양이 먼저 톡을 하고 호감도 먼저 표현하고 L양이 대화를 이끌어가는 모양새가 연출되는 것이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것 같은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원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바라는 만큼 적극적이지 않기 마련이다." 

선톡이나 칼답에 집착하며 자존심을 세우지 마라.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가 콧대를 세우는걸 결코 용납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괜한 일에 자존심 세우지 말고 대화의 흐름을 잘 살펴봐라.


당신의 질문에 적당한 응대를 해주고 거기에 상대도 내게 질문을 한다면 그린 라이트라고 여기는 게 맞다. 

매번 남자들에게 적극적인 대시만 받았던 L양 입장에서는 성에 차지 않겠지만, 말끝마다 "너는?"이라며 L양에 대해 물어봐주고, L양이 만나자고 하면 별말 없이 꼬박꼬박 만나줄뿐만 아니라 어디서 뭘 할지를 의논하는 모습은 확실히 그린 라이트라고 볼만하다. 


선톡 하고, 칼답 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자존심 상해하지 말자. 물론 상대방이 선톡에 반응이 시큰둥하다면 한발 물러나야겠지만 주로 선톡을 하더라도 일단 상대방의 반응이 괜찮았다면 다소 철판을 깔더라도 선톡을 하고 칼답을 하며 다음 만남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고 매력을 어필할 준비를 하는 게 맞는 거다.  



과하게 경계하지는 말자.

며칠 전 마침 둘이 쉬는 날이 같아서 드라이브 가기로 해놓고 연락이 없더라고요... 제가 먼저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너무 없어 보이는 것 같아서 저도 연락을 안 했죠... 그랬더니 밤이 다되어서 어디냐고 데리러 가겠다고 하길래 너무 늦었다고 다음에 보자고 했는데... 이때 그냥 볼걸 그랬나요? 


뭐... L양이 훈남과 잘 해볼 맘이 있었다면 물론 늦은 밤의 초대에도 응하는 편이 좋았을 거다. 물론... 썸남의 의도가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일단 L양이 끌려가는 입장에서 별수가 없지 않은가? 더욱이 대놓고 다른 여자들을 가볍게 만나고 있다는데... 나에게 홀딱 빠지지도 않은 남자의 제안을 거절하는 건 아무래도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다. 


유혹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해?", "이건 좀 아닌 거 아냐?", "날 쉽게 보는 거 아냐?"라며 자존심을 상해하거나 상대를 경계할 때가 있는데... 이런 생각 들은 상대가 나에게 적극적인 대시를 할 때까지는 일단 접어두자. 


상대의 다소 위험한? 제안도 일단은 ㅇㅋ를 하는 게 맞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상대가 확실히 내 사람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때엔 상대가 리드하는 데에 맞춰주며 정신 바짝 차리고 때를 기다리도록 하자. 


일단 이렇게 몇 가지 진단과 처방을 했지만... 개인적으론 L양이 이번 썸은 패스하길 권하고 싶다. 일단 남자의 태도를 보니 한동안 지금의 자유연애를 즐길 것으로 보이며 L양은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있다지만... L양의 나이를 고려해보면... 대체 언제까지 장기적으로 보자는 건지... 걱정스럽다;;; 


정 포기를 못하겠다면 슬쩍 썸남에게 조금만 걸어두고 보다 안정적인 남자를 서치 하는 게 현명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래... 좋은 남자 나타날 때까지만 조금만 좋아해야지..."했다가 정신 못 차리는 경우가 수두룩한지라... 이 남자가 아니면 독신으로 살겠다는 각오가 아니라면 일단은 피하고 L양의 상황과 조건에 맞는 남자를 찾아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내가 지적한 대로 너무 자존심을 세우지 말고 상대에게 관하게 예의를 따지거나 경계를 하지 않는다면, 어렵지 않게 괜찮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톡 보니까 아주 숙맥은 아니더구먼! 엄살은~) 하여간! L양아 이번 연애는 입맛만 좀 다시다가 패스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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