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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Apr 20. 2017

사귀기도 전에 차인 여자, 그 이유는?

말이 안 되는 소리를 굳이 이해하려 하지 마라.

솔직히 P양의 사연은 도무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이해하기 힘든 일들 뿐이다. 서로 잘 맞아서 하룻밤을 보내고 썸 타는 분위기였다가 다음 주에는 갑자기 어색해졌다가 P양이 아깝다 더 많은 사람 만나보라니... 이 경우는 딱 둘이다. P양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을 하고 있지 못하거나 (대부분 이 경우다.) P양의 썸남이 인터스텔라급의 고차원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다. 전자든 후자든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이 관계 나는 결사반대일세!



말이 안 되는 소리를 굳이 이해하려 하지 마라.

지인을 통해서 소개를 받았는데 첫 만남부터 서로 반응은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두 번째 만났을 때 술을 한잔 하면서 서로 말도 잘 통하고 엄청 잘 놀다가 어쩌다 보니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어요... 그리고 다음날부터 서로 썸 타는 것처럼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그러고 다음 주에 만나서는 저에게 더 좋은 사람 만나보라고 자기는 부족하다며... 자기는 여자 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상처도 많으니 자기 같은 사람을 만나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대체 이게 무슨 말이냐... 임성한표 막장드라마도 이보다는 훨씬 더 개연성이 있을 것 같다. 뭔가 P양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 같은데... 일단은 차근차근 따져보자. 지인에게 상대방에 대한 평을 한번 물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고, 썸남과 나눴던 대화의 뉘앙스들도 천천히 곱씹어보자. 


상대에게 사차원의 기운이 느껴졌다면 썸남은 P양의 평범한 두뇌로는 이해되지 않는 사람인 것이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면 P양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애초에 P양에게 그다지 큰 마음이 없었다는 것이다. 


나도 고등학교 때쯤 P양과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사귀고 있던 여자 친구에게 "바로야, 난 자주 보면 질리고, 가끔 보면 까먹을 것 같아"라는 말을 듣고 멘붕이 왔온적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차였는데 그 후 몇 년간 그 말의 뜻과 여자 친구의 심리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을 해봤다. 그래서 결론은?

"날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차원이든 만날 수 없는 사람이구나" 


상대방의 말을 도저히 못 알아듣겠을 때에는 그 말을 풀려고 하지 말고 그 사람이 뭘 하자는 지에만 집중을 해보자. P양의 경우에는 썸남이 이래저래 개연성 없는 말을 늘어놓으며 P양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했지만 결국엔 사귈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있는 거다. 혹시나 썸남의 "더 알아가 보고 싶어"라는 말에 미련을 두고 있는 거라면 P양이 했던 말을 P양에게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이제 와서 어떻게 천천히 알아가 보겠어..."  



비슷한 패턴이 반복된다면 그건 내 문제다.

제가 사귀자고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거절을 당하고 보니... 참... 막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 사람 전에도 거의 이렇게 끝난 썸남이 몇 번 있었거든요. 제가 너무 쉽게 가까워지고 급하게 마음을 열고 그래서 제가 관계를 망친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막 나더라고요. 


사차원인지, 아니면 단순히 가벼운 마음이었던 건지 둘 중 하나를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 소견은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당분간은 연애할 생각이 없다면서 그렇게 분위기를 맞춰가며 잘 놀고 하룻밤도 보내다니... 게다가 연애에 상처를 받았다면서 전 여자 친구에게 연락이 오는 건 받지 않는다? 게다가 사귀었다가 헤어지는 상처보다는 이게 낫다? 아무리 봐도 사차원보다는 급조해서 둘러대다 보니 횡설수설한 느낌이 강하다.  


더욱이 P양이 이와 같은 황당한 상황이 처음도 아니고 몇 차례 반복되고 있었다면 그건 남자가 사차원이었다기보다 P양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게 확률적으로는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무슨 문제가 있었을까? P양과 비슷한 케이스의 여자들은 P양처럼 "내가 너무 쉽게 하룻밤을 보내서 그러는 건가?"라고 생각하지만 글쎄...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귀기 전에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 사귀는 커플도 부지기 수고, 쉽게 하룻밤을 보냈다고 여자가 싫어지는 경우는 여자들의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P양에게는 조금 쓰리겠지만 현실적인 답을 주자면 쉽게 하룻밤을 보내서 라기보다는 썸남이 P양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인 경우가 좀 더 현실적이다. 


썸남 입장에서는 P양이 나쁘지는 않지만 사귀기는 조금 모자란 느낌이랄까... 남자에게는 여자는 이해하기 힘든, 지독히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심리가 있다. 분명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하룻밤을 보냈는데 다음날 이건 아니지 싶은... 아... 블로그니 더 자세한 설명은 어렵고... 


물론 내 말이 틀렸을 수도 있다. (나도 그러길 바란다!) 하지만 내 말이 틀렸다고 해도, 이번 연애는 좀 쓰리겠지만 쿨하게 넘기자. 정말로 P양을 좋아했으나 사차원의 마인드 때문에 P양을 당장은 밀어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엔 중요한 순간에 한발 물러난 것이고, 무엇보다 이러한 사차원 마인드를 P양이 온전히 받아 줄 수 있을 리가 없다. 


문제는 내심 P양은 썸남이 P양에게 확신이 생겨서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는 뉘앙스인데,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노멀 하게 시작해도 파라만장해지는게 연애인 것을 사귀기도 전부터 꼬인 연애라니... 굳이 흠집난 물건을 사지는 말자. 조금은 쓰리지만 이 또한 지나간다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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