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비밀연애를 해야 한다면 최대한 짧게!
나는 L양이 더 이상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운다는 확증을 찾기보다 왜 L양이 이런 막장 연애를 하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자문했으면 한다. 지금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운다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한가? 아니다 이미 남자 친구는 온몸으로 L양에게 "나 지금 바람났어, 그 여자는 C양이야!"라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L양이 그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아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봐라. 정말 안 보이나?
남자 친구와는 사정상 비밀연애를 하고 있어요. 같이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바로 공개를 하는 게 좀 뭐해서 일단 비밀연애를 시작했는데 어느덧 2년이 넘어가네요;;; 그런데 올해 들어서 남자 친구와 점점 멀어지고, 남자 친구의 마음을 모르겠어요... 요즘 제 마음은 '바람난 남편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어서 그저 바라보는 아냐'의 마음입니다. 하필이면 그 상대가 남자 친구와 제가 함께 나가고 있는 모임에서 저도 알고 있는 지인이라는 거예요...
L양은 사정상 비밀연애를 해야 했다지만... 비밀연애는 될 수 있으면 안 하는 편이 좋다. 처음에는 남들 몰래 연애한다는 게 즐거울지 몰라도 둘 사이에서 트러블이 발생해도 남에게 하소연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남들이 모르는 연애다 보니 남들 모르게 조용히 사그라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비밀연애란 근본적으로 남들에게 밝힐 수 없는 연애고, 이 연애는 처음부터 어느 정도의 한계를 갖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 어떤 상황인지 알 수는 없지만 비밀연애를 될 수 있으면 피해라. 혹시나 남들에게 알려지기 애매한 관계라면 차라리 썸을 길게 타면서 확신이 들면 공개적으로 선언을 하고 시작하자.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일단은 비밀연애로 시작은 하되, 못해도 3개월 안에는 공개를 하도록 하자. 연애 초반에는 남자가 공개연애를 강력히 요구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여자 친구는 있으나 여자 친구 없는 척할 수 있는 비밀연애의 맛에 중독되면 나중 가서 공개하자고 해도 이상한 궤변을 늘어놓으며 여자 친구를 그림자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많은 경우 다른 사람의 이목을 좀 더 신경 쓰는 여자 쪽에서 먼저 비밀연애를 원하지만 비밀연애의 끝에는 언제나 여자가 피해자로 남는다는 것을 꼭 명심하길, 여자 친구 있으면서도 바람을 피우는 게 남자인데... 공식적으로 여자 친구가 없는 척해도 되는 비밀연애라면 뭐...
그녀는 제가 아끼는 동생이에요. 같이 모임을 나가면 남자 친구는 주변 사람들을 의식해서 멀리 떨어져 앉곤 하는데 항상 그녀 주위를 맴돌더라고요. 심지어 주변에서도 혹시 둘이 사귀는 거 아니냐는 소리도 들려오고... 한 번은 후배가 화장실을 가는데 남자 친구가 따라가더라고요.
저는 별생각 없이 화장실에 갔는데 남자 친구가 후배와 손을 잡고 나오는 모습을 목격해버렸죠. 저는 일단은 못 본척하고 따로 남자 친구를 불러서 화를 냈더니 그냥 친한 사이라고 술김에 실수한 거라고 잘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속은 많이 아팠지만 남자 친구를 여전히 좋아하고 있기에 일단은 용서해줬어요...
나는 바람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일단 화를 내기보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남자 친구와 대화를 해보라고 권한다. 하지만 L양의 상황처럼 바람이 확실한 상황에서는 무조건 헤어지는 게 맞다. 여자 친구 없는 자리에서 어쩌다 보니 실수한 것도 아니고... 뻔히 여자 친구가 눈앞에 있음에도 다른 여자 주위에서 맴돌고 더욱이 버젓이 스킨십까지 하다니! 이게 어떻게 술 먹고 실수인가? 누가 봐도 계획된 범죄다.
사실 L양도 남자 친구의 말이 말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을 거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더 사랑하는 사람이 죄인이지... 좋아하는 마음에 헤어질 수 없다는 L양의 마음은 알겠지만 미련이 남아 헤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남자 친구의 궤변에 휩쓸려 "그래 실수를 할 수도 있지..."서는 안된다.
일단 궤변에 한번 휩쓸리고 나면 기준도 없이 남자의 모든 행동을 다 용납하고 오롯이 L양이 다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너무 아파 헤어질 수 없다 하더라도 정신은 똑바로 차려야 한다. 남자 친구가 지금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을 해야 당장은 헤어지지 못해도 마음에 준비를 하고 적당한 선에서 도망칠 수가 있는 거다.
막상 둘만 있을 때에는 자상한 남자 친구인데... 모임만 나가면 후배의 곁을 맴돌고 그러네요... 제가 민감한 걸까요? 너무 힘들어서 남자 친구에게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 힘들다고 후배를 조금 멀리해줄 수 없냐고 물으니 친한 사이일 뿐인데 왜 그러냐며 다시는 후배 얘기를 꺼내지 말라네요. 절대 바람 안 핀다고, 걱정 말라고 합니다. 화도 내고, 달래도 보고, 울어도 보고, 헤어지자고도 해보고 하는데 남자 친구는 화 한번 안 내고, 절 붙잡곤 합니다. 확실한 증거는 없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말도 못 하겠고... 답답하네요...
확실한 증거라... L양의 사연을 다 공개할 수 없어서 차마 말은 못 하겠지만 L양의 사연에는 적어도 5가지의 확실한 증거가 있다. 정신 차리자 L양아, 지금 L양이 남자 친구와 헤어지지 못하는 건 확실한 증거가 없는 게 아니라 L양이 아직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 뿐이다.
네이버 초등학생 지식인에게 물어봐도 헤어지는 게 맞다는 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막장의 상황이지만 L양은 헤어지기가 싫은 거다. 미우나 고우나 L양이 지난 2년간 사랑했던 남자인데 어떻게 한 번에 딱! 정이 떨어지겠는가? 눈앞에 피할 수 없는 확실한 증거들이 널려있지만 L양은 자꾸만 "아닐 거야..." 하고 싶은 거다.
물론 L양도할 말이 있다. "제가 헤어지자고 하는데 남자 친구가 잡아요.", "막상 단 둘이 있으면 저에게 잘해요.", "그 사람 바람피울 사람이 아니에요" 등등 지금 L양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희망적으로 볼 수 있는 몇 가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문제는 긍정적인 증거와 부정적인 증거 중 어느 쪽이 더 많냐는 거다. 많은 여자들이 여기서 잘못된 판단을 한다. 인생이 그렇듯 일방적으로 부정적이거나 일방적으로 긍정적이지는 않다. 긍정적인 상황에서도 부정적인 것이 있고,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낱같은 희망은 어디까지 실낱일 뿐이다.
L양과 비슷한 실수를 범하는 여자들에게 내가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연애를 왜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요 행복하려고 연애하는 거예요. 근데 지금 행복해요?"
남자 친구를 향한 L양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내가 감히 어찌 가늠을 하겠는가. 하지만 사랑한다고 진실을 외면하고 자존감을 깎아가며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L양이 자존감을 깎아가며 남자 친구 주위에서 맴돈다고 남자 친구의 마음이 돌아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갈수록 초라해지는 L양을 보며 그나마 있었던 L양에 대한 호감과 정을 하나둘 거둬들여 L양의 후배에게 차곡차곡 옮겨 싫고 미련 없이 떠나버릴 것이다.
욕하고 싶으면 욕해라, 모임에 폭탄선언을 해서 남자 친구가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만들어도 된다. 더 이상 억지로 고개를 돌려 현실을 외면하지 마라. 너만 추해지고 너만 바보 된다. 착한척하지 마라. 아무도 안 알아준다. L양아. 행복한 연애 하고 싶지 않니? 그러면 떠나라 그 남자는 널 행복하게 해줄 남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