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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Apr 21. 2017

여자 친구의 과거 때문에 괴로운 남자, 왜?

L군이 느끼는 감정은 성장통이다.

L군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은 결코 여자 친구의 문제는 아니다. L군의 말처럼 여자 친구가 평소 문란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좀 문란하면 그건 또 뭐 어떤가?) 지금 L군이 느끼는 고통의 가장 큰 문제는 L군의 경험 부족이다. L군이 연애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해봤다면 조금 꺼림칙하고 넘어갈 일도 처음이다 보니 서툴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거다. 한 발만 물러서라, 너무 진지해지지 마라. L군의 상황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니 말이다.



L군이 느끼는 감정은 성장통이다.

10여 년 동안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그녀에게 저는 그 만남이 평생 가지 못할걸 알고 언젠가 서로의 배우자를 만나 살아갈 거란 생각을 하면서도 평생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고백을 했고 그렇게 23살 저는 처음으로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했지만... 문득 어떤 생각이 들고나서부터 정말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힘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여자 친구의 옛 남자 친구들의 존재입니다... 지금 연락을 하는 건 아니지만... 제가 처음이 아니라는 생각이... 너무 힘드네요... 


여자 친구의 전 남자 친구 문제... 분명 남자 친구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또 곤란한 문제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L군이 정신과에 까지 가야 하나?라고 고민을 할 만큼은 단언컨대 아니다. 지금 L군이 여자 친구에게 전 남자 친구가 있었다는 사실로 이다지도 고통스럽다는 건 어디까지나 성장통에 지나지 않다. 


누구나 첫 연애는 동화 같을 수밖에 없다. 뭐든 상대에게 처음이고 싶고, 상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처음인데 상대는 아니라면... 딱 L군만큼은 아니겠지만 대부분 L군과 비슷한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 본인의 감정을 받아들여라, 여자 친구의 잘못도, L군도 이상하거나 잘못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겪는 그러한 고통을 L군이 이제야 겪는 것이다. 지금은 잠도 안 오고 너무 고통스럽겠지만 신기하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내가 왜 그런 고민을 했었지?"할 거다.  



과거의 여자 친구도 당신의 여자 친구다.

10여 년을 친구로 지내다가 연애를 시작하다 보니 서로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요. 특히나 여자 친구의 과거 남자 친구들과의 관계를 너무 자세히 알고 있다 보니... 괜히 "나는 처음이 아닌데... 대학교 때 만난 남자 친구랑은 이렇게 사귀고 관계도 했을 거고... 또 그다음 남자랑은..." 따위의 생각이 들면서.. 너무 괴롭더라고요. 물론 문란한 여자애는 아니에요. 일반적인 연애라는 걸 저도 잘 알고 관계도 사랑이 전제되어 있는 관계였어요. 


누구나 다 겪는 성장통이 유독 L군에게 더 아픈 이유는 아무래도 굳이 알 필요 없는 여자 친구 과거에 대해 속속들이 다 알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돌이켜보면 나도 첫 연애 때는 과도하게 상대에게 몰입하고 과거에 집착을 하며 장대비를 맞으며 "그녀의 과거까지 다 사랑하기엔 나란 녀석은 부족한 건가...? 하하하하... 하늘아 너도 내 맘을 알기에 이리도 비를 내리는 거니...?" 따위의 오글 멘트를 읊조린 적도 있었는데... L군의 마음 뭐... 다 이해한다.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에 보면 시후미가 토오루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고등학생의 나도, 대학생의 나도, 언제나 토오루 눈앞에 있어." 


여자 친구는 어떠한 남자와 관계를 맺은 게 아니라 사랑한 사람과 관계를 맺은 것이고, 이제 그 사람은 바로 L 군이다. 지금 L군의 품에 안고 있는 여자 친구 안에는 여러 명의 과거의 여자 친구가 들어 있는 것이다. 그중에 한 명을 뺄 수도 없는 거고 빼서도 안되는 거다. 지금의 모습을 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모습이 필요했던 거다.  



생각을 조금만 비틀어보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제가 관계라는 것에 많이 집착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군대 선임들의 유혹에도 사랑하는 여자와 하고 싶다는 이유로 지켜왔었는데... 정말 이런 제 자신이 쓰레기 같지만 저로써는 도저히 어쩔 수가 없네요. 여자 친구의 과거까지도 사랑해야 하는 건 알지만 그게 정말 쉽지 않네요. 


L군의 감정은 100% 공감한다. 앞서 말했듯 나도 그러한 시기를 거쳤고, 지금도 여자 친구가 나 아닌 누군가와 하룻밤을 보낸다는 생각을 하면 소름이 끼친다. 하지만 L군과 나의 큰 차이는 나는 이미 그러한 시기를 거쳤기에 과거는 어쩔 수 없는 것이며 내가 이해해 줘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고 또 그동안 여러 경험을 거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나와 L군의 차이는 결국 경험의 차이뿐이다. 


여자 친구가 전 남자 친구와의 관계를 맺는 장면이 떠오를 때에는 포르노와 같이 생생하게 그리려 하지 말고 주말 연속극에 나오는 신혼 첫날밤처럼 서로 사랑이 넘치는 눈으로 바라보다 전원이 꺼지는 장면으로 생각해보는 거다. 물론 나 말고 다른 사람과 사랑을 나눴다는 게 질투는 나겠지만 지금처럼 관계라는 것에 집착하며 머리를 쥐어뜯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그리고 나쁜 생각이 들 때마다. 멜로 영화라도 보면서 여자 친구가 맺은 관계가 이처럼 아름다운 것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래 보자. 앞서 말했지만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는 거다. 앞서 말했듯 지금 L군은 성장통을 겪는 것이다. 이 성장통을 겪게 되고 나서야 성인의 진짜 연애가 시작되는 거다. 너무 힘들어만 하지 말고 느긋하게 이 성장통을 즐기고 이겨내 봐라. 어차피 성장통은 처음에만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나중에는 느끼고 싶어도 느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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