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맞춰가며 하는 거다.
연애에 대해서 흔히들 하는 말 중에 "연애는 서로 맞춰가는 거다."라는 말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매우 교묘하면서도 불쾌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말자체는 너무 아름답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 있으며 자칫 한쪽이 다른 한쪽을 억압할 때 사용될 소지가 크다.
연애를 서로 맞춰간다는 건 기본적으로 연인을 위해서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이 때문에 연애를 서로 맞춰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상대를 이해하거나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보다 나도 이거 안 할 테니 너도 이거 하지 마! 식으로 상대를 구속하고 억압하곤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차후 더 자세히 풀어보겠지만 나는 연애는 서로 맞춰간다기보다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본다. 물론 상대가 원치 않는다면 그 불이익은 내가 감당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남자 친구가 남자지인을 만나는 걸 싫어해요.
남자 친구는 여사친이 거의 없어요. 저는 남사친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꾸준히 교류를 해오고 있던 친구들이 있는데 남자 친구는 제가 남사친을 만나는걸 극도로 불쾌해해요. 저는 이성친구라도 둘이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간단히 차 한잔을 한다던가 밥 한 끼를 하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남자 친구는 자기가 싫다는데 왜 굳이 만나냐, 나도 여자 지인들 안 만난다, 지금 나 무시하는 거냐 등등 화를 내면서 제가 남사친들과 교류하는 걸 못하게 하려고 하네요.
남자 친구의 논리는 간단하다. "연애는 맞춰가며 하는 거다. 나도 여사친 안 만나니까 너도 남사친 만나지 마라" 뭐 이런 느낌인 건데... 남자 친구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남자 친구의 논리에서 한 가지 아쉬운 건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안정적인 연애를 위해 서로 희생을 하자는 식으로만 접근을 한다는 거다.
또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합의점을 찾아가기보다 감정적인 접근을 하면서 불필요한 트러블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런 경우 당하는 쪽은 참 답답하고 억울한 감정이 생기게 된다. 결국엔 서로 자신의 가치관이 맞다는 말만 늘어놓으며 결국엔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나 껍데기뿐이 화해를 하며 똑같은 일로 또 트러블을 반복하게 된다.
이왕이면 양쪽 다 이성적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가장 나이스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면, 한쪽이라도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상대를 이성적 대화로 이끌어 보도록 하자. 아마도 M양의 경우라면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라는 말에 발끈! 했을 것 같은데 이럴 때에는 "내가 언제 무시했다고 그래!"라며 상대의 도발에 넘어가기보다. "난 오빠랑 대화를 하고 싶은데... 우리 화내기 말고 한번 얘기해보자~"라며 상대를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도록 하자.
분명 쉽지 않은 과정이다. M양이 아무리 차분하게 말을 해도 남자 친구는 감정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할 것이고 M양 또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잠깐이나마 폭발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고 대화로 이끌어보자. 결국엔 비꼬고, 짜증내고 화를 내던 남자 친구도 대화의 테이블에 앉게 될 것이다.
남자 친구는 제가 뭐라 해도 자기는 무조건 싫다며 남사친을 만나면 자기는 화를 낼 거라고만 하네요. 물론 남사친 안 만난다고 큰일 나는 건 아니지만 대체 왜 남사친들과 다 끊어야 하는 건지 이해도 안 되고... 남자 친구가 과도하게 절 억압한다는 생각도 드니까 괜히 불만만 쌓여가네요. 그러다 한편으론 내가 남사친을 안 만나기만 하면 되는 일인가 싶기도 하고...
이해와 대화를 전제로 한다면 M양의 양보도 매우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남자 친구가 강요하고, M양이 못 이겨서 양보하는 식이라면... 글쎄다... 과연 옳은 선택일까?
물론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M양이 일방적인 양보를 하게 되면 결국 M양도 남자 친구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게 되며 서로 "나도 이렇게 했으니 너도 이렇게 해!" 식의 공방이 이어질 확률이 높다. 또한 현재는 연애초지만 자연히 시간이 지나며 남자 친구가 자신의 생활로 돌아가며 M양에게 처음과 같은 애정과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갈등은 훨씬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오빠가 남사친 만나지 말래서 다 끊었는데 이제 와서 뭐야!" 뭐 이런 식의 전개 말이다.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은 당신을 당신답게 만들어주는 생활방식이다. 우리는 단지 연애를 하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오로지 연애만을 위해서 라이프스타일을 송두리째 바꾼다는 건 결국 상대에게 그만한 희생을 요구하게 되고 서로가 서로를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으로 조각하려다 결국은 파국을 맞게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M양에게 무조건 남사친들을 만나는 것을 고수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M양이 남사친과의 관계를 바꾸는 데에는 남자 친구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거다. 충분한 대화와 이해 끝에 "연애 중에는 좀 남사친들과의 거리를 조금 둘 필요는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스스로 들었을 때 행동에 옮기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