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이 아닌 단점에 집착한다.
"바닐라 로맨스님! 왜 저는 연애가 잘 안될까요?"
라고 묻는 J양을 처음 봤을 때 난 할 말이 없었다.
30대 중반이라고는 하나 얼핏 보면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외모,
처음 보는 남자에게도 웃으며 말을 건네는 활발한 성격!
거기에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인정받는 인재인
J양이 비루한 내게 완벽에 가까운 자기 같은 여자가 왜 연애가 안되는지 알려달라고 하다니!
솔직히 할 말이 없어서 개인기라도 보여줘야 하나 고민까지 했다!
그것도 잠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몇 가지 질문을 던졌더니...
역시나...! 난 좀 괜찮은 것 같은데 왜 아직까지 솔로인지 의문이 있는 여자들이라면 집중해라!
어쩌면 당신도 J양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J양과 대화를 하며 기가 막혔던 것은 그렇다고 J양이 눈이 높았던 것도 아니라는 거다.
자기가 유학을 다녀왔으니 남자도 유학을 다녀왔었으면 좋겠다는 것도 아니고
자기 연봉이 4000 대니 남자는 8000을 벌었으면 좋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남자를 못 만날까?
J양의 문제점은 장점이 아닌 단점에 집착을 한다는 거다.
"소개팅을 했는데 다른 건 다 맘에 들었는데 키가 좀..."
"저번에 만났던 남자는 성격이 좀..."
"몇 달 전에 썸을 탔던 남자는 느낌이 좀..."
이런 J양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은 너무 눈이 높은 것 아니냐고 핀잔을 줄지 모르겠지만
앞서 말했듯 J양이 바라는 남자의 기준이 과도하게 높은 건 아니다.
J양은 대부분의 여자가 그러하듯 재벌에 훈남 외모에 재미까지 있는 남자를 원하는 게 아니다.
자신과 비슷한 연봉과 외모 수준에 말이 잘 통하는 남자를 원하는 거다.
나보다 훨씬 나은 남자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나랑 비슷한 사람을 찾는 건데...
뭐가 문제일까?
문제는 바로 나와 비슷한 남자를 찾는다는 게 어렵다는 거다.
잘 이해가 안 된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세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다.
그 카드에는 1부터 10까지 숫자가 적혀있는데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의 매력이다.
물론 사람들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자신과 비슷한 숫자카드를 들고 있는 사람을 원한다.
이때 J양은 외모:6, 재력:7, 성격:8이라는 세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는데
J양이 자신과 똑같은 카드를 들고 있는 사람을 원하면 J양은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모든 매력의 합이 J양과 똑같은 21점인 남자라도
J양 입장에서는 외모:8, 재력:7, 성격:6도 안되고 외모:7, 재력:8, 성격:6도 안된다.
오로지 외모:6, 재력:7, 성격:8 카드를 가진 사람만이 J양의 마음에 들 수 있다.
(물론 외모:9, 재력:9, 성격:9 카드를 지닌 남자라면 땡큐겠지만 그 남자가 J양을 좋아할 리가...)
J양을 비롯한 능력은 있으나 연애가 힘든 여자들아,
모든 매력에 기준을 두지 말고 모든 매력의 총합을 보자.
연봉이 당신의 두배가 된다면 외모나 성격은 도저히 같이 있을 수 없을 정도가 아니라면 봐주고,
외모와 성격이 당신의 기준을 넘어선다면 재력은 빚만 없다면 쿨하게 넘어가 줄 수도 있지 않은가?
생각의 방식을 조금만 바꾸자.
당신과 똑같은 매력을 가진 사람은 1/1000이지만
매력의 총합이 비슷한 사람은 1/10 정도는 된다.
물론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1/1000의 확률을 포기하지 못하는걸 뭐라 하진 않겠지만
왜 그런 사람이 없냐며 생떼가 부리지는 말자.
나를 더욱 답답하게 만든 J양의 문제점은 뭐든 쉽게 포기한다는 거다.
"저번에 만났던 남자는 꽤 마음에 들긴 했는데 연락이 적더라고요."
"제가 마음에 들어해도 상대의 반응이 뜨뜨 미지근 하니..."
"분명 분위기는 좋았던 것 같은데 먼저 연락을 잘하고 그러지 않더라고요."
라며 어렵사리 마음에 드는 남자가 나타나도 남자의 열정이 자신의 기대치에 못 미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포기해버리니... 어떻게 남자를 만나겠는가?
답답한 마음에 먼저 연락을 해보지 그랬냐고 물으니 J양의 대답은 이랬다.
"절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데 굳이 그래야 하나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정말 주먹만 한 짱돌이 나의 기도를 막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렵사리 자신이 원하는 남자를 찾아놓고 그 남자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포기하겠다니!
난 숨을 헐떡이며 J양에게 물었다.
"J양이 먼저 다가가 볼 수는 있지 않았을까요?"
그녀는 길게 생각도 하지 않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왜요? 그분이 맘에 들긴 했지만 먼저 연락할 만큼은 아니었어요"
아마 이 대목에서 찔리는 사람이 많으리라.
왜 사람들은 항상 모든 일을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할까?
J양이 그랬듯 상대 남자도 똑같이 느끼는 거다.
분명 마음에 들긴 하지만 먼저 연락을 하며 적극적으로 대시를 하기엔 2% 정도가 부족한 느낌!
물론 J양이 아쉬울 게 없다면 J양의 마음에 쏙 드는 남자가 적극적으로 다가오길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30대 중반인 J양 입장에선
마음에 쏙 드는 남자가 적극적으로 다가오길 바라는 것은 미안하지만 사치다.
20대와 30대의 연애는 다르지 않은가?
20대 초반에 남녀관계에서 아쉬운 건 남자지만
30대 특히 30대 중반의 남녀관계에서 아쉬운 건 여자다.
불리한 조건에서 이전과 똑같은 연애방식을 고수하다가는 쪽박 차기 딱 좋다.
이뿐만이 아니다 J양이 앞으로도 이러한 연애방식을 고수한다면
J양 앞에 유혹하고 싶은 남자가 나타나도 문제다.
항상 수동적으로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남자들만을 상대하다 보니
막상 유혹을 하고 싶어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수밖에 없다.
문자 하나를 보내도 너무 부담스러운 문자는 아닌지, 너무 노골적인 건 아닌지 고민하고
남자의 어떤 반응이 진짜 그린라이트인지 알지 못해 헛발질만 날릴 수밖에 없다.
뭐든 잘하고 싶다면 많이 해보는 것이 당연하다.
뭔가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따라 남자들의 적극성이 떨어지는 것 같나?
그렇다면 긴장해라 앞으로는 더 심해질 것이다.
가만히 앉아 훈남이 간택해주기만을 기다리지 마라 이젠 당신이 사냥에 나설 차례다.
많은 여자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남자들이 무조건 순진한 여자를 좋아할 거라는 것이다.
물론 남자들이 순진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다.
올해 33살인 K양은 20대 중반에 아픈 사랑을 경험하고 나서
다신 사랑을 하지 않겠노라 마음을 먹었다가 남자의 끈질긴 구애 끝에 마음을 열었다.
문제는 K양이 연애를 길게 해본 적이 없던 터라
남자의 행동 하나하나에 상처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는 거다.
"오빠... 요즘 왜 연락이 없어요... 내가 싫어요...? 흑흑흑!"
"나 오빠 믿었는데 왜 나 아프게 해요 흑흑흑!"
"오빠가 화내서 나는 헤어지자는 건 줄 알았어요 흑훅흑!"
솔직히 K양이 20대 초반이었다면 어쩜 이런 모습이 매력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33살이지 않은가...? 순진한 것도 좋고 착한 것도 좋지만 뭐든 적당한 게 좋은 거다.
J양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제가 혼전순결 주의자거든요."
라는 말로 나를 놀라게 하여 놓고
"왜요? 남자들은 이왕이면 혼전순결을 지키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나요?"
라고 되물었다.
이게 참... 민감한 문제이긴 하나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20대 초반 혼전순결은 몰라도 30대면서 혼전순결을 말하면 무섭다.
좀 더 디테일하게 표현하자면 순수한다는 생각보다는 부담스럽고 겁난다.
혹시 내가 이상한가 싶어서 주변 지인들에게도 30대 혼전순결에 대해 물어봤는데 대답은 이랬다.
"거짓말! 연애 못하는 여자가 괜히 콘셉트 잡는 거 아냐?"
"손잡으면 바로 결혼하자고 하는 거 아냐?"
"뭐야... 무서워..."
혼전순결이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자신의 신념을 30년이 넘도록 지키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
남자 입장에서는 독하다고 혹은 부담스럽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거다.
물론 순진하면서 경험이 많은 척을 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당신의 순진함을 표현하는 방법을 좀 더 세련되게 다듬을 필요는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