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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May 05. 2017

팜므파탈의 유혹에 넘어간 모쏠을 위한 충고

잘난 척은 안되지만 그렇다고 숨길 필요도 없다.

솔직히 말하면 P군의 연애는 결사반대다. 연애라는 것이 듣기에는 달달해 보이지만 막상 뚜껑을 까고 보면 체스를 뛰어넘는 치열한 두뇌싸움인데... 썸녀와 P군의 레벨 차이는 딥블루(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긴 슈퍼컴퓨터)와 초등 체스 교실 부원과의 차이쯤이다. 연애라는 게... 단순히 상대를 사랑한다고, 상대보다 객관적 스펙이 더 낫다고 다되는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해라. 포기하라고는 않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현실적인 면을 간과하지 마라 그러다 나중에 상처받는 건 P 군이다.



잘난 척은 안되지만 그렇다고 숨길 필요도 없다.

저는 33세 모쏠 남입니다. 현재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연봉은 보통입니다. 키는 171cm에 평범한 체격이며 전체적으로 모범생 인상입니다. 집은 좀 잘 사는 편이라 제 앞으로 집도 있고 가게도 하나 있지만 여자를 사귈 때에는 가족이나 재산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혼해도 재산 관련해서는 최대한 숨길 생각입니다. 

제가 제 능력에 비해 눈이 좀 높은 편이라 제가 마음에 드는 여자는 항상 남자 친구가 있는 편입니다. 그러니 그냥 남자 친구 없는 여자를 만나라는 말은 안 해주셨으면 합니다. 제 눈에 안 차는 여자들은 만나봐야 시간도 돈도 아깝고 연애 비슷한 감정도 안 생기더라고요. 


난 솔직히 내가 아는 지인인 줄 알았다. 내가 아는 지인 중에서도 P군하고 아주 똑같은 친구 녀석이 하나 있다. 지는 170에 약간 통통한 체격이면서 S 모 그룹을 다닌다. 여기에 소위 뼈대 있는 집안이라 재산도 상당한 편인데 그 친구도 P군처럼 자신의 집안에 대해서는 숨기려고 한다. 돈만 보고 자기를 좋아해 주는 여자는 싫다나? 그 친구와 술 마시면 내가 맨날 하는 말은 이렇다.


 "야 솔직히 네가 그거라도 없으면 어떤 여자가 너 좋다고 하겠냐?" 

키 작다고, 외모가 별로라고 연애를 아예 못하는 건 아니다. P군과 같은 스타일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은 집이 좀 산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자신보다 나은 여자를 만나려고 하면서도 집이 잘 산다는 건 감추려고 한다는 거다. 정신 차리자... P군아... P군 같은 스타일들은 마치 자신의 집안 재력을 밝히면 모든 여자들이 달라붙을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론 그렇지도 않다. 


내가 앞서 말한 지인을 소개팅하기 위해 얼마나 동분서주했는 줄 아는가? 혹시나 마음에 안 들어할까 봐 그 친구 몰래 상대 여자들에게 "그 친구 엄청 괜찮은 친구야~ 성격도 착하고 무엇보다 집도 잘살아서 아파트만 몇 채야!"라며 체면 따윈 버리고 약까지 팔아봐도 여자들이 퇴짜를 놓더라. 내가 왜 그런 좋은 남자 놓치냐니까 그녀들의 말은 이랬다. "오빠, 그 집이 그 사람 명의겠지만 그 사람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요즘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집 좀 몇 채 있다고 매력 있는 여자들이 침 흘리고 그러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가장 중요한 건 상대의 매력이고, 거기에 재력은 옵션인 거다. (물론 재력에 혈안이 되어있는 여자도 많지만 그런 여자한테 아파트 몇 채는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그리고 재력을 가지고 상대를 유혹하려면 "나 얼마 가지고 있다~"하고 자랑만 할게 아니라 상대를 위해 직접 재력을 써야 "음~ 이 오빠 멋있네?"할까 말 까다. 


자꾸 내 지인이 생각나서 하는 말인데 "꼴값 떨지 말고 적당히 알려라." 알린다고 여자가 막 눈에 하트가 생기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야 그나마 "아~ 그래도 집은 잘 사는구나?"정도는 해줄게 아닌가?  



상대의 매력에 눈이 멀어 현실을 외면하지 마라.

그 친구는 보통 키와 슬림한 몸매에 상당히 미인이고 성격도 좋고 술도 좋아하고 요리도 잘하는 매력적인 친구입니다. 원래는 네일아트 쪽 일을 하다가 남자 친구가 생활비를 대 줄 테니 일을 하지 말라고 하여 현재는 일을 쉬고 있습니다. 남자 친구가 나이가 좀 많은데 음주가무를 전혀 못하고 재미없는 성격이라 가지 하고 잘 맛지 않다고 하네요.

처음 봤을 때에는 그냥 매력 있는 여자구나 했는데 몇 번 만나고 나서 여자 쪽에서 적극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더니 나중에 놀러 오라며 전화번호도 먼저 주더라고요.
 


괜히 말했다가 비하를 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으니 자세히는 말하지 않겠다. 그 여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3자의 입장에서 그녀를 평가한다면 어떻게 평가할 것 같은가? 그것도 어렵다면 누군지 밝히지 말고 주변 지인들에게 그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그리고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그게 현실이다. 


지금 P군은 매력적인 여자가 먼저 P군에게 연락처를 줬다는 것에 푹 빠져서 구름 위를 걷고 있는데 객관적 사실은 "자신의 일은 하지 않으며 나이 많은 남자 친구에게 기대서 생활하는 도중 다른 남자에게 연락처를 주는 여자"가 맞다. 뭔가 불편하고 불쾌하겠지만 이게 P군이 좋아하는 여자의 객관적 평가다. 


여기에 몇 가지를 더 붙이자면, 그녀는 꼭 P 군이라서 전화번호를 줬던 걸까? 물론 이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너무 불쾌하겠지만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자. 그것이 힘들다면 이것 또한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자. 그게 현실이다. 


매력적인 사람에게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상대의 매력에 눈이 멀어 뻔히 보이는 현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하지 마라. 좋아서 다가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 것 같아"류의 착각은 하지 말자. 그녀의 매력을 외면할 필요는 없지만 그녀의 성향에 대해 충분히 경계하며 적당선을 스스로 정해두자. (솔직히 말하면 P군의 수준이라면 애초에 도망가는 편이 낫겠지만...)  



유혹을 하고 싶다면 상대방이 원하는 걸 보여줘야 한다.

요즘 남자 친구랑도 사이가 다시 좋아진 것 가고 저에게는 어느 정도 선은 긋는 것 같은데 저는 이 친구랑 우선은 친구보다는 가깝고 연인은 아닌 그런 상태까지는 관계를 전진시키고 싶고 결혼 의향도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참... P군... 시간 되면 파티나 한번 와라... 정말 해주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다...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론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매년 여름 메인(Maine) 지역에서 낚시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딸기 빙수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런데 물고기는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렁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낚시를 갈 때,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물고기가 좋아하는 것만 생각한다. 그래서 낚싯바늘에 딸기빙수를 미끼로 쓰는 일은 없다. 오히려, 지렁이나 메뚜기를 매달고 물고기가 물도록 드리우고선 이렇게 말한다. "이 미끼가 먹고 싶지 않니? 어서 물어라." 이처럼 단순한 진리를 사람을 낚을 때는 왜 사용하지 않는가? 
-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그녀를 유혹하고 싶다? 긴말 않겠다 데일 카네기의 말을 떠올려 보자. 그러면 일단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생각해보자.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보려면 일단 그녀의 남자 친구를 봐야겠지? 나이는 많지만 그녀가 일을 안 해도 되게 용돈을 주는... (참... 이런 얘긴 을왕리 횟집에서 광어에 소주 한잔하면서 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P군은 그녀에게 뭘 보여줘야 할까? P군은 P군의 따뜻한 마음과 진실된 마음을 보여주고 싶겠지만 그건 물고기를 낚으려고 하면서 딸기빙수를 미끼에 거는 꼴이다. 더 길게는 얘기 않겠다. 이 정도 말해줬음 알겠지. 개인적으로는 정신 차리고 좀 다른 시각으로 연애와 결혼을 봤으면 좋겠다만... 본인 취향이라니 뭐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이번 여자와는 P군 말대로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연인 같은 친구 정도까지만 하자. 괜히 집안에 피바람 불게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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