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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an 23. 2017

사소한 소품으로도 이성을 유혹할 수 있다?

사소한 소품이 큰 효과를 발휘할 때도 있다는 걸 명심하자.

혹시 '맥가이버'라는 드라마를 아시는지? 요즘 세대들은 맥가이버라고 하면 다용도 칼을 떠올리겠지만 내가 소싯적, 정확히는 유치원? 때쯤에 TV에서 성황리에 방영된 외화시리즈다. 포털에 검색을 해보니 1985년부터 1992년까지 방영했었다고 하니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대략적으로 짐작을 할 수 있을 거다.


금발에 꽁지머리를 기른 맥가이버가 위기의 상황에서 (거의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매우 촉박한 상황!) 다용도 칼과 자질구레한 소품들로 위기를 벗어나곤 했는데 덕분에 소싯적 놀이터에서 각종 재활용품들을 한데 모아놓고 이래저래 묶고 담으며 기괴한 조형물들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연애에 있어서도 맥가이버처럼 사소한 소품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거나 운이 좋은 경우? 이성을 유혹할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론 초콜릿, 머리끈, 물티슈 등이 효과가 괜찮았었다. (생각해보니 한땐 어느 책에서 영감을 얻어 보푸라기를 가지고 다니기도 했었는데 상대의 옷에서 보푸라기를 떼어주는 척하면서 뭐 그런... 하하... 역시 오글거리네..) 이러한 소품들은 가지고 다니면 꼭 한 번씩 써먹을 데가 있으니 만약의 상황을 위해 맥가이버가 다용도 칼을 가지고 다니듯 평소 가지고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저따위 자잘한 것들이 무슨 도움이 되겠냐 싶겠지만 상황에 따라 사소한 소품이 큰 효과를 발휘할 때도 있다는 걸 명심하자. 올해 초쯤이었을 거다. 그 날따라 이런저런 일들로 다들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상황이었는데 한 녀석이 담배를 피우겠다며 파티 중간에 밖으로 나갔다. 씩씩거리며 애꿎은 담배필터를 씹고 있을 때 그 녀석 눈에 한 여자가 들어왔다. 


파티의 첫 등장 때부터 "오!?" 하며 호감을 느꼈던 여자였는데 (물론 그 녀석이) 처음부터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것을 보아 분명 파티 중간에 몰래 빠져나와 집으로 향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 녀석은 방금 전까지 짜증이 한가득이었던 것도 잊고 벌써 집에 가는 거냐며 그녀를 불러 세웠단다. 분명 그녀는 당황했을 거다. 몰래 빠져나와 조용히 사라지려 했는데 하필이면 주최자와 마주치다니! 


애매한 상황에서 그녀의 선택은 거짓말이었다. "아... 저 편의점 가려고요" (편의점은 무슨... 가방이며 옷이며...)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 녀석은 무작정 그녀를 따라 편의점에 함께 들어갔다고 한다. 파티 중간에 나온 게스트와 잔뜩 짜증 나서 담배를 태우던 주최자가 편의점에서 뭘 하겠는가? 잠시 어색함이 감돌았을 때 그 녀석은 어색함을 깰 생각으로 컨디션을 사서 그녀의 손에 쥐어주고 파티로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뭐... 이미 시작부터 뻔한 결말이지만 그녀는 다시 파티로 돌아왔고 몇 주 지나지 않아 둘은 사귀기로 했다. (아이고 제수씨... 컨디션이 뭐라고... 왜 고생을 사서 하십니까 ㅠ_ㅠ) 물론 컨디션을 사준다고 모든 여자들이 "어맛!? 이런 센스 있는 남자라면 함께 연애 라이프를 꾸려가도 괜찮겠어!"하지는 않을 거다. 


그 녀석이 애초에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였고, 그녀도 파티에 와서 유일하게 "오!? 괜찮네?" 했던 남자가 건넨 컨디션이었기에 그런 효과가 있었던 것이었으리라. 하지만 명심하자. 그 4,500원짜리 컨디션이 아니었다면 그 녀석은 아직도 주말에 침대에 누워 무한도전이나 보고 있었을 거다. 


확실히 소품 하나로 내가 마음에 드는 이성을 100% 유혹할 수는 없다. 하지만 뭔가 서로 묘한 교감을 느꼈으나 표현하기 애매한 상황, 쉽게 말하자면 연애의 양팔저울에 당신과 상대의 호감이 팽팽히 수평을 이루고 있어 누구 하나 옴짝달싹 못하고 있을 때 사소하지만 상황에 맞는 그리고 센스 있는 소품은 호감의 균형을 깨뜨리고 상황을 급진전시켜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가방에 여유공간이 조금 남아 있다면 이런저런 소품들을 챙겨 다녀보는 건 어떨까? 식사 후 상대에게 건넬 키 X스 초콜릿과 자X리톨 껌, 상대가 혹시 무엇인가 흘렸을 때 건넬 물티슈, 식사 중 그녀를 위한 머리끈, 그녀의 눈물을 닦아줄 손수건 정도면 당신의 가방의 여유공간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있다가 중요한 순간 빛을 발할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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