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궁하지 말고 단호하게 돌아서라.
지금 K양이 속이 썩어 문 들어지는 건 양자택일은 해야 하는데 어느 쪽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봐도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운 것 같은데 헤어지자니 그건 못하겠고... 그냥 없었던 일로 하고 남자 친구를 믿기에는 바보가 아니고서야... 의심을 안 할 수도 없고... 근데 K양에 빨리 결정해야 한다. 그러고 있다가 결국엔 이런저런 짜증을 내는 K양을 보고 남자 친구가 "그렇게 의심할 거면 그냥 헤어지자!"라며 적반하장 겪으로 나올 테니 말이다.
남자 친구가 어떤 여자랑 서로 '자기야'라는 호칭을 써가며 달달한 대화를 나누고 있더라고요... 저는 그동안 남자 친구와의 사이가 소원해진 것 같아서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그래서 저는 주체하지 못하고 남자 친구에게 화를 내며 그동안 쌓인 불만들과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화를 냈습니다. 그랬더니 남자 친구는 핸드폰을 본 것에 굉장히 기분 나빠하며 화를 내더라고요.
잘못? 물론 K양의 남자 친구에게 있다. 지은 죄만 따지고 보면 K양의 사연을 페북에 올려서 남자 친구를 강제 페북스타로 만들어 주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앞으로의 긴 싸움과 기싸움을 생각한다면 조금 다른 전략을 세우는 것이 더 낫다.
K양은 남자 친구에게 그 문자를 보여주며 조목조목 따지고 그간 서운했던 것들을 터뜨렸는데 사실 이런 전략은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 일단 어쨌거나 K양은 남자 친구의 핸드폰을 몰래 보았기에 남자 친구가 적반하장 격으로 화를 낼 수도 있다. 남자 친구는 자기 핸드폰을 봐서 기분이 나쁜 게 아니다. 자신의 치부가 발각되고 나니 자기보호를 하기 위해 별 같잖은 건더기를 물고 늘어지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왜 바람을 피웠냐!"라는 프레임이 "왜 남의 핸드폰을 마음대로 보느냐!"로 넘어가버린다.
또한 화를 내는 K양에게 남자 친구가 이런저런 말 같잖은 변명들을 늘어놓으면 자연히 K양은 화를 내며 조목조목 반박을 하게 될 텐데 이 또한 좋은 방법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 노력을 한만큼 피드백을 바라기 마련이다. 그런데 K양이 남자 친구의 같잖은 변명들을 하나하나 따지며 할 말이 없게 만들 경우 궁지에 몰린 남자는 빌기보다. "네가 믿지 않고 신뢰가 없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는 거야!"라며 적반하장 시즌2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니, K양의 경우와 같이 확실한 물증이라면 화를 내거나 대화를 하기보다 차라리 폰을 남자 친구에게 던지고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더 강력한 한방이 된다. 이후 남자 친구의 연락을 하루 정도만 받지 않도록 하자. 남자 친구는 같잖은 변명도 하지 못한 채 속으로 끙끙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하루 후 "8시 가로수길" 하고 통보를 하고 만나자마자 "오빠 폰 본 내 잘못도 있으니까 아무 말 안 할 테니까 변명 같은 거 하지 말고 정리해"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자.
남자 친구는 저번 고등학교 동창모임에서 다시 만난 친구라며 그냥 고등학교 때 장난쳤던 것처럼 했을 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말이 되나? 그래서 제가 따졌더니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변명들을 늘어놓았고 저는 제 앞에서 그 여자에게 여자 친구가 싫어하니까 연락하지 말라고 전화하라고 했더니 고등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쓰레기 만들 거냐고 화를 내더라고요. 제가 그럼 나랑 헤어질래? 했더니 그건 모르겠다고... 제가 신뢰를 잃었으니 헤어지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는데 와... 진짜...
앞서 말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있을 때에는 논쟁을 하지 마라. 논쟁은 상대로 하여금 난 오해를 풀려고 노력을 했다는 자기합리화의 여지를 줄 수 있다. 이럴 때는 논쟁을 할게 아니라 단호하게 돌아서고 남자 친구 스스로 반성할 시간을 주면서 변명이 아닌 자기반성을 하게 만드는 것이 낫다. 쉽게 말해 어린아이들을 훈육할 때 쓰는 반성 의자를 쓰라는 거다. (모르면 검색)
또한 많은 여자들이 바람난 남자의 버릇을 고치겠다며 "그 여자한테 연락해!"라는 강수를 쓰는데 이것은 양날의 검이다. 이 방법은 내연녀와의 관계를 끊게 할 수는 있겠지만 남자의 자존심을 심각하게 상하게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상대에 따라 최악의 결과를 이끌어 낸다.
남자가 자신의 잘못을 충분히 반성하고 여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을일 경우에는 군말 없이 수행을 하지만 여자와의 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있었던 경우에는 괜한 자존심을 부리며 적반하장 시즌3에 돌입하게 된다.
이럴 때에는 차라리 상대에게 어떠한 것을 강제하기보다. "난 당장 오빠가 그 여자한테 여자 친구가 화낸다고 말했으면 좋겠지만 상황이 좀 그런 거면 대신 앞으로 한 달간 매주 주말 우리 집 앞으로와." 정도로 상대에게 용서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 고자세를 유지하며 상대방을 강력하게 구속하고 휘어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정말 남자 친구는 그 남자와 바람이 났었던 걸까요? 저를 사랑한다는데, 정말 저를 사랑하면서 잠깐의 실수를 한 걸까요? 헤어질 자신도 없고 아직 많이 사랑하는데, 남자 친구가 없으면 안 될 거 같은데... 그러면서도 자꾸 남자 친구가 바람난 건 아닌지... 미치겠어요... 남자 친구가 확실히 그 여자와 아무 관계가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으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 남자 친구는 집착 좀 그만하라고 계속 집착하면 정 떨어질 것 같다고 그러네요... 전 어떡해야 할까요?
에휴... 안타깝고 내가 다 원통하다. 남자 친구가 진짜 바람이 났을까? 그건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어느 정도의 썸도 바람이라 생각하면 99% 바람인 거고 육체적 관계가 바람이라면 30% 정도 바람일 확률이라 본다. 문제는 남자 친구가 진짜 바람을 피웠냐가 아니다 팩트는 남자 친구가 어쨌든 연인으로써 상대방에게 상처 줄 행동을 했다는 거다.
K양이 앞서 내가 조언한 것처럼 잘 행동을 했다면 적어도 남자 친구가 한동안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K양의 눈치를 보며 살았을 텐데... K양이 화를 내고 논쟁하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니 어째 잘못은 남자 친구가 했는데 약자는 K양이 되어버렸다... 또 앞서 말했지만 이대로라면 결국엔 "너의 집착에 정 떨어져서 너랑 못 만나겠다!"라는 적반하장 멘트로 연애가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
할 수 있다면 "내가 생각해봤는데... 고등학생 동창이랑 자기야 해놓고 적반하장 격으로 사람 무시하는 사람이랑 못 만나겠어. 그냥 너님 자기야랑 잘 살아"하고 헤어지는 게 깔끔하겠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쉽겠는가
이럴 땐 정말 바람을 피웠을까? 라며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의 품에 있는 생각을 하며 셀프 멘붕 하지 말고 본인 스스로의 감정에 귀를 기울여 보자. "난 남자 친구를 정말 사랑하는 걸까?", "왜 헤어지지 못하는 걸까?", "이런 일을 쿨하게 넘길 만큼 난 쿨녀인가?"라고 말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난 남자 친구를 너무 사랑해, 이런 일을 쿨하게 넘길 만큼 쿨녀는 아니지만 그가 없으면 살 수 없는걸!"라고 대답을 하겠지만 생쌀을 오래 씹으면 단맛이 느껴지는 것처럼 조금씩 꾸준히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스스로 반박을 해보자. "사랑해도 다른 여자한테 자기야 하는 남자를 어떻게 만나?", "솔직히 첫 남자 친구도 아니고 예전에도 없으면 죽을 것 같았다가 잘 살았잖아", "그리고 연애도 별로 안 해본 내가 무슨 쿨녀?"라고 말이다.
어떤 답이든 남자에게서 찾으려고 하지 마라. 모든 답은 당신에게 있으니 말이다. 정리한 지 오래된 서랍에서 지우개를 찾는 것처럼 K양의 마음의 서랍을 꺼내놓고 기억과 가치관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답을 찾아봐라. 처음엔 보이지 않던 답도 시간과 공을 들여 천천히 찾다 보면 결국은 찾게 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