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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un 10. 2017

왜 남자들은 당신과 얘길 하는걸 재미없어할까?

대체 어떻게 남자를 꼬시는 걸까?

파티 중간중간 여자 게스트들에게 붙들려 상담 머신이 되어 보다 보면, 가끔 "이 사람은 대체 어떻게 남자를 꼬시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여자들이 꽤 있다. 오해하진 마시라! 외모를 보고 말하는 건 아니다. 내가 그런 말을 할 처지가 못된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내가 볼 때 솔로탈출이 어렵다고 느끼는 대부분의 여자들은 외모의 기준이 아닌 대화를 해 봤을 때 즐거운지에 대한 기준이다.



어떤 사람은 한 시간이 넘도록 목이 터져라 상담을 해줘도 지치긴커녕 오히려 즐겁기까지 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가만히 듣고 있기가 힘든 경우도 있다. 처음엔 외모의 차이일까...? 했지만 3년 여간 파티를 하며 많은 여자와 이야기를 해봤지만 외모의 차이는 분명 아니었다. 대체 그 차이가 뭘까? 궁금하던 차에 몇 해전 파티에서 궁금증이 풀렸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띌 수밖에 없는 가슴 부분이 좀 파인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왔던 그녀는 솔직히 내 스타일이었다. 옷 스타일도 그랬지만 외모 또한... 음... 디테일한 설명을 하면 끝이 없으니... 하여간 분명 그녀는 내 스타일이었고 또 대부분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대화를 시작하고 10분이 지날 때쯤 나는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었다. 


한참 대여섯 명의 여자들과 함께 연애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황에서 "바로님이시죠?"라는 말과 함께 난입한 그녀는 다짜고짜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답답한 원칙주의자인 나는 다른 사람들과 먼저 얘길 하고 있으니 조금 기다리라고 했고, 그녀는 시종일관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며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끝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의 차례가 시작되자 그녀는 자신의 연애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한참을 들으며 나는 그녀가 나를 만나서 상담할 것을 염두에 두고 전날 자신의 연애에 대해 보고서로 작성한 다음 파티에 오는 길에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암기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처음 만났을 때 남자 친구가 무엇을 입었는지, 첫 만남에 어느 지역 어느 술집에 갔다가 그다음에는 어딜 갔는지, 첫 선물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남자 친구의 가족들이 어떤 사람들이지 등등... 다른 사람들 그리고 나는 관심도 없는 얘기를 쉼 없이 이야기했다. (심지어 그녀의 상담주제는 재회였다! 재회 상담을 하면서 첫 데이트 때 어느 술집에서 무엇을 시켰는지를 왜!?) 


중간중간 내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눈을 감고 인상을 찌푸려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A부터 Z까지 하나하나 설명했다. (심지어 중간중간 아! 이거 빼먹었다! 하면서 불필요한 설명을 늘어놓기까지!) 내가 일부러 하품을 하는 시늉을 했더니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바로님 피곤하세요? 커피 한잔 사다 드릴까요?"  


대화라는 건 화가 나서 혹은 심심해서 물건을 아무 데나 집어던지는 것이 아니라 캐치볼처럼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캐치볼이 무엇인가? 알록달록 예쁜 공을 상대에게 던지고 또 상대가 던진 공을 내가 잡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상대방이 잘 받을 수 있도록 던져야 하고, 내가 던 진공을 상대방이 잘 받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쉽게 말해 대화를 하려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방의 태도를 관찰해야 한다는 거다. 


내가 신나서 얘기를 하지만 상대가 딴청을 피우면 그건 상대방이 매너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재미없는 혹은 상대는 관심 없어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거다. (물론 근본적으로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일 수도 있겠지만;) 이럴 때에는 화제를 전환하거나 이야기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생략해가며 이야기의 진행을 빨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과 여행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해보자. 나의 경우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에 푹 빠져서 일본에 갔던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일단 내가 일본에 가게 된 이유에 대해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때문이었다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상대방이 "어? 에쿠니 가오리 좋아하세요!?" 혹은 "무슨 내용의 책이에요?"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면 일단은 책 이야기를 주욱~ 한다. 만약 상대가 "에쿠니 가오리가 뭐야... 일본 아이돌인가?"하는 느낌이면 "뭐 하여간 그런 책이 있어요~"하고 여행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런 식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 때 상대가 관심 있어 하는 부분은 디테일하게 이야기하고 관심 없어하는 부분은 대강 이야기하고 넘어가며 대화의 완급조절을 하는데, 같이 이야기하기 힘든 사람들은 항상 상대방을 관찰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구구단 외우듯이 (정말로!) 줄줄 읊는다. 


지루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그나마 참을만하다. 이러한 스타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서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 이미 했던 이야기를 되풀이한다는 건데... 이럴 때 정말 "이럴 거면 왜 대화를 하는 거야?"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명심하자.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에게 중요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상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재미있어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이야기를 하며 눈으론 상대방의 계속 관찰해라. 당신에게 집중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야기를 재미있어하는지, 당신의 이야기 중에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를 말이다. (그나저나 참... 내 스타일이었는데 말이지... 빨간 원피스... 좀 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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