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 대화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와 자꾸만 트러블이 일어난다면 "정말 저 사람이 잘못이야!"라던가 "아... 저 사람과 나는 맞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기 전에 "혹시 내 대화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라던가 "내가 더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없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 맞다.
이건 자존심을 굽히는 일이 아니다. 상대방의 모순을 발견하는 것보다 내가 나의 모순을 발견하는 것이 더 어렵고 무엇보다 지금 당장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나이기 때문인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왜!?"라는 생각이 든다면 괜히 머리 아파하지 말고 이별을 택하자. 그게 서로에게 나은 길이니 말이다.
술 취해서 남자 친구에게 연락을 했는데 제대로 받지도 않고 늦게 전화하더니 술에 취해있더라고요. 남자 친구의 행동이 실망스러워서 카톡 탈퇴하고 헤어지자고 했는데 남자 친구는 왜 또 그러냐며 지친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이별 이후 남자 친구와 나눴던 톡을 보니 제가 화났을 때엔 정말 못된 여자처럼 날 서서 얘길 하고 오빠는 정말 내가 무슨 그렇게 죽을죄를 졌냐고 호소하고 있었네요...
인간의 본능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내가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면 본능적으로 상대에게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만 한다. 문제는 오로지 복수만 생각하다 보니 그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다. 내가 화를 내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화를 내서 상황이 틀어지만 얼마나 큰 손실인지는 계산하지 않고 오로지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상대에게 느끼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결국 화를 낼 때는 "모두 다 니탓이야!", "네가 이렇게 만들었으니 너도 아파봐야 해!", "나는 잘못 없어!"라는 느낌에 사로잡혀 있다가 이후 진정하게 되며 이성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게 된다.
나도 사람이다 보니 연애를 하다 보면 화가 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자 친구가 술자리에서 연락이 잘 안 된다던가 하면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다음 파티 때 보자! 아예 폰을 꺼놓을 거야!", "다시는 이러지 못하게 따끔하게 혼을 내야겠어!"따위의 생각이 들곤 하는데 결코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정확히는 처음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스스로의 분노에 깜짝 놀라서 "내가 왜 이렇게 흥분을 하고 있지?"라며 스스로 흥분한 포인트가 정확히 어디인지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서 좀 더 나은 해결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물론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때도 많지만 중요한 건 생각이란 걸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분노는 가라앉게 되고 나중에 후회할 행동은 하지 않게 된다는 거다.
감정적인 행동은 모든 문제의 시작이다. 감정적으로 행동하며 관계를 해치고 결국 이별 후에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이별을 수용하고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기보다 후회라는 감정에 휩싸여서 또다시 감정적인 행동을 하며 매달리며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저는 연애경험이 좀 없는 편인데 남자 친구는 좀 있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남자 친구는 저보다 여행을 많이 다닌 편인데 제가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물어보면 남자 친구는 다 가봤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괜히 김이 빠져서 툴툴대다가 또 싸우게 되었네요. 오빠는 왜 여행을 가는데 또 서운하고 짜증을 내냐고 하고 저는 제가 경험이 많이 없어서 억울하고 서운한 건데 확신을 주고 잘 달래주면 안 되는 거냐며 싸웠네요. 오빠는 이렇게 서운한걸 잘 달래줄 줄 모르던 사람이었어요. 제가 예술을 해서 감성적이고 예민하고 그래서 감정이 널뛰는 건 있긴 하지만...
H양은 남자 친구가 조금만 더 이해해주고 달래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나는 H양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H양의 감정은 H양의 것이고 온전히 H양의 책임이다. 남자 친구가 H양의 감정을 달래주길 바라는 건 이기적인 생각이다." 물론 H양이 서운할 수도 있는 상황이긴 하나 그것을 꼭 남자 친구가 해결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감정은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때론 스스로 감정을 책임지기가 버거운 상황이 오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상대에게 정중히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H양의 경우라면 "어쩔 수 없긴 한데... 오빠가 다 갔다 왔다고 하니까 괜히 질투 나고 김 빠지고 그래 ㅠ_ㅠ 오빠 '이 세상에서 H양을 제일 사랑해!'라고 말해주라!" 정도라면 어땠을까?
남자 친구가 H양의 서운함과 툴툴거림에 짜증을 내는 것은 H양을 배려하기 싫은 게 아니다. H양의 책임인 H양의 감정을 아무런 대책 없이 자신에게 전가하니 해결방법도 모르겠고 또 자신이 잘못한 것도 없이 가해자가 된 것만 같은 상황이 불편한 것이다.
H양의 감정은 H양의 것이고 온전히 H양의 책임이다. H양이 예술을 한다고, 감성적인 사람이고 예민하다고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른 건 다 괜찮았는데... 술이 문제였어요. 남자 친구는 인맥에 집착을 하는 경향이 있어서 술자리가 잦은 편이었는데 저는 남자 친구를 만나면서 사적인 술자리를 모두 끊었는데 남자 친구는 그걸 못하더라고요. 한두 번은 미안하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어떻게 한 번에 다 끊냐고 요즘엔 지인들 돌잔치도 안 가고 운동도 안 나가고 있는데 왜 자꾸 그러냐고 제게 억울하다는 듯이 이야길 했었어요.
상대방의 행동이 거슬릴땐 그것이 잘못인지 아닌지를 따지기 전에 저것이 상대방의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것을 떠올려야 한다. 당신이 아무리 상대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잘못이라고 말을 하고 제재를 하려고 해도 상대는 결코 당신의 말에 따르지 않을 것이다.
NLP의 기본 전제 중에는 "모든 행동의 기저에는 긍정적인 의도가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쉽게 말하면 당신의 눈에 상대의 행동이 어떻게 보이든 상대방은 그 행동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H양의 경우에 적용을 해보면 H양의 눈에 남자 친구의 잦은 술자리가 지나친 유흥으로 보일지 몰라도 남자 친구는 그 행위를 인맥관리라는 긍정적인 의미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상대의 라이프스타일이 거슬리고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결코 가치판단을 하며 당연한 듯 제재를 해서는 안된다. 그래 봐야 상대는 당신의 말을 듣는 척만 하다가 결국엔 당신의 말에 반박을 하며 트러블을 일으킬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모든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게 안된다면 채찍보다는 당근을 꺼내야 한다. "일주일에 딱 두 번만 마셔! 그이 상안 안돼!"가 아니라 "일주일에 두 번 마시면 내가 XX 해줄게!"가 맞다.
또한 술자리가 너무 늦어진다면 "왜 이렇게 늦게까지 마셔! 빨리 안 들어가!?"라고 할게 아니라 숙취음료 기프티콘이라도 서너 개 보내며 "오빠 오빠 지인분들 한 개씩 드리고 죄송합니다~ 하고 나오면 어때? 여자 친구가 사줬다고 자랑도 하고!"라며 상대방의 긍정적인 의도를 인정해주며 제안을 해보도록 하자.