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아놓은 마일리지가 얼만데!
지금까지 연애를 하며 숱한 실수와 잘못들을 저질렀었지만 유일하게 아직 해보지 않은? 잘못이 있다면 '양다리'다. 딱히 "여자 친구가 있는데 어찌 다른 여자를 또 사귈 수가 있겠어!?"따위의 멋들어진 이유 때문은 아니다.
그저 "여자 친구는 이미 한 명 있으니 됐다."라는 느낌이랄까나? 한 명의 여자를 만나는 것도 머리가 아픈데 여기에 두 명을 만나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다. 그리고 A라는 여자에서 B라는 여자로 환승을 하는 건 뭐랄까... 자주 가는 영화관을 바꾸는 것 같아 싫다. 쌓아놓은 마일리지가 얼만데!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가능성의 저축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저축의 온기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때로 우리의 춥디 추운 인생을 서서히 훈훈하게 해준다.
-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中 신호대기 중의 양치질, 무라카미 하루키
"앙다리는 머리 아프고 여러모로 손해다!"라는 단순한 뇌구조를 가져서일까? 가끔 연애를 하다 아주 가끔 다른 이성과 썸 비슷한 느낌이 들 때면 "여자 친구 말고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다니! 어쩌지!?"라며 햄릿처럼 고민하기보다. "후후후... 아직 죽지 않았군! 내가 솔로였다면 확! 유혹해 버렸을 텐데!"라며 속으로 으스대곤 한다.
물론 진지하게 "아오~ 내가 진짜 여자 친구만 없었으면 지금 여자 친구보다 더 좋은 여자와 사귈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하지도 않음은 물론이고 그렇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다들 연애를 좀 해봐서 알겠지만 (좀 해보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미안합니다.) 10번을 썸을 타면 엎어지는 게 부지기수고, (물론 내가 못난 탓이겠지...) 때론 상대는 나를 꼬시고픈 썸남이 아닌 웃긴 남자 1로 생각하는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무한의 부정적 경우의 수를 눈앞에 두고 "캬! 내가 꼬실 수 있었는데 여자 친구 때문에!"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는 건 진심으로 한심한 생각이다.
이럴 땐 나처럼 가끔씩 그 날의 기억들을 꺼내보며 "후후후 내가 이렇게 인기가 많다니까~", "만약 그녀와 연애를 시작했었다면!?", "나는 유혹이 있어도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야!" 따위의 생각을 해보자. (하루키의 말처럼 묘한 온기가 느껴진다.) 한 번도 이렇게 해보지 않았다면 꼭 해봐라. 여자 친구에게 구박을 받고 의기소침해져 있을 때나, "내가 요새 살이 너무 쪘나?"하는 생각이 들 때나, 나보다 더 인기 있는 친구가 샘이 날 때 단박에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 한심한 팁인가?)
그리고 항상 말하지만 이성관계가 꼭 여자 친구와 남으로 나뉘는 건 아니다. 당신이 다른 사람과의 가능성을 저축하고 그 사람과 적당한 거리와 관계를 유지한다면 상대방은 당신에게 새로운 인연이 되어줄 거다. 당신의 인생에는 한 명의 애인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좋은 지인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 말이다.
그러니 애인이 있으면서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면 당장 누굴 선택할까 진지해지지 말고, 좋은 지인을 저축한다는 생각을 가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