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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ul 18. 2017

애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면?

쌓아놓은 마일리지가 얼만데!

지금까지 연애를 하며 숱한 실수와 잘못들을 저질렀었지만 유일하게 아직 해보지 않은? 잘못이 있다면 '양다리'다. 딱히 "여자 친구가 있는데 어찌 다른 여자를 또 사귈 수가 있겠어!?"따위의 멋들어진 이유 때문은 아니다.

 그저 "여자 친구는 이미 한 명 있으니 됐다."라는 느낌이랄까나? 한 명의 여자를 만나는 것도 머리가 아픈데 여기에 두 명을 만나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다. 그리고 A라는 여자에서 B라는 여자로 환승을 하는 건 뭐랄까... 자주 가는 영화관을 바꾸는 것 같아 싫다. 쌓아놓은 마일리지가 얼만데!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가능성의 저축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저축의 온기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때로 우리의 춥디 추운 인생을 서서히 훈훈하게 해준다. 
-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中 신호대기 중의 양치질, 무라카미 하루키  


"앙다리는 머리 아프고 여러모로 손해다!"라는 단순한 뇌구조를 가져서일까? 가끔 연애를 하다 아주 가끔 다른 이성과 썸 비슷한 느낌이 들 때면 "여자 친구 말고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다니! 어쩌지!?"라며 햄릿처럼 고민하기보다. "후후후... 아직 죽지 않았군! 내가 솔로였다면 확! 유혹해 버렸을 텐데!"라며 속으로 으스대곤 한다. 


물론 진지하게 "아오~ 내가 진짜 여자 친구만 없었으면 지금 여자 친구보다 더 좋은 여자와 사귈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하지도 않음은 물론이고 그렇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다들 연애를 좀 해봐서 알겠지만 (좀 해보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미안합니다.) 10번을 썸을 타면 엎어지는 게 부지기수고, (물론 내가 못난 탓이겠지...) 때론 상대는 나를 꼬시고픈 썸남이 아닌 웃긴 남자 1로 생각하는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무한의 부정적 경우의 수를 눈앞에 두고 "캬! 내가 꼬실 수 있었는데 여자 친구 때문에!"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는 건 진심으로 한심한 생각이다. 


이럴 땐 나처럼 가끔씩 그 날의 기억들을 꺼내보며 "후후후 내가 이렇게 인기가 많다니까~", "만약 그녀와 연애를 시작했었다면!?", "나는 유혹이 있어도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야!" 따위의 생각을 해보자. (하루키의 말처럼 묘한 온기가 느껴진다.) 한 번도 이렇게 해보지 않았다면 꼭 해봐라. 여자 친구에게 구박을 받고 의기소침해져 있을 때나, "내가 요새 살이 너무 쪘나?"하는 생각이 들 때나, 나보다 더 인기 있는 친구가 샘이 날 때 단박에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 한심한 팁인가?) 


그리고 항상 말하지만 이성관계가 꼭 여자 친구와 남으로 나뉘는 건 아니다. 당신이 다른 사람과의 가능성을 저축하고 그 사람과 적당한 거리와 관계를 유지한다면 상대방은 당신에게 새로운 인연이 되어줄 거다. 당신의 인생에는 한 명의 애인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좋은 지인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 말이다. 


그러니 애인이 있으면서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면 당장 누굴 선택할까 진지해지지 말고, 좋은 지인을 저축한다는 생각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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