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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an 26. 2017

그녀는 왜 에프터를 받아주지 않았을까?

인연을 꼭 억지로 만들어야 할까...?

K군의 고민은 사실 고민이 아니다. 답은 너무 뻔하지만 스스로 그 답을 보지 않으려고 할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보려 하고 불편한 진실은 외면하려고만 한다. 괜히 자격지심을 느낄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려고는 하지 말자. 그래서는 지금처럼 자꾸만 뻔하고 당연한 답을 눈앞에 두고 괜히 고민을 하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확률이 높으니 말이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 "그녀가 K군의 에프터를 거절한 건 K군이 마음에 들지 않고 접근 방법 또한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인연을 꼭 억지로 만들어야 할까...?

이직 준비로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공부를 시작하고 얼마 안 가서 제 근처 자리에서 항상 공부하는 한 여자분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내 스타일이네 정도였는데 계속 보다 보니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2달여간 고민하다가 쪽지를 건넸고 도서관 앞에서 번호를 받았습니다. 


이런 말이 참 그렇지만... 난 K군과 같은 생각이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왜 생판 인연도 없는 사람에게 연락처를 구걸? 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주변에 이성이 없는 걸까...? 초중고 동창, 대학 선후배, 업무상 엮인 사람들, 그리고 이러한 지인들과 인맥을 쌓다 보면 자연히 연결되는 지인의 지인들! 그 수많은 인연들을 두고 왜 하필이면 전혀 인연도 없는 사람에게 한참 부자연스럽게 연락처를 묻고 그래야 하는지... 


이런 얘기를 하면 몇몇 사람들은 "제 주변에는 제 스타일이 없어요." 혹은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따위의 말을 하지만... 주변에 숱한 여자들을 거느리면서 스타일을 찾는지 의문이고 꼴랑 뒷모습만 보고 인연이란 생각이 든다는 건 또 뭔 소린지... 난 정말 모르겠다. 


주말이면 침대 위에 드러누워 "언젠간 운명의 연인이 나타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도 맞는 건 아니지만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을 운명의 상대라고 생각하며 내가 보기엔 좀 아닌 것 같다. 그냥 각자 할 일 열심히 하고 그 와중에 알게 된 인연들을 소중히 하며 활발히 인맥관리를 하다 보면 자연히 기회가 오던데... 친구들이랑 한잔 하다 보면 "오빠 나 친구랑 있는데 같이 갈까요?", "내가 아는 동생인데~", "나랑 이번에 프로젝트 같이 하는 친구야~" 뭐 이런 일들이 나한테만 생기는 건가? 


생판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서 솔메이트를 찾기 전에 자기 주변의 지인들에게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고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맨날 자기 심심할 때, 야밤에 사람 불러낼라고 하니까 인맥이 좁아지는 거지. 인맥도 스펙이라 생각하고 충분히 투자한다면 굳이 길바닥에서 인연을 찾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래도 정 안된다면 동호회도 있지 않은가? 왜 굳이...  



연애는 문학이 아니라 수학이다.

번호를 받고 가볍게 밥이나 먹자고 했어요. 그랬더니 이번 주는 안된다고 다음에 먹자고 하더라고요... 날을 특정하지 않은 게 좀 걸려서 다음날 톡으로 식사 약속을 잡으려고 했는데 그녀가 당분간은 시험에 열중하고 싶다고 시험 끝날 때까지 연락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이 상황에 대해 의문점을 갖는 사람은 지구 상에 K군 혼자다. 누구나 K군의 사연을 들으면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여자가 남자를 마음에 안 들어하네"라고 말할 거다. 오로지 K군 혼자서만 "아니... 번호를 줘놓고 왜 같이 밥을 안 먹을까...?"라고 고민을 하고 있는 거다. 


이렇게 남들은 다 알고 있는 답을 K군만 모르고 있는 건 연애를 문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학에 정답이 없듯 본인의 연애에도 딱 부러지는 답은 없으며 대부분의 문학이 그렇듯 잘되든 잘 안되든 뭔가 서정적인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애는 수학이다. 내가 일전에도 말을 했지만 사람은 누구나 가슴속에 썸 계산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고, 상대의 매력과 나의 매력을 비교 분석하고 이에 대한 이해타산을 따져본다. K군을 봐라. 도서관에서 대화 한번 나눠보지도 않았고, 어떤 운명의 장난에 의해 서로 엮인 것도 아니면서 상대의 외모, 스타일, 몸매 등만 보고 대시를 하지 않았는가? 만약 그녀가 K군의 스타일이 아니었다면? 그래도 밥 먹자고 했을까? 


K군이 그녀를 따져본 것처럼 그녀도 K군을 따져본 거다. 근데 답이 안 나오니까 혹은 자기가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드니까 가차 없이 거절을 한 거다. 여기엔 어려울 것도 없고 애매한 것도 없다. 다만 K군 스스로 그러한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기 어려울 뿐이다.  



절대매력이 아니라면 신뢰를 먼저 쌓아보자.

이럴 거면 처음부터 번호를 주지 말지... 왜 줬는지 모르겠네요... 한편으론 공부하는 데에 연애나 썸 뭐 이런 게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싶고요... 제가 번호를 달라고 하기 전에는 바로 근처였는데 제게 번호 달라고 하고 나서는 자리를 멀리 이동하셨더라고요.. 용기 내서 번호 달라고 한 건데... 그녀가 시험 끝날 때까지 4달 동안 기다리가 되었네요... 


아프겠지만 스스로 이것 하나만 확실히 명심하자. 그녀는 K군에게 전혀 네버 관심이 없는 거다. K군이 그녀의 기분을 이해한다면서 "저도 친구들이 술 먹자는 연락, 명절, 제사 등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는데 그녀도 그랬던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친구들이 술 마시 자고 하는 건 부담스러워서 나가지도 않으면서도 결국 그녀에겐 번호도 묻고 연애를 하고 싶어 지지 않았는가? 그리고 평소 괜찮게 생각했던 여자지인이 술 한잔 하자 했어도 거절했을까...? 


괜한 이유들로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말자. 그냥 그런 거 하나도 없고 K군이 별로인 거다. 더욱이 K군이 번호를 달라고 하고 나서 바로 자리를 옮긴 것만 봐도. 부담스러운 정도가 아니라 좀 더 강도가 높은 거부인데... 4개월을 기다려 연락을 하겠다니... 괜한 기대에 상처만 더 깊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쓰라린 현실이지만... 어쩌겠나... K군 스스로 자초한 일인걸. K군이 그녀를 얼마나 좋아하든, 얼마나 용기를 냈든 그녀 입장에서 K군은 열심히 공부하던 중에 뜬금없이 등장한 불청객이고 더욱이 본인의 스타일도 아니었다. (팁을 주자면 내가 아는 지인들이 말하길 머리도 안 감고 추할 때 남자가 말을 걸면 상당히 불편하고 불쾌하다고 하더라.) 


나는 K군에게 다음부터는 좀 억지스러운 만남보다는 인맥관리에 신경 쓰며 이러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정말 괜찮은 여자가 있다면 대뜸 들이대면서 부담을 주기보다 먼저 신뢰를 쌓도록 해보자. 


얼마 전 머리나 식힐 겸 바다에 간 적이 있었는데 밤바다를 앞에 두고 오징어를 뜯으며 맥주를 홀짝였다. 얼마쯤 지났을까? 두어 발 떨어진 곳에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앉았는데 그녀가 앉은 지 3분이 채 지나지 않아 네댓 번 정도 헌팅이 들어왔지만 보기 좋게 차이고 말았다. 


한참을 멍하니 바다를 보고 있다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녀에게 오징어 다리를 건넸고 조금 있다가 맥주를 좀 더 사 오려고 그녀에게 짐을 좀 봐달라고 말을 하고 편의점에 들려 맥주를 사들고 자리에 돌아와 고맙다면서 그녀에게 한 캔을 건넸다. 그렇게 한 시간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호텔로 돌아왔는데 내가 했던 것처럼 K군이 했다면 어땠을까? 


내가 만약 그녀에게 헌팅을 했던 남자들처럼 그녀에게 "저랑 한잔 하실래요?"라고 했다면 그녀는 나와 얘기도 나누기 전에 "뭐야 이 초라한 행색의 아저씨는?"이라며 저 멀리 가버렸을 거다. 뭐가 그렇게 급하고 뭐가 그렇게 당당할까? 생판 남이면 일단은 대화를 하며 신뢰를 쌓는 게 먼저지 않았을까? K군이 여자의 경계심을 무너뜨릴 만큼 절대매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다음부터는 꼬시려고 하지 말고 신뢰를 주며 친해지는 데에 집중해보자. 


오징어 다리를 건네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면 그녀가 누구인지 뭐하는 사람인지 물어보고 그리고 내 매력이 무엇인지 어필할 기회를 얻겠지만 대놓고 관심 있다고 들이대면 당신의 외모에 대한 매우 잔인한 평가에 대한 결과만 있을 뿐이다. 뭐가 더 현명한 행동일까? 그건 K군이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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