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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Oct 16. 2015

남자친구가 당신의 말을 절대  듣지 않는 이유

누구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주사를 무서워하고 질색하는 아이에게 게임기를 쥐어줘야 하는 것처럼 당신의 불평 불만에 경기를 일으키는 남자친구에게는 칭찬으로 진정시키고 당신의 의견을 돌려 말하여 남자친구가 경기를 일으키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 스페인에서 진행된 플레이스테이션 광고 



누구나 듣기 싫은 소리에 귀를 틀어막는다.

줄기차게 들어오는 이별 상담에 절대로 빠지지 않는 약방의 감초 같은 멘트 중 하나는 "처음엔 참아봤어요, 대화도 해봤고요... 하지만 남자친구는 제 말을 듣질 않아요!", "제가 화를 내면  그때뿐이지 또다시 남자친구는 그러더라고요.", "분명 저랑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놓곤..." 식의 말들이다. 그래! 대체 왜 남자들은 여자가 싫다고 그렇게 말하는데! 절대로 달라지지 않는 것일까? 남자는 여자가 화를 내야 그 순간에만 말을 듣는 금붕어 수준의 지능을 가진 생명체 인 것일까?


인상을 구겨가며 '남자=금붕어'라는 공식을 세우려는 당신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남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듣기 싫은 소리가 나오면 귀를 막아버린다." 못 믿겠으면 당신의 기억을 조금만 더듬어보자. "이놈의 계집애야! 너 그래서 언제 시집 가려고 그래!", "너! 치마가 왜 그렇게 짧아!", "네 이 X 지금 시간이 몇 시야!" 당신이 평소에 혹은 과거에 많이 듣던 어머니의 주옥 같은 충고들이다. 당신은 이런 충고들이 머리에 쏙쏙 박히고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는가? 아마도 당신이 대한민국 표준 인격을 지닌 여자라면 "내가 알아서 한다고!", "또 시작이야 또!", "다음부터 안 그럴게요...(몰래해야지!)"라고 대답하며 당신이 어엿한 성인이 되었음을 어머님께 주장하였을 것이다.


비단  당신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 말이 맞든, 틀리든 일단 듣기 싫은 소리라고 판단이 되면 그 말 안에 담긴 상대방의 배려, 걱정, 중요성 따위는 쓰레기통에 처넣고 일단 귀를 있는 힘껏 틀어 막아버린다. 


한마디로 당신이 그동안 참다 참다 도저히 못 참겠어서 남자친구에게 내지른 그 고성과 따끔한 충고들은 단 한마디도 남자친구의 귀를 통해 흘러들어가지 못했다는 거다. 당신이 "오빠는 왜 자꾸!"라며 짜증 섞인 말을 시작하면 남자의 머릿속엔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와 함께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고 남자는 당신의 소중한 의견과 건의사항들이 자신의 전두엽을 자극시키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귀를 틀어막는다. 그래도 여자의 소중한 의견과 건의사항들이 속사포처럼 자신을 공격한다고 생각되면 "그래, 내가 잘못했어.", "너는 안 그랬어!?", "(일주일 동안 혼자서) 생각 좀 해볼게"라며 당신의 속을 180도 뒤집어 놓기 일쑤다.


당신이 남자에게 어떠한 의견과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것은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다. 다만 정말 당신의 의견과 건의사항이 남자의 두뇌에 도달하여 남자가 어떠한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있기를 원한다면 지금의 방법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은 거다.



칭찬으로 길을 트고 아쉽다는 표현으로 파고들어라.

우리의 귀는 24시간 쉬지 않고 열려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가 열고 싶을 때만 살짝살짝 여닫고 있다. 어디서 인가 듣기 싫고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말이 날아들어 왔을 때 "흠... 듣기 싫은 말이지만... 내게 꼭 필요한 말이군..."이라며 자아성찰에 들어가는 사람은 상위 5% 이상의 성인군자급의 마인드를 지닌 사람들이다. 당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를 열고 있다가 듣기 싫은 말에 귀를  닫기는커녕 처음부터 귀를 닫고 있다가 듣기 좋은 말이 들려 왔을 때만 살짝살짝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러므로 당신이 남자친구에게 당신의 소중한 의견과 건의사항을 전달하고 싶다면 우선 달콤하고 부드러운 말로 남자친구가 스스로 귀를 활짝 열게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연락이 줄어드는 남자친구에게 "너 손가락에 깁스했냐!?"라고 윽박지르기 전에 "저번에 동창들 만났는데 요즘 취업 때문에 난리라더라고 그러고 보면 우리 오빠는 능력자다~ 그치?"(비꼬라는 게 아니다. 진심으로... 제발...) 류의 듣기 좋은 달콤한 말을 꺼내보자. "아니 뭘~ 맨날 야근만 하는데 허허..."라며 피곤에 찌들어 다 죽어가던 남자친구의 얼굴이 활짝 피며 더 좋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울 것이다.


기회는 이때다! 남자친구에게 달달한 칭찬 몇 마디를 던져 귀를 열게 했다면 서둘러 당신의 의견과 건의사항을 침투시켜라. 단! "~해줘!"가 아닌 "~점은 좀 아쉽더라..."라고 말해보자. 남자가 웃음을 실실 흘린다고 다짜고짜 "그래도 연락은 좀 자주 해주면 안돼?"라고 돌직구를 날려버리면 남자는 "앗! 잔소리를 효율적으로 침투시키기 위한 계략이었군! 내가 당할쏘냐!?"라며 서둘러 귀를 틀어 막아버릴 것이다.


충분한 칭찬으로 남자친구의 귀를 활짝 열었다는 판단이 들었다면 노골적인 돌직구보다는 "바빠서 연락이 힘든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좀 아쉽더라..."라며 변화구를 구사해보자. 물론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당신의 감정을 표현하기엔 한참 부족하고 약간 비굴한 감이 없지 않지만 이런 당신의 모습에 남자친구는 "아! 정말 미안... 내가 요즘 정말 XX 때문에 죽겠더라고...ㅜ_ㅜ 블라블라~" 라며 그동안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열린 자세로 당신의 의견과 건의사항에 대해 적극 해결 혹은 해명을 해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말해도 "남자친구가 잘못한 건데 제가 그렇게 까지 해야 되나요!?", "여자만 맞춰주라 이 거지?", "그럼 남자는 가만히 있어도 되겠네?" 따위의 부정적인 생각이 밀려들어온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당신이 현재까지 했던 대로 남자에게 돌직구를 날려라! 아마도 3달 이내에 내게 "바로님... 제가 남자친구를 너무 닦달했더라고요..."로 시작하는 메일을 보내게 될 테니 말이다. (500원 건다!)


당신이 스마트폰을 샀을 때 그 안에 사용설명서가 있는 이유는 "이런 식으로 스마트폰을 맞춰줘야 한다"라는 뜻이 아닌 "이렇게 이용하세요."라는 뜻인 것처럼 남자에게 칭찬과 달콤한 말로 귀를 열고 아쉽다는 표현으로 파고들라는 것은 "남자에게 복종해라"는 뜻이 아닌 "이런 식으로 얘기해야 남자가 움직인다."는 소리임을 깨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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