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하니까 애매하게 행동하지...
솔직히 요즘... 너무 힘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 만나는 게 너무 좋았는데 요 몇 주간 굳이 볼 필요 없는 사람들의 민낯을 봐버린 것 같아서 정신적으로 견디기가 정말 힘들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핸드폰을 꺼놓고 어디 절이라도 갔다 올까 싶지만 밀려드는 사연과 상담, 미팅에 참... 딱! 이번 파티까지만 참고 파티 끝남과 동시에 잠시 서울에서 벗어나 어디든 좀 며칠간 머리 좀 식히고 와야겠다. (아마... 부산이나... 일본... 둘 중 하나일 듯...) 어쨌든 오늘도 나보다 더 정신적으로 힘든 사연녀들의 사연을 통해 당신도 하고 있을 고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저번에 시작부터 꼬인 연애상담을 했던 Y양입니다. 그 뒤로 그에게 먼저 연락을 했고 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답장을 주더라고요. 문제는 그 뒤부터였어요. 당최 만나자는 소리는 안 하고 항상 금요일마다 뜬금없이 카톡을 보내는 거예요. 뭐하냐? 불금 보내냐 등등... 대체 무슨 심리일까요? 흘리듯이 던지는 이 카톡 때문에 마음을 접기도 그렇고 어장관리는 아닌지 괜히 화도 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ㅠ_ㅠ
- 애매한 게 싫은 애매한 Y양
Y양의 상황이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일까? 아니다! Y양의 초등학생 조카도 위의 상황을 들려주면 단박에 "이모 괜히 찔러보는 거넹~ㅋㅋㅋ"할 거다. Y양이라고 몰랐을까? 아니다. Y양도 정확하게 느꼈을 거다. 그러니 당사자의 입에서도 어장관리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가?
지금 Y양이 머리가 아픈 건 썸남이 애매하게 행동하기 때문이 아니다. 아무리 상대가 분명하게 행동해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상황을 보지 않고 자꾸만 나의 입장에서만 상황을 보려고 하니까 애매해 보이는 거다. 내 입장에서만 보니까 일단 상대방이 나를 가볍게 생각한다는 생각은 자꾸만 뒤로 밀려난다. 정확히 말하면 인정할 수가 없는 거다. "아니! 감히 나를 가볍게 보고 찔러보다니!"
썸남은 분명하게 행동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대시하기는 싫지만 주말에 친구 만나러 가는 길에 슬쩍 흘려보는 거다. Y양이 물어도 그만 안 물어도 그만, 그러다 Y양이 덥석! 떡밥을 물면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만남을 이끌어 내거나 Y양의 반응을 즐기는 거다.
그러면 역시 진심이 아니니까! 어장관리니까! 연락을 끊는 게 좋은 걸까? 만약 Y양이 좋다고 남자들이 Y양의 집 앞에서 2열 종대로 100미터가량 늘어서있다면 당연히 끊는 게 맞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또 썸남이 Y양의 마음에 든다면 한 번쯤은 노력해서 가져보고 싶지는 않나?
썸남이 저렇게 애매하게 행동하는 건 아직 Y양의 매력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거다. 아직 뭐하는 사람인지,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모르니까 저렇게 자신만만한 거다. 저런 태도가 혐오스럽다면야 욕이라도 한 사발 퍼부어주면 그만이겠다만... 나라면 "어라? 요놈이 어디서?"라는 마음으로 재미있는 눈치게임을 시작해 보겠다. 언제까지 "Y양... 난 너만 사랑해!"라고 달려오는 남자만 만나볼 텐가? 아직 어리다면 남자와 여자 간의 치열한 심리싸움 자체를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전 상담이라기보다 약간 단순한 궁금증인데요. 남자 친구에게 자주 "나 왜 사랑해?", "내가 왜 좋아?"라고 물어보는 편인데요. 그러면 대답이 거진 실망스럽게도 "나한테 잘해주니까"라고 해요... 제가 잘해서 좋아하는 건가요? 제 다른 매력은 없는 건가요? ㅠ_ㅠ 그 흔한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딨어~"도 요즘엔 잘 안 하고... 아... 제가 이제 마냥 편한 걸까요?
- 남자 친구에게 팬심을 바라는 J양
음... 솔직히 나는 J양에게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만약 남자 친구가 반대로 J양에게 "나 왜 사랑해?", "내가 왜 좋아?"라고 자주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해줄 건가? 반대 입장에서 J양은 남자 친구가 매번 물어볼 때마다 남자 친구가 흡족할만한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사랑을 표현하는 게 어려운 건 사랑을 표현하는 데에는 단순히 사랑만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보여줄 수 없는 것을 표현한다는 게 얼마나 까다로운데... 그것도 상대방의 지적 수준과 감동 코드에 맞춰서 이야길 해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줄 아는가?
자타공인 드립 신이라고 불리는 나도 여자 친구가 "오빠 나 얼마나 좋아해?"라고 물어보면 눈 앞이 캄캄하다. "손톱만큼, 왜냐면 자꾸 자라니까", "봄날의 곰만큼 (상실의 시대)", "한밤의 기적소리만큼 (한밤의 기차에 대하여...)" 등등 수없이 주옥같은 멘트들을 날려도 여자의 "오빠 나 얼마만큼 좋아해?"는 그칠 기색이 없다. 그러다 결국 똑같은 얘길 하는 건 없어 보이니 결국엔 "예쁘잖아~" 혹은 "너 만큼 잘 맞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가 나올 수밖에 없고 반응은 J양과 동일하다.
표현을 강요하지 마라. 정말 남자 입장에서는 곤욕스러울 수밖에 없다. 내가 뭘 잘못한 것도 없는데 ㅠ_ㅠ 표현하나 흡족스럽게 못했다고 욕을 먹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차라리 그럴 땐 "오빠! 내가 오빠 나 얼마큼 사랑해? 하면 이만큼!이라고 하면서 나 꽉 껴안아줘!"라고 말을 해줘라. 그러면 남자 친구는 J양이 갈비뼈 골절상을 입을 만큼 안아줄 거다!
그래도 남자들도 평소에 책좀 읽자... 하루키의 단편이나 알랭 드 보통의 책 몇 권만 읽어도 반년은 버틸 만큼 많은 멘트를 발굴할 수 있다. 그것도 귀찮으면 평소에 짤방이라도 좀 모아 두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