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친구가 절 좋아하는 것 같지가 않아요.
연애를 하며 문득 "남자 친구가 날 좋아하긴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일단은 "아차!" 하면서 허벅지를 꼬집어 보자. 남자 친구가 당신을 안 좋아할 리가 없다는 소리가 아니다. 사람이란 일단 촉이라는 게 오면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들을 찾는데 혈안이 되면서 급속도로 상대에 대한 불신에 사로 잡히게 되니 말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완벽한 확증이 없을 때까지는 상대를 피의자 취급해서는 안된다. 일단은 느낌이 온다면 그것을 확인해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또 논쟁이 아닌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보자.
2개월째 연애를 하고 있긴 한데... 이게 연애인가 싶어요... 사귀고 나서도 좀 어색한 느낌이 있었는데... 쉽게 어색함이 사라지지도 않고, 술을 마시면 조금 스킨십이 있지만 술을 마시지 않으면 스킨십도 잘 하질 않네요... 한 번은 3일 정도 연락이 끊긴 적이 있었는데 저는 이게 뭔가 싶어 별의별 생각을 다하며 속을 끓이고 있었네요... 제가 참다못해 연락을 했더니 저번에 전화를 했었는데 안 받았다고 하네요. 그래요 부재중 한번 오긴 했지만... 제가 연락 없으면 또 연락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K양의 사연을 전체적으로 보면 확실히 K양의 남자 친구가 평범한 남자는 아닌듯하다. 연락에 있어서도 쿨하고, 대화하는 방식도 좀 과장의 기운도 느껴지고 말이다. 더욱이 술을 마셨을 때에는 스킨십이 있으면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스킨십이 없다는 것, 그리고 연락 부분도 그렇고 확실히 여자의 입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소지가 다분한 건 맞다.
K양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K양의 남자 친구에게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주욱 K양의 사연을 읽어보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K양은 왜 먼저 스킨십을 하지 않고, 왜 연락이 끊겼을 때 연락을 하지 않고 참았을까?" 이에 대해 K양은 "물론, 일 동안 저도 연락을 안 했어요. 하지만 그건 이 오빠가 저를 좋아한다는 확신이 들지 않아서였어요."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것이 잘못은 아닐지 몰라도 그리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다.
어떠한 일이 일어났다면 그 원인은 셀 수 없이 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 수줍음이 많아서 술기운이 아니면 스킨십에 소극적일 수도 있고, 남자 친구도 K양처럼 "혹시 K양이 날 싫어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K양은 어떠한 확인도 거치지 않고 "남자 친구가 날 좋아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어!"라는 생각에 아무런 행동 없이 남자 친구의 행동에 대해 K양의 방식대로 가치판단만 하고 있지 않았나?
K양도 나도 궁예가 아니다. 가만히 상대의 눈만 보고 "거봐 거봐 지금 날 안 좋아하는 거 맞네! 맞아! 어디서 날 능멸하려들어!"하고 의심하고 추궁해서는 안된다. K양에게 어떤 느낌이 왔다면 가만히 앉아 독심술을 연마할게 아니라 몇 가지 실험?을 통해 상대의 피드백을 보며 상대의 속내를 가늠해보았다면 좋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스킨십은 K양이 먼저 "오빠! 걸을 때 손도 안 잡고 걸어 다니면 사람들이 솔로인 줄 알아요!"하면서 손을 잡아보자. 물론 부끄러워서 어색해할 수도 있겠지만 몇 번더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연락 문제 또한 똑같다. 가만히 상대가 언제까지 연락을 하지 않나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고 있을게 아니라 먼저 연락을 해보고 상대의 반응을 관찰하자.
남자 친구의 행동을 계속 지켜보고 있을수록 이건 아니지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남자 친구에게 물었죠. "오빠 우리 대체 무슨 사이야? 날 좋아하긴 해? 난 오빠 맘을 모르겠어. 그냥 여자 친구가 필요한 거야?"그랬더니 남자 친구는 사귀는 사이지 않냐고 자기 원래 그런 사람 아닌데 저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행동을 하는 거라며 해명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럼 왜 스킨십이랑 연락은 그런 거냐고 그랬더니 답답해하면서 말을 않더라고요.
K양은 지금 "왜 대화를 하려고 하는데 속 시원하게 얘길 안 하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가만히 K양과 남자 친구와의 대화를 곱씹어보자. 이건 대화가 아니라 추궁이다."
"오빠 우리 대체 무슨 사이야!?"로 시작하는 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상대에게 "네가 잘못한 거잖아! 책임져!"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이게 어떻게 대화가 될 수 있을까? 대화의 기본은 상대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고, 어느 한쪽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오해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누구 탓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결국 한쪽은 추궁하고 한쪽은 해명하는 식의 다툼이 될 수밖에 없다. 일단 추궁으로 서로 감정이 상해버리면 이성적인 대화나 서로가 만족할만한 협상 결과는 당연히 기대할 수가 없다.
어쩌면 K양은 "좀 이렇게 해주지!" 혹은 "내가 잘 해결해 보려고 이야길 하면 끝까지 대화를 하면서 풀어야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남자 친구의 입장도 한번 생각해보자. 다짜고짜 "대체 우리 무슨 사이야!?"라고 추궁하는 여자 친구에게 오해라며 해명을 했더니 자꾸 반박을 하며 추궁만 하는 여자 친구에게 대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남자 친구가 K양과의 대화에서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건, K양을 무시하거나, K양의 생각처럼 K양을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아무리 해명을 해도 K양의 추궁이 멈추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믿음이 크지 않았지만 3일 동안 연락이 끊기고 나서는 믿음이 더 없어진 느낌이에요... 이제는 하루만 연락이 안 와도 "이 사람이 날 가지고 노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고 너무 머리가 아프네요... 친구들은 이 남자는 정말 아니다. 피곤한 스타일이다 라며 만나지 말라는데... 제 마음이 너무너무 어렵네요..
남자 친구에 대해 더 들어봐야겠지만 K양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내 지인 중에 특이한 이력을 가진 녀석이 있는데 모대학의 회화과에 들어갔다가 6개월 만에 때려치우고 나와 무작정 해외를 돌아다니다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는 녀석이 있는데 딱 K양의 남자 친구 같다.
자신만의 세계가 확고하다 보니 타인과의 소통이 순조롭지 못하고 제멋대로 구는 느낌이 강한데 문제는 그 행동들에 악의가 없다 보니 그냥 미워할 수만은 없다는 거다.
K양의 남자 친구가 K양을 좋아하지 않는 걸까? 글쎄 그건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수 있는 건 친구들 말처럼 K양의 남자 친구를 계속 만난다는 건 그다지 순탄치만은 않을 거란 거다.
이렇게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을 땐 괜히 알 수 없는 상대의 마음을 알아보려고 머리 아파하기보다. 차라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K양아, 너 이런 남자 계속 만날 수 있어? 그만큼 좋아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답에 따르자. 그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명한 행동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