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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an 28. 2017

바람을 피우는 남자를 놓지 못하는 여자

남자 친구가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었는데요...

툭하면 애정결핍을 핑계로 다른 여자를 만나는 남자 친구를 놓지 못하는 K양의 사연에 무슨 할 얘기가 있을까? 그냥 나는 다 안다는 식으로, "미쳤어? 왜 그런 남자를 만나!? 빨리 헤어져!"라고 이야기를 하면 그만이겠지만 몇 년째 그런 남자 친구를 놓지 못하는 K양이라고 그걸 몰라서 그럴까?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하는 K양의 사연에 대해 조금은 색다른 조언을 해줄까 한다.



남자 친구가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었는데요...

남자 친구의 부모님은 남자 친구가 어릴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으셨고 그 때문에 남자 친구는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해요. 그래서 사람을 잘 못 믿고 애정결핍이 있다고 했어요. 저는 안타까운 마음에 남자 친구를 끌어안아 주었지만 남자 친구는 자꾸만 실수(바람)를 하였고 자기 자신도 너무 힘들다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아파하네요. 


불우한 과거가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색안경은 끼고 봐서는 안된다. 하지만 불우한 과거를 핑계 대는 사람을 받아줘서는 안 된다는 걸 명심하자 불우한 과거가 있다고 다들 사람을 못 믿고 애정결핍이 생기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내 주변을 둘러봐도 한 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숱하게 바람을 피우는 지인들을 보면 다들 사연이 있다. "내가 중학교 때 만났던 누나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워서", "정말 믿었던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랑 연락하는 걸 보고 충격받아서", "어릴 때 무슨 일이 있어서..." 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내가 바람을 피울 수밖에 없어" 


뭐... 그들의 사연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그래서 어쩌라는 걸까?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과거를 바꿔달라는 소리?) 그리고 결국 뭘 하겠다는 건가? 어쨌든 이러이러한 사연이 있으니 계속 바람을 피울 거란 소리 아닌가!? 


과거의 어떠한 사건이 있었던 건 유감이고 사랑하는 연인이라면 상대의 그런 과거도 품어줄 수 있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부적절한 행동을 한 번이 아닌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는 건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도 이제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는 거다. 


K양이 애정결핍을 핑계로 계속 바람을 피우는 남자를 놓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K양은 남자 친구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불우한 과거 때문에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을 하니 K양이 남자 친구의 상처를 치유해주면 남자 친구의 애정결핍이 해결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바람을 피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어떤 이유를 대면서 부적절한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은 결코 어떤 이유 때문에 그 행동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부적절한 행동을 반복하기 위해 어떤 이유를 끄집어내면서 핑계를 대는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K양의 남자 친구는 불우한 과거 때문에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니라 바람을 피우기 위해 불우한 과거를 끄집어내고 있다는 말이다. (불우한 과거가 없었다면 아마도 요즘 너무 힘들어서 기댈 사람이 필요했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저도 놓아야 하는 걸 알지만 놓을 수가 없어요...

몇 달 전부터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역시나 또 여자 문제... 저는 정말 이건 아니지 싶어서 헤어지자고 했죠. 그랬더니 남자 친구는 자기도 이런 자신이 싫다고... 애정결핍이 너무 힘들다고... 당장 누굴 사귈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그리고 두렵다네요... 제가 상처 입고 영영 떠나버리면 어쩌나 한다고... 정말 놓아야 하는 걸 알지만... 남자 친구의 이런저런 말들에 도망가긴커녕 자리에 주저앉고 마네요... 이게 사랑일까요? 


그래 남자니까 (이건 뭔 논리냐 싶겠지만) 한두 번 실수할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이게 벌써 몇 번째인가? 정말 애정결핍 때문에 바람을 피우는 거고 정말 그게 괴롭다면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으려는 노력을 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런 노력도 없이 매번 이도 저도 아닌 핑계만 늘어놓는 K양의 남자 친구는 최악 중에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다른 사람들은 속으로 "이그! 저 바보! 빨리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야지!"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K양의 마음을 잘 알 것 같다. 


소싯적 나도 K양과 비슷한 연애를 한 적이 있다. 주말이면 거의 연락두절, 새벽 5시쯤이야 돼서야 해장하고 있다는 연락이 오고 내가 한마디를 하면 항상 눈물을 흘리며 "사실... 우리 집이..."라며 불우한 가정사를 끄집어내던 그녀, 그런 그녀가 안쓰러워 주말 아침마다 그녀의 집 현관문에 컨디션과 본죽을 걸어 놓고 밤에 위험하니까 택시 타고 다니라고 카드도 하나 주고... (나중에 그걸로 다른 남자랑 데이트한 흔적... 하...) 


친구들을 뭐하는 짓이냐고 빨리 헤어지라고 난리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아무리 내게 상처를 주는 그녀지만 그녀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싶다는 바보 같은 생각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그때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야, 안되는 거(이별) 억지로 노력하지 말고 그냥 멍하니 여자 친구가 하는 행동을 지켜봐 봐" 


처음엔 뭔 소린지 몰랐지만 몇 주가 지나고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친구의 말처럼 그녀와 이별하려고 애쓰거나 그녀를 변하게 하려고 애를 쓰지 않으니, 객관적인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예쁜 얼굴, 몸매, 녹는 애교를 가진 여자이고 헤어지긴 아쉬운 여자임에는 확실하지만 매주 홍대 이태원 강남 라인을 투어하고 나와 함께 있는 순간에도 일명 아는 오빠들에게 연락이 쇄도하는 여자라는 것도 확실했다. 현실이 눈에 들어오고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계속 만날래?" 그리고 당연한 듯 스스로에게 대답했다. "미쳤냐?" 


K양아,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라. 지금 K양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는 다 알고 있다. (나도 경험해봤으니까!) "이번에는 바람을 안 피울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잘하면 변하지 않을까?", "불우한 과거가 있으니 내가 감 싸워줘야 하는 것 아닐까?" 문제는 이런 고민들은 백날 해봐야 답이 안 나온다는 거다. 왜냐고?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니 말이다. 


물론 당장 헤어지는 게 최선이지만 당장 헤어질 수 없다면 그때의 나처럼 한번 그냥 지켜봐라. 남자 친구가 연락을 하면 "안돼! 받으면 마음이 흔들릴 거야!"이런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받아라. 남자 친구와 연락이 안 되면 "혹시 또 다른 여자랑!?"하지 말고 그냥 둬봐라.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지켜보자. 카페아 앉아 창밖의 사람들을 구경하듯 그냥 지켜보는 거다.  


그렇게 무미건조한 시각으로 몇 주 아니 며칠만 바라봐도 몇 년째 바람둥이 남자 친구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K양에게도 현실이란 게 보일 거고 내가 그랬듯 "에효, 저 인생도 불쌍타... 그냥 서로 갈길 가야지."하는 생각이 들 거다. 


아, 맞다! K양이 지금 이게 사랑이냐고 물었지? 답은 사랑이 아니라 미련 그리고 헛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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