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는 왜 그러지?"라는 생각이 드는 건 아직 그를 좋아하기 때문이야.
파티 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난데없이 연애상담을 요청하는 J양아... 내가 바로바로 너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던 건, 첫 번째로 내가 너무 바빴고 두 번째로는 너의 사연에는 해줄 얘기가 너무 많았고, 마지막으론 너와 비슷한 질문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이렇게 한 번에 해결을 할까 해서야... 하여간 바로바로 답변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대신 오늘은 너를 위한 특별한 글이니 나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주 길!
바로야, 바쁜 건 아는데... 내가 너무 당황스러워서... 얼마 전에 내가 ~런 이유로 남자 친구랑 헤어졌어... 처음엔 구질구질하게 매달렸다가 다신 안 볼 것처럼 헤어지자고 하기에 나도 마음을 접기로 했지... 그런데 헤어진 지 좀 지나서 연락이 오는 거야. 언제는 다시 안 볼 것처럼 하더니!
난 J양이 연애 좀 해본 신여성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나 봐...? 파티에서 수십 명이 하는 질문을 똑같이 하네? "헤어지자더니 왜 연락을 하는 걸까?"라니... 결론부터 말하면 헤어진 남자 친구가 너에게 연락을 하든 말든 중요하지 않아 정말 중요한 건 네가 마음을 정리하기로 해놓고 헤어진 남자 친구에게 연락 좀 왔다고 "왜 연락을 했지?", "치! 언제는 다시 안 볼 것처럼 하더니!", "대체 무슨 심리야!" 등등의 생각들로 하루 종일 헤어진 남자 친구를 생각하고 있는 게 문제지!
많은 여자들이 헤어진 남자 친구의 애매한 행동에 대해 "이제 와서 왜 그러는 거죠!?" 라며 불쾌하다는 듯 말하지만 솔직히 헤어진 남자 친구가 연락을 하든 찾아오든 여자 쪽에서 싫다면 무관심으로 응대하면 그만인 문제야. 근데 그렇게 못할 거잖아. 아직 남자 친구에게 마음이 있으니까!
헤어진 남자 친구가 뭔 짓을 하든 뭔 상관이야 넌 무시하면 되는 거야. 무시가 안된다고? 그러면 괜히 불쾌하다는 식으로 툴툴대지 마 헤어진 남자 친구의 행동이 신경 쓰인다는 건 네가 아직 남자 친구를 좋아한다는 거고 그런 남자 친구가 너에게 연락을 한다면 크든 작든 기회임에는 분명하니까!
지금 네가 불쾌한 느낌이 드는 건 남자 친구를 다 정리했기 때문이 아니라.
남자 친구가 냉정하게 나올 땐 추하게라도 매달리다가
뭔가 남자 친구가 알아서 되돌아올 것도 같으니까
괜히 거만해지고 기고만장해지는 거야.
이런 마음은 네가 알아서 경계해야 하는 거야
괜히 기고만장 거만하게 굴다 또 후회할 짓한다 너!
내가 연락도 다 씹고, 단답형으로만 대답을 하다가 남자 친구가 만나자고 하더라? 그래서 알겠다고 했는데 며칠 후에 갑자기 잠깐만 볼 수 있냐는 거야, 그래서 가볍게 "나 약속 있어"해줬지. 그랬더니 만나기로 한날 전날에 그냥 다 없었던 걸로 하자는 거야. 지금 나 가지고 논건가? 정말 얘는 뭐 하자는 거야?
J양아, 남자 친구에게 짜증내기 전에 한번 가만히 생각해봐.... 네가 남자 친구라면 널 만나겠냐? 네가 헤어짐의 원인에 대해서 깜빡하고 있는 것 같은데... 둘이 많이 싸웠건 어쨌건 헤어짐의 결정적 원인은 네가 제공한 거잖아... 남자 친구는 너의 행동에 대해서 이해를 할 수 없어 화를 내고 둘이 싸우다 헤어진 거고...
너의 입장에서는 "뭐,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할 수 있겠지만 글쎄다... 만약 나라고 하더라도 내 여자 친구가 J양과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 헤어지 기는 것까지는 안 했을지 몰라도 한동안 불신에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볼 것 같은데? 너만 떳떳하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 남자 친구가 냉정하게 헤어지자고 했지만 어쨌든 너에게 원인이 있었던 것 인정? 음... 그래... 커플들의 일은 모르는 거니까 백번 양보해서 남자 친구도 이런저런 잘못이 있다 치고 쌍방과실로 이별을 맞았다고 치자.
네가 추하게 매달릴 때에 남자 친구가 감정이 격하고 너와의 트러블 때문에 지쳐서 널 받아주지 못했지만 어쨌든 남자 친구가 너에게 손을 내밀었잖아. 남자 친구라고 마냥 "우리 J양 없으면 난 못 살 것 같아 ㅠ_ㅠ"라면서 너에게 연락을 했겠어? 아직도 너에게 앙금이 남았지만 그래도 대화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너에게 연락을 하는 거잖아.
헤어지고 수개월이 지나서 연락한 것도 아니고 며칠 지나지 않아 연락을 한 것이라면 불순한 의도보다는 그래도 나름의 재회의 의지를 가지고 너에게 연락을 한 것일 텐데 너는 어떻게 했니? 죄다 연락을 씹고, 단답으로 하고, 뻔히 시간이 되면서 혹은 시간을 뺄 수도 있으면서 약속이 있다며 거만한 태도로 튕김 질을 해댔잖아... 너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내가 내 파티를 걸고 말하는데. 네가 처음부터 매너 있는 태도로 남자 친구의 행동에 응대를 했다면 적어도 재회는 하지 못했을 망정 약속한 날 혹은 그전에 만남을 같고 꽤나 진지하고 좋은 대화를 나눴을 거라고 생각해. 결국 남자 친구가 널 가지고 논 것 같다는 감정이 드는 건 난센스라는 거야.
지금 막 답답하고 짜증 나고 불쾌하지? 그 기분은 남자 친구가 이랬다 저랬다해서가 아니라 네가 재회할뻔한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후회 때문인 거야. 바보야. 네가 튕기고 쌀쌀맞게 굴어도 남자 친구가 계속 저자세로 나오면서 다시 사귀자고 매달릴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남자 친구가 정신 차리고 뒤돌아서니 아깝고 후회스러워서 그러는 거라고.
괜히 애꿎은 남자 친구 이상한 사람 만들지 말고, 혼자 겨울바다라도 찾아가서 허니버터 칩에 팩소주라도 빨면서 가만히 너의 감정을 찬찬히 곱씹어봐. 답도 안 나오는 "걔는 왜 그랬을까?"이런 거 말고 "왜 나는 걔의 연락에 흔들리고 괜히 튕기고 그랬을까...?"이런 생각을 해봐. 그게 답이겠지.
내가 보기엔 참 유쾌하고 괜찮은 친구였는데 말이지... 넌 괜히 혼자서 드라마 쓴다고 표현했지만 "그거야 말로 널 진심으로 생각했다는 증거야!"라고 말하면 좀 아쉽고 쓰리려나? 이제 와서 후회된다고 연락하지 말고 일단은 좀 기다려봐. 먼저 연락이 올 수도 있고 아니라면 좀 더 지나서 네가 먼저 연락을 해볼 수도 있겠지? 하여간 메리 크리스마스고 곧 한 살 더 먹는 거 미리 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