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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Nov 21. 2016

연애에 대한 여자들의 잘못된 환상 세 가지

진짜 사랑하면 맹목적으로 잘해줘야 하는 거 아냐?

연인끼리 트러블이 일어나는 이유는 매우 심플하다. "상대에게 기대했던 것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상대가 이렇게 해줄 줄 알았는데 그렇게 해주지 않으니 서운함도 들고 배신감도 들면서 날 선 이야기를 하게 되고 상대는 그것에 대해 상처를 받고 또 날 선 대화로 되받아치며 사소한 일도 이별의 이유가 되곤 한다. 물론 상대와 생각이 잘 맞지 않는다면 싸울 수도 있고 헤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연애는 둘이 하는 것인데 포커스를 상대의 개성에 두지 않고 자꾸만 이상적인 연인상에 둔다는 거다. 말이 어렵다고? 쉽게 말하면 이거다. "왜 이렇게 행동해? 나 안 좋아해!?"



진짜 사랑하면 맹목적으로 잘해줘야 하는 거 아냐?

처음으로 진지한 연애를 하다 보니 미성숙한 행동을 정말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왜 연애에 대한 환상을 가진 여자들이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남자 친구는 나의 모든 짜증과 심술을 맹목적으로 받아주고 이해해주고 사랑해줘야 해! 라던가 남자 친구라면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그런 기대들 말이죠. 저도 그런 일들로 남자 친구를 힘들게 했었나 봐요. 


정말 여자들이 M양과 같은 말을 할 때면 마음은 이해하지만 남자로서는 "남자는 여자들의 노예인가?"하는 생각도 들고 참... 참담한 기분이다. 남자도 여자와 같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즉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걸 제발 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대우받고 싶고, 귀찮은 건 싫고, 힘든 건 되도록이면 피하려고 하고, 돈을 많이 쓰면 속이 쓰리다. 왜 여자는 막연하게 남자 친구는 막대해도 괜찮고, 귀찮아도 사랑하면 다 해줘야 하고, 나 대신 힘든 일을 해줘야 하며 사랑한다면 여자보다 훨씬 더 많이 돈을 써도 아깝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 걸까? 이런 얘기하는 여자들에게 난 꼭 이런 말을 해준다. "저... 본인은 남자 친구에게 뭘 얼마나 해줬다고 그 많은걸 당연하게 여기는 거예요? 님... 김태희 세요?" 


물론 그렇다고 남자와 여자가 뭐든 둘이서 정확하게 5:5로 해야 공평하다는 건 아니다. 특이하게도 남자와 여자는 연애에 있어서 행복을 느끼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남자 쪽에서 조금 더 부담을 지는 편이 더 달콤하긴 하다. 여자는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남자 친구에게 대우를 받을 때 행복함을 느낀다면 남자는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여자에게 뭔가를 해줬을 때 행복함을 느끼는 건 맞다. 


그러니 "남자는 여자를 진짜 좋아하면 맹목적으로 잘해준다"는 말은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다만 여기서 많은 여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은 남자는 여자에게 뭔가를 해주는 행동에서도 어느 정도의 행복을 느끼지만 남자가 여자에게 잘해주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는 거다. 뭐냐고? 남자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해줬을 때 여자 친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능력 있고 멋진 남자라는 것을 확인하고 뿌듯해한다는 거다. 


남자의 맹목적인 사랑을 원해도 괜찮고 마음껏 남자 친구를 부려먹어도 괜찮다. 다만 당신이 보기에 남자 친구라면 당연히 해줘야 할 행동에도 진심으로 감동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나서 맹목적인 사랑을 요구하고 마음껏 부려먹으면 된다. 


남자는 노예가 아니다. 당신과 똑같은 슬기로운 사람이다. 당신이 남자 친구의 관심과 애정을 원한다면 남자 친구는 당신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원할 뿐 다를 게 없다. 남자 친구가 맹목적이지 않다는 것을 불평하기 전에 스스로 생각해봐라. 당신은 남자 친구의 사소한 호의에도 충분한 고마움을 표현했는가?  



이런 행동을 하는 거 보면 마음이 식은 거 아냐?

사귀고 5달쯤 지나고 나서부터 저를 너무 편하게 대하는 것 같더라고요... 한 번은 남자랑 여자랑 데이트 비용은 5:5로 딱딱 맞춰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커플통장 하자고 그러더라고요. 저라고 남자 친구에게 다 얻어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비교하면 안 되지만 제 친구들은 저런 말을 직접 들어가면서 하는 친구들은 없었는데... 


M양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어떤 게 공평하고 맞는 일이든 현실적으로는 대부분의 경우 남자 쪽에서 조금은 더 부담하는 게 일반적이기도 하고, M양도 아예 안 낼 생각이었던 것도 아닌데 너무 대놓고 돈 얘길 하니 좀 불편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있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대학교 1학년 때 나도 M양의 남자 친구와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알바를 해봐야 쥐꼬리만 한 월급만 받는데 이거 떼고 저거 떼고 나니 참 데이트할 때 많이 쪼들리더라. 물론 여자 친구도 나만큼 부담을 했지만 문제는 매번 만날 때마다 아... 오늘은 얼마밖에 없는데... 하는 걱정이 자주 들었다는 거다. 거참... 돈 때문에 안 만날 수도 없고... 간혹 데이트 비용이 오버되면 친구들에게 사정을 하고...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서 말했다. 내가 6 낼 테니 네가 4만 내달라고. 아직 20대 초반인 M양 커플이라면 남자 친구도 나와 비슷한 마음은 아니었을까?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정말 M양에게 돈 쓰는 게 아까워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어떤 행동에는 수많은 원인들이 있을 수 있다는 거다. 연락이 줄어드는 건 너무 바빠서일 수도 있고, 데이트 비용을 아끼는 건 요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고, 데려다주지 않는 건 너무 피곤해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연애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가진 여자들은 이상적인 연인상에 맞지 않는 행동에 대해서는 단 한치의 의심도 없이 '마음이 식어서'라는 결론을 내려버린다는 거다. 


어떤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섣불리 단정 짓고 부정적인 감정을 갖지는 말자. 일단은 열린 태도로 대화를 해보는 게 먼저다.  



헤어질 땐 헤어지더라도 오해를 풀어야 하는 거 아닌가?

어쨌든 결국은 헤어져 버렸어요... 헤어질 때 거의 밑바닥까지 보고 헤어져서 다시 만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이 친구가 첫사랑이거든요... 그래서 다시 만나지는 않더라도 좋게 정리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연락을 했는데 결국 또 싸워버렸어요. 이제 저를 엄청 좋지 않은 여자로 기억하겠죠...? 그 기억만이라도 바로잡고 싶었는데... 


사실 나도 M양과 같은 아름다운 이별 신봉자였다. 연애를 하다 보면 정말 맞지 않는 사람도 있는 거고, 너무 맞지 않는다면 둘이서 충분한 대화를 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예쁘게 이별을 하자는 주의 긴하나... 그게 어디 말처럼 쉽던가? 그렇게 대화가 통할 것 같으면 잘 풀어서 사귀지! 


비단 연인관계뿐만 아니라 친구관계, 사업관계 등에서도 이별은 언제나 지저분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별을 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상대를 배려하며 연애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실수든 상대의 실수든 이별을 했고, 재회의 가능성마저 희박하다면 서로를 위해 깔끔하게 관계를 끊는 것이 맞다. 


물론 나나 M양과 같은 아름다운 이별 신봉자에게는 "상대에게 나쁜 기억으로 남고 싶지 않은데..."라는 찝찝함에 온몸이 간질간질하겠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행히도 우리의 두뇌는 괴롭고 불편한 기억은 자동으로 정리를 하여 기억의 한편으로 몰아넣거나 아프지 않게 미화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남자 친구의 머릿속에 M양과의 막장 이별 장면으로 가득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안 좋았던 기억은 사라지고 서로 알콩달콩했던 기억만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를 추억하면서 이렇게 말할 거다. "참... 생각해보면 M양도 좋은 여자였는데..." 그리고 M양에게 문자를 보내는 거다. "자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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