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에 집착 할바에 깨끗하게 잊어라!
"바로님, 헤어진 남자 친구가 돌아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솔직히 나는 맥이 쭉 빠진다. 너무 많이 받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질문 이후의 반응이 단 한치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법 없이 똑같기 때문이다. 나는 헤어진 남자 친구가 돌아올 가능성이 궁금한 당신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가능성을 따질 여유가 있으면 재회 따윈 집어치워라."
100명의 이별녀들 중 99명의 이별녀가 헤어진 남자 친구가 돌아올 가능성을 묻지만 난 매번 대답을 하기가 참 껄끄럽다.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쯤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가능성을 물어봐 놓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면 재회가 성공한 것 마냥 들뜨고 가능성이 낮다고 말하면 시한부 선고를 받은 불치병 환자처럼 시무룩해지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재회가 간절하다는 K양, 상담 내내 천국과 지옥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그녀의 감정 기복 때문에 상담에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른다. "이렇게 메시지가 왔는데 어떤가요?"라는 질문에 "일단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네요."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K양은 머리를 감싸 쥐며 테이블에 엎드려 버렸다. 그러다 "그래도 ~게 하면 분명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을 붙이자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정말요? 재회할 수 있는 거죠?"라는 K양... 일단 K양의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불안감을 없애는 데에만 한 달이 걸렸고 이후 자연스럽게 재회에 성공했다.
물론 이제 막 이별 통보를 받은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자존감이 떨어지고 불안감에 시달리면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탈수밖에 없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K양의 경우처럼 가능성에 집착하며 일희일비를 한다면 제 아무리 확률이 높은 상황이라도 결국엔 재회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20대 후반의 은행원이었던 L양의 경우에는 분명 상황은 좋았다. 둘 사이에 큰 트러블도 없었고 단지 남자 친구의 취업이 늦어지면서 자격지심에 시달리던 남자 친구가 이별통보를 했을 뿐이다. 이때 L양은 약간은 무심한 척 곁에만 있어줘도 되는 케이스였고, 자연히 난 가능성이 높은 케이스라고 설명하며 남자 친구의 자격지심에 관해서 상담을 해주고 남자 친구를 자극하지 않는 연락방법, 자연스럽게 만남을 이끌어내는 방법 등에 집중해서 상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가능성이 높다는 내 말에 한껏 들뜬 L양이 남자 친구의 부정적인 행동에 급격하게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남자 친구에게 매달리고 나쁘지 않았던 상황을 더 힘들게 꼬아버리고만 것이다.
가능성에 집착하며 불안에 떨 바에는 스스로 "나는 너무 자존감이 떨어져 있고, 불안해하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도 재회가 안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차라리 재회를 포기해라! 당신이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올 수 없다면 재회는 불가능이니 말이다.
4년 동안 수많은 이별 케이스를 겪으며 느낀 건 헤어진 남자 친구가 돌아올 가능성은 상황보다 내담자의 노력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얼마 안 되어 남자 친구에게 썸녀가 생긴 상황에서도 재회를 하기도 하지만 위의 L양의 경우처럼 별일 아닌 일도 감정 기복으로 재회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악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니 헤어진 남자 친구가 돌아올 가능성이 궁금하다면
남자 친구와의 상황을 따지지 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웃으며 재회를 위해 노력할 수 있을까?"
이게 당신의 궁금증에 대한 답이다.
연애만 그런 게 아니다. 인생사가 다 그렇지 않은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도 방탕한 생활로 재산을 다 말아먹은 사람이 있는 반면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수성가를 이룬 사람도 있다.
현재의 상황에 따라 가능성을 따지며 재회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마라.
모든 것은 당신이 하기에 달려 있는 거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재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별 통보를 하고 나서 쿨하게 "할 만큼 했다!" 라며 쉽게 털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이와 비슷하게 "가능성이 있으면 노력해보고 없으면 안 할래요"라며 계산적으로 재회를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물론 할 수만 있다면 상대를 쉽게 잊고 새 출발을 하는 것이 좋긴 하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연애는 보편적이면서도 패턴이라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당신이 누구를 만나든 비슷한 문제를 겪게 될 것이고 또 당신은 비슷한 패턴의 대응을 하며 문제를 키울 것이라는 거다.
이별을 했다면 훌훌 털어버리는 것도 좋지만 그전에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이번 남자 친구만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다음 남자 친구가 똑같은 행동을 하면 나는 지금과 똑같이 행동을 해도 괜찮은 걸까?"
잊을 땐 잊더라도, 이성적으로 자신의 연애를 돌이켜보며 오답노트 정리만큼은 꼭 잊지 마라.
그러다 보면 자연히 문제가 해결되면서 재회가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다음 연애에는 똑같은 실수를 해서는 안될 것 아닌가?
언제까지 감정에 휘둘리며 연애를 망치고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재회의 가능성을 따질 시간에 자신의 문제점을 찾아보고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을 찾으며
좀 더 현명하고 안정적인 연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