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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an 21. 2017

당신은 왜 자꾸만 남자 친구와 싸울까?

입장 차이는 언제나 트러블을 불러온다.

오늘 같은 글을 쓸 때면 글을 쓰기도 전에 마음이 무겁다.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지만 그중에 고르고 또 고른 다음 충분히 공감할만한 예를 들어 글을 쓰지만 언제나 댓글엔 "뭐야 그러니까 또 여자만 노력하라 이거네 대체 언제까지 여자만 노력해?"라는 댓글이 달린다. 답답한 마음에 한 번은 지인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더니 지인은 소주잔을 내려놓으며 뭘 당연한 걸 묻냐며 이렇게 말했다. "오빠, 요즘 누가 글 다 읽어~ 대충 읽다가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읽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X 지르고 나가는 거지!" 


뭐... 이제 막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닌데.. 뭐랄까... 정말 그렇다면 너무 기운 빠지는일 ㅠ_ㅠ 악플을 달아도 좋으니 적어도 한 번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속이 쓰리고 뭔가 빈정이 상해도 한번 차분하게 생각을 해보자. 그래도 이 바닥에서 글 쓴 지가 5년인데 말도 안 되는 소리만 썼을까!?



입장 차이는 언제나 트러블을 불러온다.

저희는 만난 지 이제 3년 차 되는 커플이에요. 남자 친구는 이제 막 취업을 했고, 저는 취준을 하는 중인데 제가 아무래도 남자 친구에게 너무 의지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자존감이 낮은 편도 아닌데 남자 친구가 바빠서 피곤하다는 것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남자 친구가 쉬는 날만 되면 섭섭하다고 싸움을 걸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난 소띠에 또 사주를 보면 평생 일할 팔자라는데 희한하게도 타고난 한량이다. (써놓고도 부끄럽네...) 하지만 딱 두어 달? 정말 살인적인 스케줄로 살아본 적이 있는데 대학시절 인턴을 하고 있던 중 은사님의 부탁으로 입시학원 강사를 병행한 적이 있다. 


6시에 일어나서 8시까지 출근하고 7시쯤 눈치를 보다가 슬쩍 빠져나와 8시 반까지 학원으로 출근해서 12시까지 일을 하다 퇴근 후 선생님들과 술자리를 갖고 새벽 3시쯤 집에 돌 오는 스케줄이 었는데 ㅋㅋㅋ 정말 두 달쯤 지나니까 사람이 맛탱이? 가 가면서 정말 이렇게 살면 과로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물론 그때 당시의 여자 친구는 난리도 아니었다. 난 분명 연락을 한다고 했는데도 하루에도 몇 번씩 "너 화장실도 안가!?", "바쁜 건 알지만 24시간 풀로 일만 하는 건 아니잖아!", "넌 왜 잘 때 잔다고 말을 안 해!?" 등등의 이야기들을 아침 점심 저녁 인사처럼 들었다. 미치겠는 건 분명 난 일부러 신경을 썼는데도 그런 소리를 들었다는 거다! 그렇게 코피를 쏟아가며 두 달 반쯤? 일을 하다가 이러다 죽겠지 싶을 때쯤 인턴이 끝나고 얼마 있다가 학원일도 그만두면서 다시금 한량 라이프로 돌아갔고 자연히 여자 친구의 불만은 사라졌다. 


문제는 몇 달 후 여자 친구가 취업을 하면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매일 카페에서 함께 공부하고 책만 읽던 여자 친구가 취업을 하고 나니 바빠지면서 내가 여자 친구의 입장이 되는 게 아닌가!? 뭔가 서운하고... 신입사원 주제에 바빠봐야 얼마나 바쁜가 싶기도 하고, 내가 보낸 카톡의 1이 사라진 지가 몇 시간인데 연락은 안 오고... 뭐지? 나 무시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그때쯤 푹 빠져 있었던 책이 틱낫한 스님의 저서들이었던지라 화를 표출하기보다는 자꾸만 화가 나고 짜증 나는 나 자신의 내면에 대해 많은 고민과 반성을 할 수 있었다. 하루는 샤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거다. "뭐지? 내가 바쁘다고 할 때는 뭐가 바쁘냐고 해놓고! 이제 와서! 자기는!?"하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씩씩거리며 샤워를 마치고 나면 전화를 걸어 한바탕 해야지! 하며  눈을 감고 머리를 감는데 머릿속이 번쩍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자 친구가 바쁘고 신경을 못써줘서가 아니라 내가 한가해서 잖아!" (무슨 아르키메데스도 아니고...) 


그날부터 일본어 학원을 등록하고, 언어교류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그 덕분에 요즘 동영상 보기가 참 편하다?) 신기하게도 여자 친구에 대한 불만, 짜증, 분노 등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물론 여자 친구에 대한 서운함이 완전히 사라진건 아니지만 예전에는 "뭐야!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였다면 스스로 바빠지고 나서는 "많이 바쁜가? 힝!" 정도에서 멈췄다. 


상대가 연애에 대해 소홀하게 여긴다고 느껴질 때에는 상대에게 화를 내기보다 스스로의 생활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상대는 일이다 가족이다 우정이다 모두 챙기며 바쁜 일상을 보내는데 나 자신은 마냥 상대만 쳐다보고 있다면 당연히 트러블이 날수 밖에 없다. 


"나보다 일이 먼저라 이거지!?", "친구들이 나보다 소중하다는 거야?", "가족들 일이라면 아주!"라는 느낌이 들 때에 가장 좋은 방법은 나 또한 그렇게 하는 거다. 


상대가 일이 바쁘다면 나는 나의 자기계발을 위해 학원을 다니거나 새로운 프로젝트에 자원하고, 상대가 친구나 가족들을 많이 챙긴다면 나도 많이 챙기도록 하자. 거의 대부분의 연애 트러블은 이처럼 입장 차이 때문에 생긴다. 상대가 바쁘다고 마냥 "바쁘면 연락이 줄어들 수도 있지!"라며 이해하라는 게 아니다. 상대가 바쁘다면 당신도 바쁘게 살면서 입장 차이를 최소한으로 해보라는 거다.  



내 감정은 언제나 내 책임이다.

제가 섭섭하다고 하면 남자 친구는 왜 또 혼내냐고 하고 또 싸우게 되네요... 매일 남자 친구에게 고치라고 해왔었는데 이제는 저도 무언가 바꿔보려고요... 남자 친구는 자기 쉬는 날에 맞춰서 섭섭한 거 얘기하면 더 신경 써주고 그러겠다는데 저는 그 휴일 인생에 맞춰서 감정 조절을 못하겠네요...ㅠ_ㅠ 어떡해야 하나요...? 


앞서 말했지만 O양의 고민은 O양이 남자 친구처럼 바쁘게 생활을 하기 시작하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다. 취준을 하는 O양의 입장이라면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줄이고 학원을 다니던가 그룹스터디를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면 취준에도 도움이 되고 남자 친구에 대한 서운함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물론 "남자 친구가 취준 하는 여자 친구에게 좀 맞춰주면 안 되나?"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이것을 꼭 명심해라. "내 감정은 언제나 내 책임이다." 서운한 것도, 불만스러운 것도, 화가 나는 것도, 모든 감정은 내 것이고 내가 해결을 해야 할 문제이지 내 감정을 상대가 헤아려주길 바래서는 안 된다. (아... 이 말은 안 쓰려고 했는데... 결국 스스로 헬게이트를 열어 버린 느낌...) 


이렇게 얘길 하면 "둘 다 노력을 해야지! 왜 여자만 노력하라는 거냐!", "그럼 남자는!?", "바닐라 로맨스님은 왜 항상 남자 편만 드는 건가요?" 같은 얘길 하지만 '여자'가 다 이해하고 참으라는게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감정을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인 거다. 


O양의 남자 친구가 내게 "저는 바빠 죽겠는데 여자 친구가 자꾸 연락 안 한다고 뭐라 해요! 왜 이해를 못해주죠!?"라고 말을 했다면 나는 "여자 친구가 불만을 토로하는 게 듣기 싫고 불만이라면 여자 친구가 당신에게 화를 내지 않도록 당신이 노력해야 하는 겁니다."라고 말을 하며 이런저런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줄 거다. 


당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든 그 감정은 당신의 것이다. 당신이 보다 나은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당신 스스로가 노력해야 할 일이지 상대를 탓하고 비난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쯤 당신의 머릿속에서는 "상대는 안 하는데 왜 내가 해 야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럴 땐 아들러 심리학의 대가 기시미 이치로의 말을 들어보자. 


"누군가 시작해야만 한다. 다른 사람이 협조적이지 않아도 그것과 당신은 무관하다. 내 생각은 이렇다. 당신이 먼저 시작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협력적이든 그렇지 않든."
- 버텨내는 용기, 기시미 이치로
 


나의 얘기가, 기시미 이치로의 얘기가, 아들러의 얘기가 말도 안 된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노력은 같이 해야지 왜 나만해! 상대는 하지도 않는데!"라는 생각에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도저히 더 이상 노력할 수 없을 정도까지는 노력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설령 그 사람이 날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건 '여자'에게 말하는 게 아니라 '인간'에게 말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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