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로 떠보는 건 그만!
나도 S양처럼 성당에서 썸을 탔다면... 이렇게 냉담자가 되지는 않았을 텐데... (일주일에 한 번이 왜 이리도 힘든지...) 나도 못해본 성당에서의 썸을 타다니... S양 대단하다! 그나저나 지금 S양은 썸이 망한 이유를 단순히 타이밍 때문이라고 보는 것 같은데... 글쎄다... 과연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2년 동안 썸만 탔던 걸까?
그 친구를 알게 된 건 재작년 성당에서였어요. 당시 문자를 주고받으며 어설프게 썸을 탔다가 둘 다 고백을 하지 않아서 그냥 그렇게 흐지부지 되었어요. 이후 서로 문자만 좀 주고받았고 이번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주려고 연락을 했다가...
S양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바로 모든 썸을 문자로만 탄다는 거다. A4용지 한 장을 가득 채운 사연 중에 "그 친구를 만났는데 이렇게 됐어요!"라는 말이 어떻게 한 줄도 없을 수 있을까? 문자로 친해지고 문자로 썸 타고 문자가 줄어들고 문자가 가끔 있고... 남자와의 관계가 문자로 시작해서 문자로 끝나버리다니...
물론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은 부담이 없고 서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금방 친해지게 해주긴 한다. 하지만 문제는 문자로 친해지면 실제 오프라인에서는 어색해지기가 쉽고 S양의 경우에서 처럼 자꾸만 문자로만 대화를 하게 된다는 거다.
문자와 전화는 어디까지나 상대와 친해지고 상대를 유혹하는 데에 있어서 보조 수단일 뿐이다. 상대와 보다 깊은 관계를 원한다면 오프라인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애초에 상대에게 관심이 있었다면 집에 돌아와서 문자를 톡! 보낼게 아니라 매주 미사를 마치고 청년회 모임에서 더 많은 대화를 하려고 하고, 그날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를 문자나 전화로 나누며 친밀함을 쌓아가는 게 맞다.
S양은 서로 알게 된 후 썸을 탔다고 말을 하는데... 글쎄... 내가 보기엔 그냥 서로 심심할 때 문자를 나누며 문자친구나 좀 한 것 같은데... 오프라인 만남이 결여된 썸은 썸이라고 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S양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거다. 만나서 맥주 한잔 하지도 않고 방에서 문자로만 밀당을 하니 문자친구 그 이상으로 발전할리가 있나!
밸런타인에 연락을 했더니 투덜대고 반응이 좋지 않더라고요... 그런 그 친구의 반응에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차일건 알았지만 이렇게 끝냈다가는 후회만 남을 것 같아서 문자로 고백을 했어요... 이때 더 큰 실수를 했는데... 고백을 해놓고 차이는 건 무서워서 제 고백에 대한 대답은 하지 말라고 했어요.
S양은 지금 문제의 핵심을 잘못짚고 있는데 문제의 핵심은 고백에 대한 대답을 하지 말라고 한 게 아니라, 만남을 가지며 S양의 매력을 어필하지도 않고 대뜸 고백을 했고, 심지어 문자로 고백을 했다는 거다. 여기에 고백도 하기 전에 이미 좋아하는 티는 2년 전부터 철철 흘리고 다녔다는 건 추가해보면... 솔직히 답 없는 행동이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만... 일단 에라 모르겠다 막무가내식의 고백부터 이야기해보자. S양의 입장은 알겠다. 이미 2년 전부터 티를 철철 흘렸지만 이렇다 할 진전도 없고, 밸런타인데이에 연락을 했음에도 시큰둥한 남자에게 더는 방법이 없겠다 싶어서 후회나 남기지 말자는 식으로 고백을 했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봐라. 후회나 하지 말아야지 해서 고백을 했더니 속이 시원한가? 결코 그렇지 않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작전상 후퇴를 하고 다른 전략을 짜는 게 맞는 거다. 왜 그 남자는 밸런타인데이에 시큰둥했을까? 생각해봐라... 1년 전에 문자친구 하다가 흐지부지해지고 또 몇 달에 한 번씩 문자나 주고받았던 사람이 밸런타인에 연락을 한 건데 "어? S양... 웬일이야...?"하면서 볼이 발그레할 것 같은가?
시큰둥한 사람에게 고백을 하니 시큰둥한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이건 아니다 싶은 촉이 오면 막무가내 돌격을 하지 마라. 언제나 기다리면서 타이밍이나 보라는 게 아니다. 밸런타인데이에 "잘 지냈어?"라고 말을 건네었더니 상대가 시큰둥하다면 다음에 만났을 때 슬쩍 초콜릿이라도 던져주며 "오다 주운 거야 착각하지마ㅎ"라며 좀 다른 시도라도 해봐야 다른 결과가 나올게 아닌가!
아니다 싶을 때는 가만히 있어라.
후회 남기기 싫어서 하는 행동은 100% 후회만 남긴다.
대답하지 말라고 해놓고... 궁금하더라고요... 그 친구의 대답이 무엇이었을지... 다음날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전화해서 물어봤어요. 네 마음이 궁금하다고... 그랬더니 그 친구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이건 저를 어떻게 찰지 모르겠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알겠다고 고맙다고 하니까 장난을 치더라고요... 뭐라 하고 싶었는데 주변 친구들이 그냥 씹으라길래 씹긴 했는데... 다음 주에 성당에서 보면 그냥 인사만 해야 하나요...? 저 어떡해야 하죠...?
S양의 입장이 이해가 되면서도 참 안타깝다... 문자로는 그렇게도 말을 잘하면서 왜 현실에서는 그렇게 헛발질만 하는지... 작년쯤에 "너 나 가질래?"라는 주옥같은 드립에 그 친구가 "ㅇㅋ 누나 이제 내 노예"라고 맞받아 쳤을 때 "주인님아 노예한테 일 시키기 전에 맥주라도 한잔 사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라며 얼굴아 딱 철판 깔고 상황극을 통해 만남을 이끌어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상대가 위트 있게 상황을 받아쳐줬으면 그 분위기를 살려야지... "아... 내 고백이 안 먹혔구나..."라며 진지해지면 이 어색함은 누가 해결하냔 말이다.
이번에도 그렇다. 뻔히 좋아하는 거 다 티 내놓고서 마치 출생의 비밀이라고 고백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잡고 뻔히 다 아는 "나 너 좋아해"라는 말을 해놓고 오글거리는 진지함으로 "짝사랑 여기서 그만할래... 대답은 안 했으면 좋겠어"해놓고... 몇 시간 후에 "근데... 네 마음은 정말 뭐야?"라고 묻다니...ㅠ_ㅠ 이거 부담스러워서 말이나 걸겠는가?
그래도 썸남이 "아 오글거려 말투!"라며 어색한 분위기를 살려주려고 노력하면 "느끼하면 두부김치에 소주 한잔이라도 쏘시던가~"라며 받아쳐주며 적어도 어색한 관계는 가지 말았어야지...
이번 주 일요일에는 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자. 언제까지 방구석 침대 위에서 스마트폰이랑 연애를 할 텐가? 일요일에 썸남을 만나면 "너 오늘 고해성사했어? 나 같은 어린양에게 상처 줬으니 고해성사해야지!"따위의 X드립이라도 좋으니 일단은 서로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 그리고 다시 오프라인으로 가까워지는 전략을 짜며 새롭게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