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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Nov 13. 2016

시작하자마자 망한 연애 어떻게 해야 할까?

왜 당한 사람이 부끄러워하나?

남들은 연애를 시작하면 초반에는 달달하다는데... 사귀자마자 꼬이는 연애를 마주하면 머리가 지끈하다. 뭘 제대로 해본 게 없으니 슬프지는 않으나 "혹시 날 가지고 놀았나?" 하는 배신감과 "내가 더 이해해야 하나?" 하는 생각 사이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답은 뽑기에 실패했다 생각하고 훌훌 털어버려야 하겠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쉽겠는가? 연애 반품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연들을 모아 씁쓸한 연애 반품에 현명한 대응책에 대해 생각해보자. 



왜 당한 사람이 부끄러워하나?  

지인들의 술자리에서 정말 오랜만에 만난 친구였어요. 예전에도 호감이 있었지만 오랜만에 만나니 더 끌리더라고요. 그러다가 그 친구가 먼저 한번 만나자고 연락이 왔고 자연스레 옛날 얘기를 하며 술을 마시다 보니 3차까지 가게 되었어요. 그 친구가 먼저 사귀자고 했었고 저는 당연히 좋다고 했죠. 다만 실수라고 생각하는 건 사귀기로 하고 자연히 스킨십이 시도되면서 키스를 하게 되었는데 그 날이후로 한 일주일 연락을 잘 주고받았지만 주말에는 연락이 없고 자연히 멀어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물론 저도 자존심이 상해서 먼저 연락은 안 했는데... 이제 어떡해야 할까요?
- 고백받고 바로 차인 Y양


전형적인 연애 반품이다. 성급한 스킨십과 연애의 시작 이후 급격히 감정이 식고 멀어지는... 이때 해야 하는 행동은 앞서 말했듯 "뭐야... 꽝이야?"하고 쿨하게 인정하고 돌아서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안된다면 빨리 결정해야 한다. 쿨하게 잊고 "아무래도 우리 사귀는 건 아닌 것 같다. 우리 편하게 지내자"라고 선수를 치던가, 다소 모양은 빠지지만 언제 올지도 모를 연락을 기다리기보다 "나 이번 주에는 삼겹살 먹고 싶어!"라고 마지막으로 한번 찔러보던가 말이다. 


분명, 먼저 연락이 왔고, 남자에게 먼저 고백을 받은 Y양의 입장에서는 "내가 왜 모양 빠지게 먼저 연락을 하고 만나자고 해야 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는 수밖에... "왜 연락 안 오지? 나 가지고 논거야!?"라고 찝찝해하느니 차라리 더 어색해지기 전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먼저 연락을 하는 편이 덜 모양이 빠지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덜 할 거다. 


지금 남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운 거다. 내가 과연 술김에 사귀자고 한 것이 잘한 건지, 특히나 스킨십까지 한 것이 잘한 짓인 건지 말이다. 어느 정도의 호감만 있었는데 막상 깊은 관계가 되고 보니 얼떨떨하고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마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시간만 끌고 있는 거다. 


이런 남자에게 시간을 줘봐야, "역시 Y양도 후회하고 있구나", "Y양이 나에게 별 마음 없었나 보다.", "이렇게 그냥 없던 일이 되는 건가?"라며 자기합리화를 하며 미안함과 부담에서 벗어날 뿐이다. 


Y양아, Y양이 뭘 잘못했나? 남자 입장에서야 자신의 입장이 혼란스러워 그러는 것이라지만 Y양이 만약 그와 잘 해볼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먼저 연락을 할 수 있다! 오히려 빨리 연락을 해야 미안해서라도 한번 더 볼 거고 그때 Y양의 매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며 극적인 반적을 노려봐야 한다. 


만나서 "후회되는 거야?"라고 물어볼 필요도 없다. Y양의 최고로 이쁜 모습으로 나가서 밝은 모습으로 "왜 연락 안 해! 삐질뻔했잖아!"라며 남자의 볼을 꼬집어라. Y양이 아무 일 없다는 듯 행동함에도 남자가 계속 어색해한다면 로우킥을 날리든 "너 인마 나 같은 훈녀 놓치고 나중에 후회할 거야~"하고 쿨 내풍 기고 종료를 해도 된다. 중요한 건 부끄러워 말라는 거다. Y양이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다!



때로는 연애 반품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올해 초 동호회를 가입했다가 거기서 남자 친구를 만나 지금 만난 지는 한 달이 좀 넘어가요. 근데 다른 연애와는 달리 초반부터 이런 저린 일이 일어나며 이렇게 계속 만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얼마 전에 남자 친구의 폰을 몰래 봤는데 저와의 성적인 이야기를 지인과 나누고 있더라고요. 저는 충격적이어서 남자 친구에게 따졌지만 남자 친구의 변명에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죠. 

그러다 얼마 있다가 휴가 계획을 짜면서 동남아 얘기를 했더니 남자 친구가 예전에 친구들이랑 동남아로 성적인 관광을 가려고 했다가 안 간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주변 지인들은 그런 남자는 만나지 말라고 하고... 절 우습게 보는 것 같다는데... 만나면 저에게 잘해주긴 하는데 연애 초반부터 이런저런 일이 생기니... 너무 혼란스러워요...
- 초반부터 꼬이는 연애를 하고 있는 B양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도 B양의 지인들과 비슷한 생각이다. 아무래도 이 관계는 이쯤에서 접는 게 좋아 보인다. 연애 초반이면 너무 달아서 두통이 와도 모자랄 때인데 벌써부터 이런저런 사건들로 머리가 아프다는 건 더 깊이 들어가면 아스피린을 비타민 먹듯 먹어야 한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B양의 남자 친구의 행동만이 아니다. 분명 남자 친구의 행동이 옳고 잘한 행동은 아니지만 정말 큰 문제는 남자 친구의 행동이 B양이 받아들이기에는 부담스러운 일들이라는 데에 있다. B양은 "어떤 여자가 이런 행동들을 그냥 넘어가요!?"라고 하겠지만 생각보다 "그럴 수도 있지 뭐... 과거의 일인데 뭐..."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여자들도 있다.


연애라는 것이 어떻게 모두 맞을 수 있겠냐만은 연애 초반부터 상대방에게 "이건 좀..."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가차 없이 연애 반품을 요청하는 것이 현명하다. 지금은 B양이나 남자 친구나 둘 다 연애 초반의 달달함에 반쯤은 마취되어있는 상태다. (아직 두 달도 안됐잖아!) 이런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걸리는 부분이 있다는 건 연애 초반의 달달함이 사라지면 달달함은커녕 피비린내가 진동할 조짐이라는 소리다. 


남자 친구를 꼭 나쁜 사람으로 몰 필요는 없다. 과거는 그랬지만 앞으로는 잘할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안 맞는다는 것을 알면서 제 발로 전쟁터로 걸어 들어가지는 말자. 아직은 충분히 반품을 요구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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