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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Mar 24. 2017

사소한 거짓말 때문에 이별통보를 받은 여자

흡잡힐일은 사전에 정리를 해두자.

Y양은 내심 "아...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라며 살짝 억울한 뉘앙스를 풍기지만 아무리 사소한 잘못이라도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번 반복되면 오히려 큰 잘못 보다도 더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Y양에게는 정말 사소한 일이고 별일 아닌 일이겠지만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꼴랑 100일을 만나며 벌써 네 번이나 속이 뒤집어지지 않았나?



흡잡힐일은 사전에 정리를 해두자.

며칠 전 남자 친구가 제 사진첩에서 전 남자 친구의 사진을 발견하고 크게 화를 냈었어요... 사실 얼마 전 남자 친구가 제 페이스북을 보다가 전 남자 친구 사진을 보고 지우라고 했었거든요. 그때 잘 정리를 한다는 게... 


나도 Y양처럼 덤벙대는 성격이라 별생각 없이 저장해둔 사진들 때문에 모진 고초를 겪어 본 적이 있었기에 Y양의 심정... 정말 잘 안다. 하지만 어쩌겠나... 지금의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웬만하면 보고 싶지 않은 Y양의 전 남자 친구의 얼굴을 발견했으니 Y양이 곱게 보일 리가 없지 않은가? 


전 남자 친구 사진 좀 가지고 있다고 다짜고짜 이별통보를 하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 분명 처음에는 쿨하게 넘어가 주겠지만 그렇다고 이 일이 아무것도 아닌 일로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일단 넘어는 가되 분노의 폭탄을 가슴속 한편에 고이 모셔놓고 다음 한방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런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연애를 시작함과 동시에 깔끔하게 과거사 정리를 해두자. 그래도 추억인지라 지우기가 뭐하다면 잘 정리를 해서 남자들이 노트북에 야동 감추듯 꽁꽁 감춰놓자. 이왕이면 압축을 해두고 비번을 걸어 놓은 다음 파일명을 '[화] 서양미술사 족보'정도로 해두면 안전할 것이다.  



잘못했으면 납작 엎드려라.

간신히 남자 친구를 달래고 사진 정리를 하고 있는데 남자 친구와 같이 아는 오빠의 사진과 카톡 캡처 사진이 튀어나오는 거예요! 남자 친구와 사귀기 직전에 이 오빠의 행동이 헷갈려서 같이 영화를 본 적이 있었거든요. 남자 친구는 뭐냐고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고 저는 사실대로 말을 해줬어요. 또 어떻게 풀리나 했는데 남자 친구가 갑자기 혹시 저번에 친구랑 영화 봤다고 한 게 이 형이었냐며 이제는 질린다며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 


사소한 거짓말이 무서운 이유는 상대방은 거짓말을 했다고 길길이 날뛰지만 자신의 입장에선 내심 "아... 정말 별일 아닌데..."라는 생각을 한다는 거다.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자신과 썸을 신나게 탈 때 다른 남자와 영화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마그마가 흘러나올 지경인데 돌이켜보니 친구랑 영화를 봤었다고 말을 했던 게 생각나니 이건 용암이 분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Y양 입장에서는 아직 남자 친구가 사귀기 전이었고, 별일 없이 딱 한번 영화만 본 것이니 "제가 그때 굳이 그 오빠 이름 말하지 않은 이유는 사귄 지 얼마 안돼서 알콩 달콩인데 다른 남자와 영화를 보러 갔었다고 말하면 기분이 상할까 봐.. 그리고 난 이제 착각하는 것도 없으니 라고 생각했어요"라는 생각 들었다는 게 이해는 된다. 


하지만 Y양아, 상대가 Y양의 잘못으로 폭발할 때에는 "별일 없었다니까?"라며 변명을 할게 아니라 일단은 "내가 생각이 짧았어... 정말 미안해..."라며 납작 엎드려 용서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Y양 입장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들로 떳떳한 행동이었을지 몰라도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절대 그렇게 생각해주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거짓말이 들통났다면 배가 땅에 닿을 정도로 아주 납작하게 엎드려라.

할 말이 있어도 일단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어영부영 넘어가려고도 하지 말고

"정말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정말 내가 미안해 생각이 짧았어... 다시는 안 그러도록 노력할게."

라며 확실히 사과를 하자.


일단 상대의 마음이 풀려야 당신의 변명이라도 들어보는 것이다.  



신뢰를 다시 쌓는 과정은 끔찍하게 고통스럽다.

사실 저번에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남자 친구에게 집이라고 거짓말했다가 들켰었거든요... 그때 남자 친구가 바로 헤어지자고 했었는데... 간신히 매달려서 붙잡았어요... 이때 벌써 믿음이 깨졌던 거 저는 알고 있었는데 이 덤벙거리고 정리 안 하는 성격이 결국 또 일을 만들어버렸어요... 남자 친구가 너무 화가 많이나 보이고... 저는 어떡해야 할까요...? 


100여 일 동안 Y양이 한 실수들을 정리해보자. 페이스북에서 전 남자 친구 사진 적발, 이후 또다시 사진첩에서 전 남자 친구 사진 적발, 이후 썸 기간 동안 다른 남자를 만나고 거짓말, 술자리에서 집에 갔다고 거짓말 등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렇게 큰일들은 아니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많은 실수를 하며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Y양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람이며, 어쩌면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물론 재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과연 Y양이 견뎌낼 수 있을까? 


간신히 남자 친구와 재회를 해봐야 사사건건 Y양의 행동을 비꼬고 의심할 것이며 사소한 일도 확대해석을 하며 Y양을 나쁜 여자로 몰아갈 것이다. 그렇다고 남자 친구가 편한 것도 아니다. 이미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Y양을 닦달하면서도 자신이 더 괴로울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려운 연애다. Y양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 노력의 1/10도 알아주지 않을 것이고, 한참 동안 Y양은 어떠한 요구도 쉽게 주장하지 못할 것이다. Y양이 어떻게든 노력하며 꾸역꾸역 연애를 이어가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가장 현명한 선택은 이번 연애를 오답노트에 꼼꼼히 적어뒀다가 다음 연애에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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