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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Feb 08. 2017

나이 어린 연하를 짝사랑하는 여자, 문제는?

평범하지 않다면 자신의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해보자.

P양아, 힘들다고 아파하기 전에 우리 조금만 생각을 해보자. "솔직히... 처음 시작부터... 이 관계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않나?" 나이도 7살이나 어리고... 거기에 4년씩이나 만난 여자 친구가 있는 부하직원과의 로맨스는...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해피엔딩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걸 어떡해요!"라고 하기 전에 한번 생각해보자. P양이 조금만 생각을 다르게 했다면 이 관계가 이렇게 꼬이기까지 했을까?



평범하지 않다면 자신의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해보자.

처음에는 그 친구에게 별 감정이 없었어요... 그런데 같이 근무하다 보니 정이 쌓였는지 그 친구가 너무 좋아져 버린 상황입니다. 7살이나 연하에... 4년 사귄 여자 친구가 있는 부하직원을 짝사랑하다니....  


7살의 나이차이야 사랑에 있어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니까 그렇다 치고, 4년 사귄 여자 친구가 있는 것도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냐는 말도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하여간 지금 P양이 꿈꾸는 로맨스가 그리 평범하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나이 차이가 많다고, 여자 친구가 있다고 좋아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마냥 다 덮어놓고 "사랑하는 걸 어떡해..."라고 하기 전에 "왜 나는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먼저 해보자. 그리고 꼼꼼하게 따져보는 거다. 나라는 사람의 현재 상황을! 


"혹시 내 주변에 남자가 너무 없는 건 아닐까?", "내가 요즘 외로워서 그런가?", "내가 요즘 너무 일만 하느라  개인생활이 너무 없었던 건가?" 등등의 생각들을 해보고, 이런저런 모임에도 나가보고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소개도 받아보며 자신의 생활패턴에 이런저런 자극을 줘보자. 


감정은 우리 자신을 바보로 만든다. 단지 외로운 거면서, 혹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것이면서 마치 운명을 만났다는 착각을 하게 하고 바보 같은 선택을 하게 한다. P양의 사랑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혹시나 감정이라는 것이 P양이 바보 같은 선택을 하게 한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는 거다.  



호감은 드러내 놓고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정말 처음에는 별 감정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 게 그 친구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 친구가 여자 친구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러면 안 되지 하면서도 커져가는 마음을 달래기가 너무 힘들어져버렸네요... 괜찮다고 여자 친구가 있는 거 처음부터 알고 있지 않았냐고... 제 스스로에게 인정하라고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짝사랑의 가장 큰 문제는 호감이 있으면서도 그 감정을 드러내 놓지 않는다는 거다. 단순히 호감을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를 유혹할 수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서로 감정을 표현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받는다. 누가 날 좋아한다고 말을 하면 별생각 없다가도 긍정적인 감정이 들고, 누가 날 싫어한다고 말을 하면 상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다가도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거다. 


호감을 표현한다는 건 단순히 유혹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나의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이 되기도 하는 거다. 내가 상대방에게 호감을 표시했음에도 상대가 무관심이거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면 자연히 나의 호감도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P양처럼 상대에게 어떠한 피드백을 받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만 급급해서는 감정이라는 것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버린다. 피드백을 받지 않으니 말로는 "여자 친구도 있고 나이 차이도 있는데..."라고 하면서도 머릿속으론 막연히 "혹시 그래도 이러다 잘될 수도 있는 거 아냐?"라는 생각을 하며 호감은 조절이 안될 정도로 커져버린다. 


호감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처음부터 "나 너 좋아해!"라고 고백을 하라는 게 아니다. 환한 인사로 시작해서 사소한 스킨십을 지나 애매한 멘트까지 천천히 표현해나가며 상대의 반응을 살피면 된다.  



혹시 연하남은 단지 P양에게 호기심이 있었던 건 아닐까?

회식자리에서 그만 제 마음을 고백해 버렸네요... 그 친구는 당황했지만 어영부영 상황을 수습하고 오늘 보니 카톡사진에 여자 친구 사진도 올려놨더라고요... 그럼 그동안 보여줬던 마음과 행동들은 제가 상사라서 잘 보이기 위해서였을 뿐이었을까요? 아니면 저는 처음부터 그 친구에겐 여자가 아니었던 걸까요? 


감정이라는 게 이렇다. 내가 아무리 감추고 싶도 티 내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되어있고 악착같이 틀어막으면 이렇게 상대방을 당황시킬 수밖에 없다. P양이 했어야 하는 행동은 이렇게 감정을 감춰오다가 한 번에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시간을 들여가며 호감을 표현하고 상대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이었다. 


연하남은 과연 P양을 좋아했을까? 이 부분은 아쉽지만 정확히 알 수 없다. P양의 말처럼 상사이기 때문에 잘 보이기 위함이었을 수도 있고, P양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P양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놀라 달아난 것일 수도 있다. 


이미 이렇게 사달이 나버린 상태에서 연하남의 마음을 정확히 알아낼 수는 없겠지만 나의 경험에 비춰보았을 때에는 호감이나 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호기심이 더 앞서지는 않았을까 싶다. 


9살 연상의 그녀에게 끌렸을 때 내 느낌은 그녀를 좋아한다는 느낌보다는 멋있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나는 사소한 일도 버벅거리며 좌절을 경험하고 있을 때 그녀는 (나의 시각에서) 회사의 큰 일을 결정하고 막힘없이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에 그녀를 동경하게 되었고 그래서 더 가까이 지냈다. 


때론 둘이서 야근을 마치고 맥주 한잔을 하기도 했는데 두어 번 정도는 혹시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쯤 퇴사를 하게 되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건 그녀를 향한 사랑이었다기보다 이렇게 멋있는, 그리고 능력 있는 여자를 만난다면 어떨까? 하는 막연한 호기심이었던 것 같다. 만약 그녀가 P양처럼 내게 고백을 했다면? 나도 연하남처럼 도망가지 않았을까? 


연하남의 정확한 마음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연하남은 P양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거다. P양아 아픈 사랑을 붙잡고 힘들어하지 말고 P양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자. 상대가 누구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P양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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